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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전주 세월호 분향소. 60대 남성이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사진제공:전북소방본부)
■ "종교 떠올라 불 질러"…60대 노숙인 구속영장

지난 19일 밤 8시 30분쯤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에서 불이 났다가 10분 만에 꺼졌습니다.

빈 천막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천막엔 쉽게 탈 것들이 많았던지라 불길 잡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경찰이 불이 났을 당시 주변 CCTV를 확인해 보니 한 남성이 세월호 천막에 대고 자꾸 라이터 불을 댕기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불이 잘 안 붙자 종이 쇼핑백을 주워와 불을 붙인 뒤 천막에 던지는 장면도 찍혔습니다.

경찰은 20시간 정도 지나 이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방화 용의자는 멀리 도망가지 않고 바로 근처인 한옥마을 벤치에 누워있다가 체포됐습니다. 붙잡힌 60대 남성은 정해놓고 사는 곳 없이 풍남문 광장 등에서 노숙해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이 왜 불을 질렀는지 묻자 남성은 "어떤 종교 때문에 가정이 깨졌는데 세월호 천막을 보니 그 생각이 났다"고 진술했습니다. "그 종교가 쓰는 천막인줄 알고 불을 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불에 탄 전주 세월호 분향소. 바로 뒤 천막은 이태원 분향소(사진제공:전북소방본부)
■ 서울 제외 전국 유일 세월호 분향소…다시 문 열 예정

전주 풍남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는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이병무 세월호 분향소 지킴이는 "불에 탄 천막은 새것으로 바꿨고, 영정도 곧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곳인데, 훼손된 채 둘 수 없어 활동가들이 모여 빠르게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앞서 행정대집행을 통해 분향소를 철거하려다 갈등을 빚은 전주시도 자진 철거 논의를 이어가되 당장 강제 집행에 나서진 않을 방침입니다.

풍남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는 서울을 빼면 전국에 딱 하나 남은 분향소입니다. 2014년 처음 세워졌는데, 2017년 한 차례 천막을 걷어냈다가 이듬해 다시 설치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재정비하고 있는 세월호 분향소(사진제공:전북 전주 세월호분향소)
■ "천막 걷어내라"…반복된 철거 논란

우범기 전주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세월호 분향소 철거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2022년 7월 연거푸 3차례 계고를 내면서 의지를 드러냈고 천막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끊기도 했습니다.

전주시는 분향소를 철거해야 하는 이유로 우선 세월호 참사가 전주와 직접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 풍남문에 있는 것처럼 천막 형태의 세월호 분향소는 이제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안산과 진도, 인천 등은 건물 내부에 별도의 시설 '기억관'을 꾸려서 운영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주시는 분향소 위치가 한옥마을 바로 앞인 만큼 많은 관광객 또 많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놔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입니다. 주변 상가와 시민들로부터 철거 민원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첫 계고를 날리고 2년 동안 대집행을 통한 강제 철거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분향소를 행정 기관이 힘으로 걷어낸 전국 첫 사례란 오명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은 세월호 분향소 바로 뒤편에 선 '이태원 분향소'를 전주시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태원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꾸려지는대로 천막을 걷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맞춰 세월호 분향소와도 철거 논의를 다시 시작해볼 요량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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