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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금능해변. 물이 맑아 바닥의 모래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이윤정 기자


새로운 것을 접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나온다. 인류가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자극에 관심을 갖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신경외과 교수 앤 크리스틴 두하임 박사는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새로운 자극에 귀 기울여야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사냥감을 포획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체계가 굳으면서 새로운 것에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행은 ‘새로운 자극’ 그 자체다. 인스타그램 속 ‘핫플’과 신상에 끌리는 건 본능인 셈이다. 그래서 한때 ‘핫’했던 여행지도 “뻔하다”는 이미지가 생기면 내리막길을 걷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내 인기 여행지들이 “비싼데 볼 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주 또한 내국인 방문객이 감소하자 고민이 깊어졌다. 하지만 ‘뻔하다’라고 결론 짓기에 제주의 면면은 다채롭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주의 새로운 매력을 담은 여행지를 제주관광공사의 추천을 받아 방문했다.

제주 작은 마을 ‘카름’을 거닐어요

제주 해변의 일몰. 이윤정 기자


가장 먼저 추천을 받은 곳은 ‘카름스테이’였다. 가름(카름)은 제주 방언으로 작은 마을을 뜻한다. 동, 서쪽 지역을 부를 때는 각각 동카름, 서카름으로 칭하고 남쪽과 북쪽은 알가름, 웃가름이라고 말한다. 카름스테이는 제주의 작은 마을과 머묾을 의미하는 ‘스테이’를 결합한 용어다. 관광지와 명소 위주로 돌아보는 여행이 아닌, 제주의 작은 마을에서 머무는 여행을 표현한 것이다.

카름스테이는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인 시기 첫선을 보였다. 사람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진짜 모습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동카름 세화는 MZ세대를 위해 편집숍, 칵테일 클래스, 초콜릿 소셜다이닝을 비롯해 주민과 함께하는 오름 트레킹, 해녀와 걷는 바닷가 산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스테이’라는 이름 때문에 꼭 숙박을 해야 하나 싶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당일·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신흥의 동백마을과 저지예술마을 인근 ‘무위의 공간’을 직접 찾아가 봤다.

300살 동백나무숲 거닐고…요가·명상 즐기고

제주 동백마을 동백숲. 이윤정 기자


제주 남동쪽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는 마을 중심에 동백나무숲을 품고 있다. 마을 토박이인 오동정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은 “마을에 1706년 집이 생겼다는 기록을 토대로 마을 탄생 300주년이었던 2007년 기념적인 것을 해보자는 뜻이 모였다”며 “동백나무를 중심으로 마을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을 동백나무군락지는 제주도 지방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됐고, 주민들은 공동사업으로 동백마을방앗간을 짓고 동백기름을 생산했다. 이후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동백마을 기름을 화장품으로 판매했다.

동백마을 도자기공방. 귤 창고를 공방으로 만들었다. 이윤정 기자


여행객들은 동백이야기를 담은 동백 공예체험,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식용동백기름을 이용한 동백음식체험, 생동백기름을 이용한 천연비누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마을에는 카페는 물론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 도자기공방 등이 있어 며칠 묵으면서 쉼과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 스냅사진을 찍는 방문객도 많다.

동백나무 열매와 동백기름. 이윤정 기자


동백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 ‘정원집’. 정원이 넓고 아름다워 정원집이라 불린다. 이윤정 기자


두 번째 방문한 카름스테이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무위의 공간’이다. 목조 건물의 숙소 외관은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여행자들의 숙소이자 정통 요가원 ‘요가쿨라’ 수업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무(無), 위(爲), 자(自), 연(然) 4개의 객실에는 모두 요가와 명상을 위한 별도 공간이 있다. 아침엔 방 앞 덱 공간에 나와 매트를 깔고 간단한 요가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무위의 공간. 요가와 명상을 할 수 있다. 이윤정 기자


건물 안쪽에 펼쳐지는 허브 정원에서는 한라산과 곶자왈의 자연이 펼쳐진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공간에 야외 자쿠지도 있어 마치 휴양지 리조트에 온 듯하다. 무위의 공간은 여행자들이 조용히 사색하고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최대 12명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인근에 저지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 등이 있어 예술 감성을 채우기에도 좋다.

무위의공간. 이윤정 기자


무위의공간. 이윤정 기자


제주 도민만 아는 ‘숨은 여행지’

제주관광공사는 제주의 신상 여행지로 ‘도민만 아는 숨은 스폿’도 추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등 데이터를 분석해 여행객이 몰리는 관광지가 아닌, 도민들이 주로 찾는 여름 제주 명소를 추렸다. 2023년 봄(3~5월) 대비 여름철(6~8월) 도민의 내비게이션 데이터 증가율을 살펴본 결과, 정모시 쉼터(7600% 증가), 샛도리물(6400% 증가), 강정천(6100% 증가) 등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모시 쉼터. 제주관광공사 제공


정모시 쉼터는 서귀포시 정방폭포 상류 지역에 있다. 관광객보다 제주도민의 도착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아직은 도민들에게 더 각광받는 물놀이 장소라고 공사는 밝혔다. 샛도리물은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옆에 있다. 용천수가 나오는 노천탕이다. 다른 장소와 비교할 때 저녁 시간에 도착하는 차량 수가 많은 편이다. 도민에게는 해 질 녘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강정천은 서귀포 최남단 마을인 강정마을 동쪽의 용천수 하천이다. 한라산의 천연 암반수가 사계절 내내 흐르고 1급수 어종인 은어가 서식하고 있다. 강정교 부근은 수심이 얕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제주 해변을 걷다보면 만나는 문구. 이윤정 기자


☞알고 가세요 /카름스테이 정보는 홈페이지(www.kareumsta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효, 한남, 의귀, 신흥, 호근, 수산, 가시리, 세화, 저지, 신창리, 교래, 김녕, 무릉리 등 13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독채 전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숙박비는 10만~30만원대로 다양하다. 각종 체험료도 2만~3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체험이나 숙박을 하지 않아도 카름스테이 마을을 산책하고 맛집, 카페, 작은책방 등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제주에서 다양한 마을과 숨은 명소를 찾으려면 차를 빌리는 것이 좋다. 제주공항에서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을 타면 ‘쏘카스테이션 제주’에서 비대면으로 차를 빌릴 수 있다. 제주 내 쏘카존이 79곳이나 있어 시내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외곽 지역으로 이동할 때만 차를 빌리기도 좋다. 편도 서비스를 이용하면 차를 빌린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차를 반납할 수 있다. 차량 반납 시간을 연장할 때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몇초 만에 가능했다. 일반 렌터카의 경우 영업시간 내에만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지만, 쏘카는 24시간 무인 대여·반납이 가능해 편리했다.

쏘카스테이션 제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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