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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의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21) 동양하루살이와 팅커벨의 비밀 2
2023년 7월 남양주시 와부읍 직원들이 동양하루살이 발생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저는 22세기의 서울에서 사는 도라에몽이에요. 하루가 멀다하고 대량으로 출몰하는 동양하루살이로 지금 이곳은 엉망진창이에요. 매년 봄과 가을이 되면 마치 모래폭풍이 부는 것처럼 하루살이가 휘몰아쳐요. 시야를 가려 전철과 버스가 멈추고 수돗물에서 하루살이의 사체가 나옵니다. 미래의 사람들은 피터팬과 팅커벨이 철없이 장난을 치다가 동양하루살이가 많아졌다고 믿고 있거든요. 이 문제를 조사해주세요. 그리고 필요할지 모르니 제 4차원 주머니에서 꺼낸 도구를 동봉합니다. – 미래에서 제보자 도라에몽(☞20회에서 이어짐)
스몰 라이트로 몸이 벌레만큼 작아진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홈스 반장과 왓슨 요원 그리고 피터팬 박사는 서울 성수동 한강 강바닥을 뒤졌어요. 빠른 물살에 몸이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유속이 느렸죠. 피터팬 박사가 설명했습니다.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이렇게 유속이 느린 강의 하류에서 굴을 파고 산답니다. 그래야 작은 몸이 유실되지 않거든요.”

강바닥을 둘러보던 왓슨이 소리쳤습니다.

“저기 굴이 보인다!”

신선이 되어 날아간 하루살이

셋은 차례로 굴에 들어갔습니다. 1㎝ 정도 들어가니 막다른 길에 다다랐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피터팬 박사가 설명했어요.

“아무도 없는 걸 보니, 벌써 우화를 했나 보군요.”

“우화가 뭐죠?”

왓슨의 질문에 피터팬 박사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습니다.

“허허, 곤충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시는군. 우화(羽化)는 아주 멋진 말이죠. 옛날에 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걸 이르는 말이었죠. 곤충의 세계에서는 번데기나 애벌레(유충)에 날개가 돋아 어른벌레(성충)가 되어 날아간다는 뜻이죠.”

“그럼, 이 빈 굴에 살았던 친구가 지금은 육지에서 한참 대발생을 일으키는 동양하루살이가 되었다는 거네요?”

“그렇죠. 5월은 인간한테는 혐오의 날들이지만, 이 친구들한테는 경이의 날들입니다. 우화! 날개가 돋아 하늘로 향하는 신선들이 된 거죠.”

그때 누군가 굴로 기어서 들어왔습니다. 날개가 없는 또 다른 동양하루살이 유충이었어요.

“댁들 뉘시오?”

“우리들은 하루살이 유충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온 물 밖의 사람들입니다. 지상에는 하루살이가 대발생하여 난리가 났거든요.”

유충이 말했습니다.

“나도 이 친구를 찾으러 왔는데. 벌써 날개를 달고 떠났나 보네요.”

“그런데, 당신은 왜 날개가 안 생겼죠?”

“하하하. 이 친구는 S-1 그룹이거든요. 나는 S-2 그룹이고요. 우리는 알에서 부화한 후 일 년 동안 굴을 파고 유충 생활을 해요. 느리게 커서 슬로우(S) 그룹이라고 부르죠. S-1 그룹은 6~7월에 부화해 이듬해 5~6월에 날개를 달아 지상으로 나가죠. S-2 그룹은 8~9월에 부화해 이듬해 8월에 나가고요.”

“왜 그렇게 둘로 나뉘어 우화를 하는 거죠?”

“큰비를 피하기 위해서죠. 장마와 폭우, 홍수를 피해서 우리는 홍수기 전후로 각각 S-1과 S-2 그룹으로 나뉘어 우화를 해요.”

동양하루살이는 유충 때는 성장에 집중하고, 성충이 되어서는 번식에 집중을 합니다. 심지어 성충이 되어선 입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다행히 동양하루살이가 인간에 세균과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 이유죠) 동양하루살이는 날개를 달아 나가면 아성충이 되고 하룻밤을 자고 난 뒤에는 진짜 성충이 됩니다. 수컷들이 하늘에서 군무를 펼쳐요. 그때 번식이 이뤄지죠. 그다음은 인공조명에 이끌려 좀비가 되어 불행한 삶을 마치는 거예요. 유충이 계속 설명했어요.

“F 그룹이라는 다른 집단도 있죠. S-1 그룹에서 일찍 부화한 유충의 일부가 F 그룹을 이뤄요. 빨리 먹고 빨리 크는 패스트(F) 그룹이에요. 넉 달 동안 급속 성장해서 그해 S-2 그룹과 같은 시기에 하늘로 날아가요.”

피터팬 박사가 아는 체를 했습니다.

“내 가설이 맞았군요. 실제 조사해 보니, 큰 홍수가 있었던 해 그러니까 수온이 낮은 조건에서는 급속 성장 집단이 없었어요. 큰 비와 낮은 수온이 빨리 먹고 빨리 크는 F그룹의 출현을 막았던 거죠. 실제 2006년 한강 대홍수가 있었을 적에는 F그룹이 없었답니다.”

홈스 반장이 대답했습니다.

“반대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져 수온이 높아지면 F그룹의 출현은 더욱 잦아지겠네요. 동양하루살이 성충이 더욱 많아진다는 뜻이겠군요.”

이러한 결과는 동양하루살이의 우화가 홍수기를 피하도록 진화했음을 보여줘요. 진화의 세계에서 종의 목적은 번식이죠. 실컷 열심히 몸을 키워 지상에 나왔는데, 큰비가 내린다고 생각해 봐요. 번식은 실패하고 말 테죠. 그래서 동양하루살이가 홍수기 전후로 각각 우화(S-1과 S-2)하는 거라고 과학자들은 해석하고 있어요. 동시에 이러한 홍수기에 몸을 키워 일 년의 유충 생활을 하지 않고 4개월 만에 급속 성장하는 F그룹도 있는 거고요.

하루살이는 엄마가 없다

“그런데 하루살이가 왜 이리 많아졌죠? 너무 많아지다 보니, 팅커벨이라고 불리는 하루살이가 혐오 곤충이 되었습니다.”

유충이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제가 알 길이 있나요. 우리의 의식 세계는 당신네 포유류와 달라요. 우리는 엄마가 없어요. 알에서 부화해 혼자 큽니다. 할머니 적부터 내려온 종의 역사와 사회적 기술을 엄마로부터 배우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한강 너머 육지의 성충이 어떻게 사는지조차 모르죠. 우리에게 미래는 장막에 덮여 있죠. 우리는 그저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고, 환경의 자극에 창의적으로 반응해 행동할 뿐이에요.”

그리고 유충이 말을 이었습니다.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덕소 팅커벨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남양주시 덕소의 한강변에 사는 전설의 하루살이죠. 수십 세대를 산 그는 죽지 않는 하루살이라고 들었어요. 강바닥의 하루살이 굴과 강변의 풀숲, 도시의 쇼윈도를 돌아다니며, 하루살이의 위기를 경고하는…”

“그럼, 당장 덕소로 가도록 하죠!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커질 수 있죠?”

홈스의 제안에 신나 하던 왓슨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차! 스몰 라이트로 작아진 몸을 다시 커지게 하는 빅라이트를 놓고 왔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이나 덕소를 향해 가는 것이나 오래 걸리긴 마찬가지였죠. 홈스 반장과 왓슨 요원 그리고 피터팬 박사는 덕소를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어요. 하루살이처럼 몸이 작아졌기 때문에 덕소까지 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죠.

서울 성수동에서 잠실대교까지 1년, 잠실대교에서 구리한강공원까지 1년… 그리고 1년을 더 걸으니 그제야 한강 변에 솟은 고층 아파트단지가 보였어요. 주변 상가에서 나오는 불빛이 검푸른 하늘을 밝히고 있었죠. 기진맥진한 피터팬 박사가 말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남양주시 덕소 삼패지구라 불리는 곳입니다. 한강 바로 옆에 주택과 상가가 붙어 있어서 동양하루살이 피해가 큰 곳입니다.”

덕소 팅커벨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운길산 자락의 조용한 계곡에 살고 있었어요. ‘하루살이계의 현자’가 살 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청량한 공기가 주변을 휘감았죠.

덕소 팅커벨은 매력적인 몸을 가진 하루살이였어요. 우리가 왜 동양하루살이가 많아졌냐고 묻자, 그는 얼굴을 찡그렸죠.

동양하루살이 유충 ©김명철.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하루살이가 더 많아졌다고?

“많아졌다고요? 그건 인간의 착시입니다. 되레 동양하루살이는 줄었다고요.”

“무슨 말입니까? 지금 서울 한강에서는 대발생한 하루살이로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 동양하루살이는 2급수 이상의 수질이 맑은 강에서 살죠. 사실 한강에 하루살이가 다시 나타난 건 한때 나빴던 수질이 회복됐다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동양하루살이 개체수가 많아진 건 절대 아닙니다. 1950년대만 해도 동양하루살이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한강 본류는 물론 여주, 가평의 남한강 그리고 북한강 상류까지 하루살이들은 해가 질 때면 강변의 풀숲에서 춤을 췄어요. 지금 인간들이 하루살이가 많다고 느끼는 건 그들의 인공 광원이 하루살이를 자석처럼 끌어당기기 때문이에요. (한숨을 쉬며) 인간처럼 자기중심적인 종은 없어요.”

덕소 팅커벨은 저멀리 번쩍이는 신도시를 보며 말을 이었어요.

“수억 년 전부터 동양하루살이는 은은한 달빛 아래 강물과 습지에서 사랑의 춤을 추었어요. 수컷이 떼를 이뤄 강물 위로 날아오르면 검푸른 하늘에 수를 놓았어요. 마치 가창오리가 군무를 펼치는 것처럼요. 군무를 보고 암컷 하루살이가 나타나면 수컷은 암컷을 잡아 무리에서 떨어져 짝짓기를 해요. 그리고 암컷은 수면 위로 내려앉아 2천~3천개의 알을 물속으로 투하해요. 그렇게 유충의 삶은 시작되고, 성충이 되어 사랑의 춤을 추고… 그런데, 인간이 만든 거대한 인공 광원이 하루살이의 감각을 멀게 하고 있어요. 길을 잃고 미쳐가고 있는 거죠.”

피터팬 박사가 거들었습니다.

“생태적 틈새 분할(niche partitioning)이 깨진 겁니다. 과거 인간과 하루살이는 각각 자기만의 공간이 있었어요. 강과 마을 사이에는 둘을 완충하는 적당한 크기의 습지와 숲이 존재했고요. 하지만 강력한 인공 광원을 앞세운 인간의 세력이 강으로 확장하면서, 인간과 하루살이 사이의 생태적 틈새가 사라진 거예요.”

한강 하류 쪽으로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계곡물에서 동양하루살이가 차례로 퐁퐁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듯 펼쳐지는 ‘우화’였습니다. 덕소 팅커벨이 회상에 잠겼어요.

“10여 년 전부터 이곳이 동양하루살이의 단골 대발생지라고 알려지면서, ‘덕소 팅커벨’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였죠. 동료들이 죽음의 쇼윈도에서 미쳐가고 있을 때, 나는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정신을 잃은 그들을 깨우러 다녔죠. 그때 진짜 팅커벨이 나타났어요. 피터팬과 함께 다니는 그 진짜 요정 말입니다. 그는 나에게 하루살이 종의 역사를 기록하라며 요정 가루를 뿌려주었어요. 그때부터 나는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면서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어요.”

덕소 팅커벨은 ‘쇼윈도에 붙지 말라’고 알려주겠다며, 날개 돋은 하루살이에게 날아갔어요. 홈스 반장이 말했어요.

“결국 인간이 강과 하루살이의 공간을 침범한 게 문제였어. 그나저나 우리도 이제 돌아가야겠군. 그런데 서울까지 어느 세월에 가지? 삼 년은 걸릴 텐데.”

*본문의 과학적 사실은 실제 논문과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남종영 환경저널리스트·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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