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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5월13일

<이토록 아름다운 밤…‘태양 폭풍’이 만든 오로라> 호주 멜버른 시민들이 21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양 지자기 폭풍이 발생한 11일 밤(현지시간) 포트필립 베이에서 밤하늘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오로라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1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양 지자기(지구가 갖고 있는 자기) 폭풍이 발생해 형형색색의 오로라가 지구촌 밤하늘을 물들였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이 현상이 관찰됐지요. 전문가들은 이 오로라가 지자기 폭풍 과정에서 나온 태양풍이 지구 대기에 있는 자기장과 마찰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태양 폭풍’이라는 우주 현상이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을 띤 이미지로 표현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진 제목에도 ‘아름다운 밤…’이라는 단어가 끼었습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이 우주 현상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전파재난 위기 경보 ‘주의’를 발령했지요. 미 국립해양대기청도 고주파 통신·인공위성 추적 장치(GPS) 시스템 기능 저하와 전력망 불안정을 경고했습니다. 그저 보기 좋은 사진은 아닌 겁니다. 인류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파괴한 자연은 재난이라는 대가를 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힘이 닿을 수 없는 자연 현상은 아름답고도 두렵습니다.

■5월14일

<명품 가방·채 상병 사건 특검 없이 의혹 풀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주거 침입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최재영 목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왼쪽 사진)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 299일만인 13일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의혹을 받는 최재영 목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습니다. 비슷한 시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경북경찰청에 출석했습니다. 두 사건은 경향신문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지요. 지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불과 열흘이 지난 이 날 법무부는 검찰 간부들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교체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신임 서울지검장이 됐지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어느 한 장만 고를 수 없어 두 장을 나란히 1면에 썼습니다.

■5월15일

<그림 속 얼굴, 닮았나요?>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명여고에서 교사들이 제자들이 그린 자신들의 캐리커처를 감상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젠가부터 스승의 날에 교사들이 웃는 사진이 드물어졌습니다. 스승의 날과 관련한 사진으로 1면에 쓰려는데 마땅한 사진이 없었습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교사와 제자들이 한 앵글 안에서 어울리거나 왁자하게 웃는 사진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습니다. 교사들을 위한 이벤트들이 곳곳에서 마련됐지만 (1면 사진으로 선택할) 마음을 건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추락한 교권과 교육 현장의 현실이 ‘사라진 사진’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라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이었습니다.

■5월16일

<5월에 눈 내린 설악산… 강원 북부 대설주의보> 15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인근에 눈이 쌓여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7시20분 강원 북부 산지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눈은 16일 아침까지 1∼5㎝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5월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2021년(5월1일) 이후 3년 만이다. 자료가 확인되는 1996년 이후 5월 중순에 대설특보가 발령된 사례는 없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20여 년 전 4월 말(아마도 4월30일)에 눈이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밤에 야근하던 선배가 스케치를 나갔고, 알이 굵은 눈이 아니라 진눈깨비로 내리는 눈을 ‘그림이 안 된다’며 그저 눈으로만 보고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다음날 타사 몇 곳에서 눈(처럼 보이게 찍은) 사진을 썼고, 야근했던 선배는 시말서를 써야 했습니다. 그날 알았습니다. 봄에 내린 눈은 ‘큰 뉴스’라는 것을요. 이미 1면 사진이 정해진 상황이었고, 저녁 뉴스에 강원 산간 대설주의보라는 자막이 흘렀습니다. 4월도 아닌 5월 중순에 눈이라니요. 야간 상황에 사진이 들어오겠나 하고 퇴근했습니다. 이날 야근한 후배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제공한 눈 사진이 들어왔다고 보고를 해왔습니다. 사진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지면 어디든 써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눈 사진으로 1면이 바뀌었습니다. 봄에 눈이 내리면 그 밤의 진눈깨비와 억울해하며 시말서를 쓰던 그 선배 생각이 납니다.

■5월17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후보 경선에서 우 의원에게 패한 추미애 당선인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공식 오찬을 마친 뒤 마넷 총리와 뺏 짠모니 여사를 배웅하고 있다. 김 여사가 공개 일정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순방 귀국 이후 153일 만이다. 대통령실 제공


‘베스트 컷’이 반드시 1면 사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날 제가 꼽은 최고의 사진은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 사진입니다. 예상을 깨고 국회의장 후보가 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고, 그 사이로 우 의원에게 패한 추미애 당선인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표정이 담긴 사진입니다. 후보 경쟁과 결과를 함축하는 좋은 사진이라 생각합니다. 회의에서 1면 사진으로 낙점을 하고 난 뒤에도 단서가 붙었습니다.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공식 오찬에 참여한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나오면 그 사진이 1면이 되는 거로 정리가 됐지요. 김건희 여사는 이날 153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사진을 공개할지 말지를 오래 고민하다가, 딱 3장을 공개했습니다. 국회의장 선출 사진이든 김건희 여사 사진이든 1면에 쓸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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