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당 4000원 받으면 수수료 1600원
실버 택배 회사 전국에 600여개
일자리 제공하지만 ‘퀵’의 두배 떼
지하철을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택배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배송할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4시20분쯤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 내부. 개찰구 근처로 각양각색의 쇼핑백을 잔뜩 짊어진 노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서울·경기 권역 40여개 백화점을 지하철로 오가며 상품을 배송하는 이른바 ‘실버 택배’ 기사다.

일반 택배기사와 달리 이들 대다수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이다. 국가에서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를 이용해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쇼핑백 뭉치를 역 바닥에 내려놨다. 곧 배달해야 할 백화점 지점별로 상품을 분류하는 작업이 30여분간 이어졌다. 오후 5시가 되자 이들은 저마다 물건을 배송할 백화점으로 가기 위해 일제히 지하철에 탑승했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실버 택배 회사는 전국에 600여개에 달한다. 일반 퀵서비스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 인기가 많다. 택배 형태도 다양하다. 고객에게 직접 물품을 배송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백화점 지점별로 부족한 재고 상품을 교환하기도 한다. 영등포구청역을 거점으로 하는 업체 일부는 이 같은 백화점별 상품 배송을 주로 맡는다.

일각에선 실버 택배가 일종의 사회적기업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실버 택배를 주로 하는 A업체 관계자는 “다른 곳에선 늙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이들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사들에겐 택배가 유일한 생계 수단이자, 사회 참여 기회가 된다. 한 실버 택배 기사는 “택배 일이 아니면 일할 곳도, 일거리도 없다”며 “무임승차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버 택배의 그늘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수수료다. 실버 택배 기사의 경우 택배 한 건당 운임은 거리에 따라 3500~4000원이다. 통상 업체들은 운임의 30~40%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어간다. 일반 퀵서비스 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이 20% 초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많게는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택배 기사가 온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은 1만원 남짓에 불과할 때가 많다. 한 70대 택배 기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일하면서도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일부 직원에겐 4대 보험이 적용되지만, 이런 이들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택배 기사가 지하철 계단 등을 오르내리다 넘어져 다치더라도 보상을 받을 길이 요원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버 택배 업종에 고착된 착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다 수수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국제노동기구에서 권장하는 적정 수수료는 10%를 넘지 않는다”며 “수수료 과다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이들의 착취 구조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240 옷에 붙이는 'AI 핀' 스타트업 휴메인 "HP와 매각 협상" 랭크뉴스 2024.06.07
31239 "일본해에 석유? 중국에 강탈당해버렸으면" 日 네티즌들 반응 랭크뉴스 2024.06.07
31238 내주 '美 코앞' 쿠바에 러 핵잠수함 입항…"핵무기 미탑재" 랭크뉴스 2024.06.07
31237 ‘원 구성 시한 D-1’ 물밑 협상에도 평행선···여당 “상임위원 선임안 제출 못 해” 랭크뉴스 2024.06.07
31236 드디어 사람 태우고 우주로…보잉 ‘스타라이너’ 발사 랭크뉴스 2024.06.07
31235 노르망디 80주년…마크롱, 러 겨냥 "우린 약해지지 않을 것" 랭크뉴스 2024.06.07
31234 2년 만에 돌아온 우크라 포로 경악 "뼈만 남았다, 나치 연상" 랭크뉴스 2024.06.07
31233 ‘삼성 위기론’ 속에···이재용 2주간 방미 “고객사 협력 강화, 신성장 발굴” 랭크뉴스 2024.06.07
31232 간헐적 단식 창시자 英 모슬리, 그리스 휴가 중 실종 랭크뉴스 2024.06.07
31231 34세 주민규 맹활약…경기 끝난 뒤 흘러나온 '내 나이가 어때서' 랭크뉴스 2024.06.07
31230 日사도광산 세계유산 심사서 '보류'…'강제노역 설명' 권고(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07
31229 美법원, 징역 4개월 '트럼프책사' 배넌에 "7월1일부터 복역하라" 랭크뉴스 2024.06.07
31228 "배은망덕 음바페" PSG 복수?…보너스·급여 1194억 못 받았다 랭크뉴스 2024.06.07
» »»»»» 수수료만 30~40%… ‘일당 만원’ 지하철 실버택배 랭크뉴스 2024.06.07
31226 [영상]인류 최대·최강 로켓 ‘스타십’, 4번째 발사 시도 끝 귀환 성공 랭크뉴스 2024.06.07
31225 “주가 띄울 수 밖에 없을 걸” 기관 SK㈜에 1000억 베팅 랭크뉴스 2024.06.07
31224 체코서 여객·화물열차 정면충돌…4명 사망(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07
31223 2031년까지 24곳 뚫어본다… ‘광개토프로젝트’ 다시 주목 랭크뉴스 2024.06.07
31222 귀국길 백범이 눈물 흘리며 참배…숨은 독립운동가 백용성 스님 [백성호의 현문우답] 랭크뉴스 2024.06.07
31221 경복궁 지하 10m 왕실 ‘보물의 방’ 열렸다…정조 ‘상하반전’ 친필 랭크뉴스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