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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마비 환자가 걸었다…‘뇌-컴퓨터 연결’ 5년내 상업화 경제+ “텔레파시죠.” 한 뇌과학 전문가에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웬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싶지만 뇌에 전극(칩)을 심어 컴퓨터 등 각종 기기와 연결해 마음을 읽는 BCI 기술의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인간의 뇌 신호만으로 머릿속에 떠올린 단어를 인공 음성으로 구현하는가 하면, 소셜미디어(SNS)에 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다. 뇌파를 활용해 혀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제어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개인 뇌 정보를 해킹당할 위험은 없을까? 이미 시작된 BCI 혁명과 비즈니스의 미래를 짚어봤다.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 3월 사지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29)의 영상을 공개했다. 뇌에 뉴럴링크 BCI 칩을 삽입한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는 동시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눴다. 이 영상이 공개된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보가 보여준 멀티태스킹 능력에 대해 “기존 BCI에선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짚었다. 사람 뇌 신호를 해독하는 BCI가 동시에 여러 사고를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을 구현하는 건 기술이 그만큼 고도화됐다는 뜻이다.

뇌신호 읽어 외부장치 작동…BCI 최종목표는 ‘텔레파시’
뇌에 BCI 칩을 이식한 사지마비 환자가 착용형 로봇을 제어하는 모습. [사진 클리나텍 유튜브]
일론 머스크의 이름값과 자본으로 2016년 창업된 뉴럴링크가 BC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린 건 맞다. 하지만 뉴럴링크만 있는 건 아니다. 블랙록 뉴로테크나 싱크론 등 미국 내 경쟁업체들도 만만찮은 BCI 기술을 선보여 왔다. 싱크론은 루게릭병 환자가 타자를 치지 않고 SNS에 글을 올리게 했고,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팀은 하반신마비 환자 뇌에 전극을 심어 움직이려는 신호를 척수에 전달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뇌 안에는 정보를 전류 형태로 전달하는 ‘뉴런’이 1000억 개 있다. 뉴런이 생산하는 신호(전기장)를 수집한다. 뇌 신호에는 눈 깜빡임부터 심장 박동 등 여러 필요 없는 신호들까지 잡음처럼 섞여 나온다. 이를 제거하고 중요 정보를 구분한다. ‘왼쪽 팔을 움직일 때는 A, 화가 나면 B’ 등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뇌 신호를 파악한다. 한 사람의 뇌 신호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추출된 신호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구분한다.

뇌 신호를 얼마나 잘 읽는지가 BCI 수준을 가른다. 방법은 두 가지. 수술로 머릿속에 칩(전극)을 넣는 ‘침습’형, 두피에 센서를 붙여 뇌파를 수집하는 ‘비침습’형이 있다. 비침습은 침습보다 쉽지만, 뇌 신호가 두개골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강도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뉴럴링크의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BCI 시장은 2022년 17억4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2030년 61억8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로 4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범용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비침습형’ BCI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스트레스 관리와 숙면을 돕는 멘털 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출시했다. 무선 이어폰으로 일상에서 사용자의 뇌 신호를 측정해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하는 기기다. 현대모비스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M.Brain)’을 2021년에 개발했다. 경기도 버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1년간 엠브레인을 시범 적용한 결과, 졸음운전 부주의를 30%가량 낮췄다.

뉴럴링크·싱크론 앞서나가…빅테크들도 ‘뇌 패치’ 연구
졸음운전 예방효과를 입증한 현대모비스의 ‘엠브레인(M.Brain)’. 엠브레인은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뇌파를 감지해 시각(운전석 주위의 LED), 청각(헤드레스트 스피커), 촉각(진동시트) 등 다양한 감각기관으로 부주의 운전을 경고한다. [사진 현대모비스]
빅테크도 BC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모회사 알파벳의 연구개발 시설 X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BCI 기반 ‘스마트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BCI 업계 관계자는 “뇌파 측정 패치를 붙이면 생각대로 집 안 전자제품을 끄고 켤 수 있는 하드웨어 개발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8년 BCI 연구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과 뇌파 등을 활용해 혀로 AR·VR 헤드셋을 조작하는 ‘텅탭(Tongue Tap)’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뇌에 칩을 삽입’하는 결정은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침습형 BCI 기업들은 의료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주로 사지마비 환자, 뇌 손상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기술이다. 투자금도 쌓이고 있다. 뉴럴링크는 투자금 유치 규모가 누적 3억 달러(4100억원) 이상이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지난해 벤처 펀드를 통해 싱크론에 7500만 달러(1000억원)를 투자했다.

김경진 기자
싱크론은 스텐트로드(stentrode)라는 뇌 신호 전송장치를 개발했다. 금속으로 된 그물망 곳곳에 작은 전극이 걸려 있는 형태다. 이 그물망을 일반 스텐트 시술처럼 환자 혈관에 삽입해 뇌 혈관까지 밀어넣는다. 현재는 상업적 승인을 얻기 위해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퇴행성 질환인 루게릭병,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환자 등이 대상이다.

2019년 마비 환자 머리에 ‘위매진(Wi magine)’이라는 칩을 삽입해 착용형 로봇을 제어하는 영상을 공개한 프랑스의 의료기기 스타트업 클리나텍도 있다. 클리나텍은 두개골 일부를 잘라내, 그 자리에 위매진을 임플란트처럼 심는다. 일종의 ‘인공 두개골’인 셈이다.

정천기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의 ‘사람 뇌 기능 연구실’에서는 언어 BCI를 연구한다. 현재 ‘뼈’ ‘오른쪽’ 등 특정 단어를 말했을 때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재해독해 다시 인공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 등을 성공시켰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에서도 뇌 청각 피질의 활동 신호를 읽어 음성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비침습형 BCI 기술에도 진전은 있다. 김동주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는 AR 기술과 특정 주파수로 깜빡이는 빛을 주시했을 때 뇌의 시각 관련 영역에서 동일한 주파수가 나오는 ‘정상 상태 시각 유발 전위’(SSVEP) 기술, 시선 추적 기술 등을 결합해 사지마비 환자를 위한 휠체어와 로봇팔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군사분야서도 BCI 연구 활발…한국선 ‘뇌에 칩’ 허용 안돼 국내 스타트업은 손에 꼽힌다. 대표 주자로는 지브레인, 와이브레인 등이 있다. 지브레인은 뇌 손상 없는 최소 침습형 칩 기술이 경쟁력이다. 아직 정부 허가가 나진 않았지만, 자체 개발한 칩 ‘핀어레이(Phin array)’는 안정성이 높고 얇은 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할 계획이다. KAIST 출신이 모여 설립한 와이브레인은 전자약 강자다.

최근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생각으로 사물을 동작시키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BCI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책 『뉴럴링크』의 저자 임창환 교수는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환자가 고령화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 앞으로 진짜 메인은 전자약 시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방 분야도 BCI 도입을 서두르는 분야.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19년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6가지 경로’ 자료를 통해 병사들이 교전을 벌이면서 드론을 제어하고 지휘부와 소통하는 미래상을 보여줬다. 내 뇌 정보가 해킹 당해 나의 모든 행동과 사고 체계가 외부로부터 통제당할지 모른다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도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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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뇌에 칩 심자 마비 환자 걸었다…‘텔레파시’ 8조 시장이 온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7329

뭐하러 ‘PPT 노가다’ 합니까, “만들어줘” 한마디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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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배민도 망한 걸 어떻게? 日서 통한 K스타트업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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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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