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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후보자 만 70세 미만으로 규정
대한축구협회 2020년 정관 변경해
경력 많은 축구인, 기업인들 출마 어려워
"FIFA 규정 따랐다" 해명... FIFA는 나이 제한 없어
AFC도 회장 후보 나이 제한 두지 않아
야구·농구 등 국내 다른 스포츠 회장 70세 이상
"정 회장, 협회 사유화 합리적 의심 들게 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축구계의 거센 퇴진 압박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단독 출마 등 4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회장 출마 자격에 나이 제한을 건 협회 정관이 도마에 올랐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현실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능력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나이로만 후보자 제한을 거는 건 연령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의 연임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인사의 출마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2일 협회 정관 제23조의2(회장선거 후보자 등록) 2항에 따르면 '회장선거 후보자는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인 자'여야 한다. 이는 2020년 9월 신설됐다. 2013년 취임해 2021년 1월 3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은 1962년생으로 올해 만 62세라 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회장 임기가 4년인 만큼 앞으로도 2번 더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정관 캡처 화면


연령제한에 애초 회장 꿈도 못 꾸는 후보자들


문제는 협회 규정으로 인해 경력이 많은 축구인들이나 축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들의 회장 출마가 저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관 개정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3연임은 물론, 그 이후까지 멀리 내다보고 경쟁자들을 쳐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관 변경의 경우 회의를 열어도 뭉뚱그려 설명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당시 회의 참석자들도 그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없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만 70세 미만'으로 회장 후보자 범위를 좁히면 한때 정 회장의 대항마로 거론됐던 권오갑(1951년생)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협회장 선거 출마 이력이 있는 축구선수 출신 허승표(1946년생) 피플웍스 회장은 물론이고, 축구계 전설 차범근(1953년생) 전 감독은 나이 제한에 걸려 출마조차 하지 못한다. 정몽준(1951년생) 전 회장이나 조중연 전 회장(1946년생)의 복귀도 불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집 캡처화면


FIFA에 없는 FIFA 규정 따랐다?


2020년 정관 변경 때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정관 변경이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해명했지만, 이 또한 맞지 않다. FIFA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비난받던 2012년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회장의 임기를 4년씩 두 차례 최대 8년으로 제한하고 후보자 연령을 72세 이하로 정하려 했지만, "연령 제한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박에 부딪혀 논의를 철회했다. FIFA 공식홈페이지에 게시된 정관에도 회장 후보자 등의 나이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AF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는 집행위원 나이를 70세까지로 정하고 있어서 이걸 준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IOC와 AFC도 회장 후보 자격에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 2월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모습. 서재훈 기자


다른 주요 스포츠 협회 회장들은 '70세 이상'


회장 후보자 나이 제한은 국내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정관이기도 하다. 한국야구위원회 허구연 총재는 1951년생으로, 2022년 당선 당시 만 71세였다. 대한농구협회 권혁운 회장은 1950년생이라 2021년 당선 때 만 71세였고, 오한남(1952년생) 대한배구협회장은 임시 시작 때 이미 만 70세였다.

축구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70대 이후에도 충분히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은데 고령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도 "FIFA는 물론, 다른 종목에 없는 나이제한을 왜 축구에만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 회장이 협회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AFC 총회에서 집행위원에 선임되는 등 4연임을 위한 사전포석을 깔고 있다. 국제기구 활동을 위해 임원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대한체육회 예외 조항에 따라 당초 1회로 제한됐던 연임이 추가적으로 가능하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 대한민국 대 태국 경기가 열린 3월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정몽규 OUT' 손피켓을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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