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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에서 바이러스 입자 수억개 발견
소 젖샘 세포에서 바이러스 수용체 확인
시판 중 살균 우유는 안전, 국내 젖소 감염도 없어

미국 젖소 농장에서 유행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H5N1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경로가 공기 중이 아닌 '원유(갓 짜낸 우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픽사베이


미국 젖소 농장에서 유행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H5N1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경로가 공기가 아니라 갓 짜낸 원유로 밝혀졌다. 바이러스가 원유 안에서 수 시간 동안 머물다가 사람의 눈이나 호흡기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전파는 공기보다 원유에서 억제하기 더 쉽기 때문에 공중보건에는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은 이날 기준으로 9개 주 젖소 80여 마리와 농장 근로자 3명이 H5N1에 감염돼 가벼운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젖소로부터 H5N1을 옮았으며 이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는 않았다.

H5N1는 주로 조류를 감염시키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로,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가 각각 5형, 1형이다. HA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인체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여럿 감염시키며 두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는 쪽으로 진화한다.

미국 코넬대 수의대 연구진은 H5N1에 감염된 젖소에서 짜낸 원유에서 감염성 바이러스와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가 지속적으로 검출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26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해당 원유에서 바이러스 입자 수억개를 발견했다. 이는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할 때 생성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마틴 비어(Martin Beer)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연방동물보건연구소 교수는 네이처에 “H5N1이 발생한 농장에 있는 모든 젖소에서 얻은 원유를 검사하면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젖소도 감염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소가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에 감염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왜냐하면 소의 호흡기에는 이들 바이러스 입자가 들러붙을 수용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의 젖샘 세포에 H5N1 바이러스는 물론, 이들 수용체가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젖샘은 포유류가 젖을 생성, 분비하는 기관이다. 코넬대 연구진이 바이러스 입자만 염색하는 실험 결과, 소의 젖샘 세포 안에도 바이러스가 있음을 확인했다. 디에고 디엘(Diego Diel) 코넬대 교수는 “젖샘이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나는 주요 장소인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애모리대 의대 연구진은 착유기에 묻어 있는 원유에서도 수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머물며 전염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H5N1 바이러스 입자가 세포와 결합하는 수용체인 시알산(SA)-α2,3와 H1N1 수용체인 SA-α2,6가 소 호흡기 뿐만 아니라 특히 젖샘 세포에서 많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H5N1가 일반적으로 감염되는 경로인 호흡기와 함께 젖샘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젖소들이 착유기를 함께 쓰면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소가 H1N1과 H5N1에 모두 감염될 수 있어, 이 안에서 조류와 사람 모두 감염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일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원유 노출을 최소로 줄이는 것이 H5N1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착유기를 여러 소에게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착유 중에 원유를 바닥에 쏟는 등의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어 교수는 “공기가 아니라 착유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라며 “착유 절차를 바꾸면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하고 인간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마 락다왈라 에모리대 의대 교수는 “착유기를 늘 소독하고 농장 내부를 적절히 환기해야 한다”며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농장 근로자들은 안면 보호대 같은 보호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 일부 주에 원유 판매를 억제하도록 요청했다. 또한 H5N1에 감염된 소에게 얻은 원유는 송아지나 다른 가축에게 먹이는 용도라도 반드시 저온살균 또는 열처리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는 H5N1 감염과 무관하다. 미국이나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사람이 마시는 우유는 원유를 저온살균해 H5N1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H5N1에 감염된 젖소로부터 짜낸 젖이라도 살균처리해 마시면 H5N1에 감염될 우려가 없다고 말한다. 국내 사육 중인 젖소가 H5N1에 감염된 사례도 없다.

참고 자료

Nature(202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4-01624-1

bioRx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5.22.595317

bioRx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5.03.592326

medRx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5.22.2430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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