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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외환 당국의 대응 조치 등의 영향으로 4월 외환보유액이 6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외환 역사상 세 번째로 1350원 선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는 변동성이 유난히 심해져 앞날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수준 자체는 ‘킹달러’, ‘갓달러’라는 용어가 나왔던 2022년 11월 이후 여전히 높다. 과연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이탈과 악순환 고리가 예상되는 1400원을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 ‘숙취’가 변수로각종 금융변수는 해당 국가의 ‘머큐리(mer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을 고려해 예측한다. 하지만 통화교환비율인 환율은 상대국의 양대 요인, 이를테면 원·달러 환율의 경우 미국의 머큐리와 마스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두 요인이 충돌될 때는 머큐리 요인을 중시해 환율을 예측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우려되는 것은 연초 예측기관이 발표한 환율 자료를 보면 미국의 마스 요인에만 치중해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점이다. 지난해 12월 점도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여섯 차례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예측기관은 Fed의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에는 달러인덱스 80, 엔·달러 환율 125엔, 원·달러 환율 12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숙취(hangove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Fed의 1선 목표인 물가지표에 헤드 페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4%로 한 달 전 3.2%보다 높게 나오자 지난 3월에서 5월로 넘어온 금리인하 시기가 여름 휴가철 이후로 넘어가고 있다.

머큐리 요인에 있어서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는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예상돼 달러인덱스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질적으로도 완전고용하에 물가가 통제되고 연착륙이 가능해 달러인덱스 구성국가에 비해 가장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스 요인도 금리를 크게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Fed의 통화정책 잣대가 되는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에 비해 높은 여건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내리면 ‘볼커의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볼커의 실수란 1980년대 초 당시 폴 볼커 Fed 의장이 물가가 다 잡히기 전에 금리를 내려 다시 오른 현상을 말한다.

최근 대내외 환율변수는 1년 5개월 전과 너무나 유사하다. 원·달러 환율뿐만 아니라 양대 대외환율변수인 달러인덱스와 위안화 환율은 각각 105대, 7.1위안대로 같다. 오히려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에 비해 더 올라 일부 경제 각료가 국내 금융시장은 문제가 없다는 자화자찬에 귀가 솔깃할 만큼 외형상으로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1년 5개월 동안 외국인 자금은 추세적으로 들어온 반면 내국인 자금은 밖으로 나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대책이 나온 지난 1월 중순 이후에는 외국인 자금 유입액과 내국인 자금 이탈액이 거의 일치한다. 국내 금융시장에 손님은 들어오고 주인은 나가는 자본 공동화와 함께 윔블던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윔블던 현상이 심했던 외환위기 때와 다른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해외점포 마련 등을 위한 실수요 이외에는 없었다.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때였다. 최근처럼 자본의 공동화가 수반되지 않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여부에 따라 윔블던 현상이 나타났다.
◆ 가장 우려되는 역기능은윔블던 현상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순기능으로는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 제도 및 감독 기능 선진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꼽는다. 영국의 경우 1986년 금융 빅뱅을 단행한 이후 초기 단계에서 역기능이 우려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순기능이 나타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위상이 선진국인 영국과 달리 우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상으로 신흥국으로 떨어진 지 10년이 됐다. 최근에 윔블던 현상이 무서운 것은 포트폴리오상 지위가 신흥국이면서 자본의 공동화까지 수반돼 역기능이 가장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역기능은 서든 스톱, 즉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곧바로 유출되는 현상이다. 최근처럼 국제 간 자금흐름이 각종 캐리 트레이드 자금에 의해 주도가 되는 여건에서는 우리 주가와 경기 향방, 그리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인가는 서든 스톱 발생 여부와 현 정부의 대응에 따라 좌우될 확률이 높다.

현시점에서 우리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돌려놓는 역행적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한 외국인 자금의 ‘서든 스톱’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 될수록 주가 저평가 정도와 환차익 소지가 감소돼 이미 고수익을 얻는 스마트성 외국인 자금이 차익을 실현해 선도적으로 이탈될 소지도 만만치 않다.

국내 금융시장을 유일하게 받쳐주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세로 돌아서면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갑자기 대혼란에 빠지는 ‘싱크홀형 푹꺼짐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당국자는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조기경보체제(EWS)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검토하고 선제적 위기방지책을 강구해 놓아야 할 때다.

과거 위기 발생국의 공통적인 경로를 토대로 EWS 운용을 권유해 본다면 크레딧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것이 ‘거짓신호’ 여부와 관계없이 ‘경고Ⅰ(파란불)’, 그 후 조건 1) CDS 프리미엄이 장기평균치에서 표준편차의 2배로 급등하고 조건 2) 외국인 자금 순유입이 줄어들면서 조건 3) 환율 변동이 심하거나 상승세를 보이면 ‘경고Ⅱ(파란불→노란불)’ 단계로 외화보유 여부 등을 점검해 놓아야 한다.

상황이 더 악화돼 조건 1) CDS 프리미엄이 장기평균치에서 표준편차의 4배로 급등하고 조건 2) 외국인 순유입 규모가 장기평균치에서 2배 이상 감소하거나 곧바로 순유출세로 바뀌고 조건 3)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서면 ‘경고Ⅲ(노란불→주황불)’, 그 후 조건 1) 통화 절하폭이 직전연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확대되고 조건 2)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조건 3)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경고Ⅳ(주황불→빨간불)’로 EWS를 운영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경고 Ⅲ’ 단계에 가면 그때서야 국민들이 ‘경제가 잘못되고 있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런 만큼 늦어도 ‘경고 Ⅱ’ 정도에서만 이를 알아낼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WS는 예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과 고통,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낙인효과가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운영하더라도 신속하게 운용해야 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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