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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찰이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으로 유인한 A씨의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대학 동문 등 피해자 수십 명을 상대로 불법 합성 영상을 만들어 퍼뜨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탓에 이들의 신상이 알려지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서울대 출신 30대 남성 A씨와 B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 및 반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한 피해자 수십 명의 불법 영상 합성물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학 동문들의 졸업사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했다. A씨와 B씨의 출신 학과나 학번 등이 알려지면 피해자들의 신상도 유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지난 2년간 피해자들을 도와 범인을 추적해 온 원은지 미디어플랫폼 얼룩소 에디터(추적단불꽃 활동가)는 이번 사건의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고인(피의자)의 신상을 유추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보면 (해당 사이트에) 신고해달라”며 “과도한 피고인 신상 추측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원씨는 “피고인의 정보를 추측하는 과정에서 언급되는 학과, 학번, 이름, 나이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은 누가 피해자가 됐는지 금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은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특성이 있어서 피해자를 특정하면 포털사이트에서 피해물을 검색해 찾아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성범죄 사건에선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선 사건 피의자와 n번방 가입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약 293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은 이른바 ‘지인능욕’ 사건에서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직장인 강모씨(26)는 “다른 사건에선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라고 했을 법한데 이 사건은 신상이 노출됐을 때 피해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겠더라”며 “(원씨의) 글을 읽고 만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해자의) 신상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신고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모씨(23)는 “영상이 언제, 누구에게 돌아다닐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제일 끔찍하다”며 “가해자를 비난하려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서 또다시 범죄에 소환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이 피해자들의 잇딴 고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는 사실도 이런 생각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강씨는 “수사기관이 더 빨리 보호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나라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주말 공개된 BBC의 ‘버닝썬 영상’을 보면서도 화가 났는데 이번 서울대 사건까지 집단 성범죄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모습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피해자들의 단체 고소를 접수하고 4차례 수사를 벌였으나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재수사 지시를 받아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검거한 일당 5명 외에도 피해자들이 특정했던 다른 서울대 졸업생 C씨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지만 서울고법이 피해자들이 낸 재정신청을 인용해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대는 이날 “향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구성원들이 더욱 경각심을 갖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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