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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파견 근로자 모집에 4만 명 몰려
까다로운 조건 거쳐야 한국행 비행기 올라
"일본 엔화 가치 하락으로 돈 모으기 어려워"
베트남서 한국 취업 미끼 금전 사기도 기승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숙련기능인력(E-7) 비자를 통해 한국으로 향하는 베트남 청년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한국에 일하러 갈 때 낼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이 친척들에게 1억 동(약 536만 원)
을 빌렸다. 한국은 임금 수준이 높고 베트남 노동자에 대한 처우나 생활 환경이 좋다고 들었다.
시험을 잘 본 뒤 꼭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싶다.”


지난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이 진행된 베트남 하노이 외곽 국립 SONA해외인력양성학교 교육장에서 만난 현지인 황반뚜안(23)은 한국 제조업체에 취업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뚜안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우선 이날 시험에서 110점(제조업 분야 기준·200점 만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는 “집에서 모의 시험을 쳤을 땐 160점을 받았는데 막상 현장에 오니 떨린다”며 고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교육장은 뚜안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어 시험에 응시한 20, 30대 청년들로 북적였다.

지난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이 진행된 베트남 하노이 외곽 국립 SONA해외인력양성학교 교육장에서 응시자들이 고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한국어 시험 지원 역대 최대 규모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EPS)는 한국의 저숙련 외국인력 도입 핵심 창구다. 이 가운데 EPS-TOPIK은 한국 파견 근로를 희망하는 청년이 통과해야 하는 1차 관문이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산하 해외노동센터에 따르면
올해 이 시험에는 베트남인 4만5,000명이 지원했다. 시험
시행 20년래 최대 인원
이다.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에 따라 올해 양국 정부가 합의한 인원(1만5,400명)보다
3배나 많다
. 특히 제조업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양국은 제조업 분야에 1만1,246명을 뽑기로 했는데, 올해 3만6,000여 명이나 지원했다. 경쟁률이 3대 1인 셈이다.

한국어만 잘한다고 한국에 갈 수는 없다. 다음 달 중순까지 하노이, 호찌민, 타인호아, 다낭에서 치러지는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2차 기능시험 관문도 넘어야 한다. 3~5년의 계약기간
보증금(1억 동)도 예치해야 하고, 나이 제한(18~39세), 키·체중 제한까지 있다.
가족·친지 중 과거 한국에 불법 체류한 기록이 있어도 선발에서 제외된다. 최종 합격자 중 일부만 E-9 비자를 받고 이르면 올해 말 한국 땅을 밟게 되는 셈이다.

지난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이 진행된 베트남 하노이 외곽 국립 SONA해외인력양성학교 교육장에서 응시자들이 진행 요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엔화가치 하락 탓 일본 제외”



까다로운 조건과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 노동 현장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돈’이다. 노동보훈사회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서 일할 경우 평균 월 1,800달러(약 245만 원)를 번다. 베트남 노동자 월평균 소득(약 710만 동·38만 원)보다 6배 이상 많다.

베트남 내에서 한국 문화 인기가 높아지고, 엔저 효과로 일본의 인기가 떨어진 점도 영향
을 미쳤다. 교육장에서 만난 응우옌후엔짱(21)은 “부모님은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을 추천했는데, 현재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엔화 가치 하락 탓에 돈을 모으기 어렵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평소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자주 접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한국이 대만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내 높은 베트남 청년 실업률(11.5%·작년 4분기 기준)도 국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숙련기능인력(E-7) 비자를 통해 한국으로 향하는 베트남인 쯔엉반다이(왼쪽 두 번째)가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한국 취업, 공식 경로 통해달라” 경고



한국 일자리 인기가 높아지면서 간절히 한국행을 바라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사건도 극성을 부린다. 최근
베트남 매체에는 베트남 브로커들이 한국 노동 비자를 미끼로 자국인들에게
취업 사기를 벌이다 공안에 체포됐다는 이야기가 연일 보도
된다.

브로커들은 주로 농·어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한국 단기취업(C-4) 비자와 계절근로(E-8) 비자 절차·조건이 E-9 비자보다 덜 까다롭다는 점을 내세운다.
“나이가 많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돈을 내면 확실하게 한국을 갈 수 있고 한 달에 최소 4,000만 동(약 214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
하는 식이다.

지난달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에서 한국 계절근로(E-8) 비자를 미끼로 한 취업 사기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토로하고 있다. 베트남 VOV 캡처


계절근로 비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간 협약(MOU)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인력 송출이 중개업자가 아닌 지자체와 소관 부처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행에 목마른 이들은 고용허가제의 치열한 경쟁과 까다로운 조건을 피하면서도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브로커에게 돈을 줘,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베트남 노동 당국은
“한국으로의 인력 송출을 희망한다면 반드시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
했다.

지난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이 진행된 베트남 하노이 외곽 국립 SONA해외인력양성학교 교육장에서 한 응시자가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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