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통령실·정부 관계자·여당 의원들과 
채 상병 외압 국면 최소 40차례 연락 
범정부적으로 사건 관리했을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하며 이종섭(왼쪽) 전 국방부 장관에게 훈련상황에 대해 묻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해병대 수사단이 해병대원 사망 관련 지휘라인의 범죄 혐의를 따져 경찰에 넘기고 있던 무렵,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정부·여당 고위관계자들과 수십 차례 연락(통화·문자메시지)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세 차례 전화통화를 한 다음 연락이 부쩍 잦았는데,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 후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 고위관계자 등이 긴박하게 움직였던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죄 재판과 관련해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사실조회회신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대통령실·정부 고위관계자들, 여당 의원들과 최소 40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해당 기간엔 ①이 전 장관의 수사기록 경찰 이첩 보류 지시(7월 31일) ②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수사기록 회수(8월 2일) ③국방부 조사본부의 채 상병 사망사건 재검토 착수(8월 9일)가 이뤄졌다.

이 전 장관이 받은 연락 중 30번은 8월 2일 오후 3시 이후에 몰렸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18여 분간 직접 통화했다. 그 이후 통화가 집중됐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방부 등 관계부처가 사태 수습을 위해 긴박하게 연락을 주고받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 전 장관의 연락 대상은 대부분 대통령실 인사들이었다.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은 지난해 8월 4~7일 이 전 장관과 일곱 차례 통화와 한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김 처장은 군 복무 시절 이 전 장관과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해 이 전 장관에게 조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조태용 전 실장, 김태효 1차장, 임종득 전 2차장도 각각 한두 차례씩 이 전 장관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임기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보고를 받고 '격노'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7월 31일 오후 3시경 이 전 장관과 11분 넘게 통화했다.

이밖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4~7일 다섯 차례 통화와 세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 장관은 행안부 소속 경찰청에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자료를 다시 돌려받는 문제 때문에 소동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해 8월 2~6일 이 전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지난해 7월 28일 이 전 장관과 네 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등 여당 의원들과 이 전 장관 간의 통신 기록도 남아 있었다.

통화 경위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당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지난해 8월 1~12일) 지원과 관련해서 (한 총리 등과)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 기록에 대해서는 "시간관계상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인사 조치 검토 지시와는 무관하다"고도 했다.

이 전 장관 측 해명대로 업무 범위가 광범위한 국방부 장관의 모든 통화가 '채 상병 사건'에만 국한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당시 윤 대통령의 반응이나 대통령실·국방부의 분위기로 미뤄볼 때 이 중 상당수 통화는 해당 사건 수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일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 등을 상대로 통화한 이유나 통화 내용 등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361 검찰총장, 김 여사 소환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랭크뉴스 2024.06.04
25360 북 ‘오물 풍선 재개’ 위협에도…정부, 삐라 살포 자제 요청 안한다 랭크뉴스 2024.06.04
25359 정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검토 중”···국시는 ‘일단’ 예정대로 랭크뉴스 2024.06.04
25358 "전화한 적 없다"던 신원식·이종섭, 이첩 전후 13차례 통화 랭크뉴스 2024.06.04
25357 대통령실 통화 직후 바뀐 임성근 거취‥임성근 구하기? 랭크뉴스 2024.06.04
25356 최목사 청탁 이후 전화한 대통령실 직원 "서초동 연락받았다" 랭크뉴스 2024.06.04
25355 "부잣집서 숙식 해결" 月 천만원 버는 여대생들…무슨 일 하기에? 랭크뉴스 2024.06.04
25354 뉴욕증시, 제조업·고용지표 발표 앞두고 혼조세 랭크뉴스 2024.06.04
25353 이원석 검찰총장, 민주당 ‘이화영 회유 특검’ 발의에 “검찰 겁박이자 사법 방해” 랭크뉴스 2024.06.04
25352 육·해·공 훈련 빗장 풀려…우발 충돌 예방 ‘완충지대’ 사라졌다 랭크뉴스 2024.06.04
25351 천연가스 29년·석유 4년치 매장 추정…"삼성전자 시총 5배 가치" 랭크뉴스 2024.06.04
25350 강형욱 옹호한 前 직원 "훈련사계 하버드... 욕한 적 없다" 랭크뉴스 2024.06.04
25349 尹, 아프리카 10개국 릴레이 정상회담... “함께 미래로" 랭크뉴스 2024.06.03
25348 “삼성전자 시총 5배 가치…2035년 상업개발” 랭크뉴스 2024.06.03
25347 최재영, 명품 사진 보내자…김건희 “한번 오시면 좋죠” 랭크뉴스 2024.06.03
25346 '휴양지' 몰디브, 이스라엘 입국 금지 조치… 팔레스타인 연대 차원 랭크뉴스 2024.06.03
25345 인도 선관위 “6억4200만명 총선 투표···세계 최다 기록” 랭크뉴스 2024.06.03
25344 서로 끌어안고 버텼지만…급류에 갇힌 세 친구 '마지막 포옹' 랭크뉴스 2024.06.03
25343 정부는 왜 9·19 군사합의 ‘폐기’ 아닌 ‘효력 정지’ 카드를 빼들었을까 랭크뉴스 2024.06.03
25342 권도형 미국행 주장한 몬테네그로 법무장관 “내가 인도국 결정권자” 랭크뉴스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