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의 앱 대표 이미지.

“네이버가 좀 더 진실되고 구체적인 입장을 주는 것이 정부가 네이버를 돕는 데에 최대한 유리할 것이다. 구체적 입장을 기대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13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에 대해 내놓은 입장 설명이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10일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앞세워 일본 정부에 뒤늦은 유감 표명을 한 한국 정부가, 이후에도 주말 내내 ‘반일정서’가 끓어오르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자 월요일(13일)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설명에는 지난달 일본의 ‘선 넘은’ 행정지도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을 ‘네이버 탓’으로 막아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정부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의 유감 표명이 뒤늦다’고 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자꾸 상황이 꼬이고 국민이 의혹을 갖는 이유는 ‘도와주려 해도 진실되게 입장을 알려주지 않는 네이버’ 때문이며, 네이버만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더 잘 도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발언은 ‘네이버도 원래 일본 사업 힘들어 진작부터 라인 지분을 팔려고 했다’, ‘네이버가 좋은 가격에 라인 지분 팔게 돼 좋아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괜히 일본에 항의해 훼방 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 등의 말이 덧붙여지며 힘이 세진다.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이자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일본 기업에 지분을 넘기라”고 법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 지도’ 방식으로 압박한 사실이 명약관화해졌는데도 ‘기업 이익 논리’로 정신승리를 하는 듯하다.

‘안은 차갑고 밖은 너무 뜨겁다.’ 최근 밖으로는 들끓는 여론과 양쪽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고, 안으로는 소프트뱅크와의 협상 테이블에 서야 하는 네이버의 상황이다. ‘일본 정부에 굴종하는 네이버’, ‘직원들의 반대에도 라인을 넘겨주는 네이버’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면서, ‘경영권 프리미엄’도 못 챙기고 헐값에 경영권만 잃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네이버는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는 중이다.


애초부터 이번 협상이 라인야후의 지주회사 에이(A)홀딩스의 지분을 절반씩 가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두 기업 사이의 거래로 그치는 문제였다면 이번 일은 ‘라인야후 사태’라 이름 붙여질 이유가 없었다. 협상 전략이나 진행 상황을 낱낱이 정부와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 한국 정부가 ‘솔직하라’고 경고를 날릴 대상은 네이버가 아니라 일본 정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318 오동운 오늘 인사청문회…채상병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될 듯 랭크뉴스 2024.05.17
22317 63세 아내∙26세 남편 '감격의 임신'…3전4기 끝 부모 된다 랭크뉴스 2024.05.17
22316 “김호중, 유흥주점 대리 차로 귀가했다가…” 그날 행적 랭크뉴스 2024.05.17
22315 정비사업 이 정도로 얼어붙었나…공매로 넘겨진 중화3구역 랭크뉴스 2024.05.17
22314 [단독] 교원라이프 ‘펫 상조’ 진출...오너家 2세 장동하 대표 복귀로 성장 박차 랭크뉴스 2024.05.17
22313 '횡령·배임 혐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구속영장 기각 랭크뉴스 2024.05.17
22312 인천 교회서 살던 10대 여성 숨져…‘학대 혐의’ 50대 신도 체포 랭크뉴스 2024.05.17
22311 권총 쥔 흑인에 무조건 발포 면죄부? 미국 내 '총격 정당방위법' 논란 재점화 랭크뉴스 2024.05.17
22310 뉴욕증시, 다우 장중 4만선 돌파…3대지수 최고점 찍고 반락 마감 랭크뉴스 2024.05.17
22309 “전두환 우상화 함께 막아주세요” 5·18 광주 찾는 전씨 고향 시민들 랭크뉴스 2024.05.17
22308 유흥 범람, 대마 합법화... 한국인 타깃 '동남아 마약범죄' 주의보 랭크뉴스 2024.05.17
22307 빅5 병원 전임의 10자리 중 7자리 찼다…의료정상화 마중물 될까 랭크뉴스 2024.05.17
22306 전국 238곳 울렁울렁…초대박 출렁다리도 결국 발길 끊겼다 랭크뉴스 2024.05.17
22305 [단독]“영웅 대통령 존경하자”…전두환 생가에 ‘우상화 싹’이 자란다 랭크뉴스 2024.05.17
22304 美 다우지수 장중 사상 첫 40,000선 돌파…3년 반만에 10,000p↑(종합) 랭크뉴스 2024.05.17
22303 [단독]尹 "당을 부하로 생각하지 않는다" 초선 당선인과 150분 만찬 랭크뉴스 2024.05.17
22302 27년 만의 의대 증원 '속도'…의정갈등 지속 전망 랭크뉴스 2024.05.17
22301 [사설] ‘어의추’ 아닌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명심'에 대한 경고다 랭크뉴스 2024.05.17
22300 與 뉴페이스 만난 尹…'경청모드'로 당정소통 확대 랭크뉴스 2024.05.17
22299 법원 결정 불복하고 집단행동 이어가겠다는 의사들 랭크뉴스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