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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씨 말리는 ‘포식자’
평창군, 3월부터 포획 시작
제한된 구역에 포상금 적어
4월 후 포획 실적 거의 없어
강원 평창군 평창읍 하리 일대 평창강 여울목에 지난달 18일 민물가마우지가 떼 지어 앉아 있다. 평창군 제공


북한강과 남한강 수계의 일부 자치단체들이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가마우지 포획에 나선 지 70여일이 지났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마우지를 잡을 수 있는 구역이 한정된 데다 수렵인들이 비용 문제를 들어 포획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면 어업인들은 “가마우지의 이동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포획 방식이 계속 유지되면 소탕 작전은 실패할 것”이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다.

2일 강원 평창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3월15일부터 지역 수렵인들의 협조를 받아 본격적인 포획 활동을 시작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으로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데 따른 것이다.

한 마리당 하루 600~700g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민물가마우지는 내수면 어업인들이 가장 꺼리는 새다. 연해주와 사할린 등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철마다 한국과 일본 등으로 내려오던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00년대 이후 텃새화되기 시작해 현재 국내에 2만3000~3만마리가량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창군은 우선 양식장 2곳과 낚시터 1곳 등 3곳을 가마우지 포획 가능 구역으로 지정해 3월 말까지 총기로 60마리를 잡았다. 지난해 초 지역의 한 송어양식장에 가마우지가 난입해 치어 4만5000~5만마리를 잡아먹는 등 피해가 잇따랐던 점을 고려해 양식장과 낚시터를 중심으로 먼저 포획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민물가마우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평창강 일대는 해당 지역에 어업권을 가진 내수면 어업인이 없다는 이유로 포획 가능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낚시터업과 양식업, 내수면 어업 분야에서 가마우지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해야 자치단체는 현장조사를 거쳐 주변 지역을 포획 가능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정병엽 평창군 환경과 주무관은 “양식장과 낚시터 주변에서 포획 작업을 벌여도 가마우지가 평창강 쪽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날아오기에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수렵인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가마우지를 한 마리 포획하면 2만원을 받는다. 반면 고라니(5만원)와 멧돼지(27만원) 등 유해조수를 잡으면 보다 많은 포상금을 받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렵인은 “낮 시간대 경찰관서에 보관된 총기를 찾아 가마우지를 잡는 것보다 야간에 고라니나 멧돼지를 잡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월 이후 평창 지역의 가마우지 포획 실적은 거의 없는 상태다. 북한강 상류에 있는 양구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양구군은 지난 3월 기동포획단을 꾸려 2개월여간 소탕 작전을 벌인 끝에 477마리를 잡았다. 당초 목표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포획 가능 구역이 아닌 서천 등 지류에 가마우지 떼가 몰려다니며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가마우지를 포획하기 위해 보통 2시간가량 배를 운항하는 데 50ℓ의 휘발유가 소요되는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양구군은 수렵인들에게 포상금과 함께 유류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인제군은 지난 4월 말까지 가마우지 117마리, 영월군은 같은 기간 10마리를 포획하는 데 그쳤다. 반면 정부는 총기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을 고려해 포획 가능 구역을 확대하는 데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희 양구군 생태자원팀장은 “효과적인 가마우지 퇴치를 위해서는 수렵인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지역 실정에 맞게 포획 가능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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