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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디우스 배현진·정성현 대표 인터뷰
“AI로 골다공증 조기 진단…골절 예방·비용 절감”

4월 19일 서울 송파구 프로메디우스 사무실에서 만난 배현진(왼쪽), 정성현 공동 창업자·대표. /허지윤 기자


중장년이 크게 넘어진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기침만 했는데 갑자기 뼈가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바로 ‘골다공증’이다. 뼈 양이 줄어들고 질마저 나빠지며 골절 같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골다공증은 조기 검진률이 낮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뼈 도둑’으로도 불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골다공증 환자는 총 118만1805명에 이른다. 의료계는 숨어있는 환자가 더 많다고 본다.

국내 기업이 검진 사각지대에 있는 골다공증 진단에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예방 관리와 조기 치료율을 높이겠다고 나섰다. 2019년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스핀오프(분사)한 프로메디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112억원 규모의 시리즈A 브릿지(시리즈 B 전에 추가로 투자받는 것)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은 135억600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서울 송파구 프로메디우스 사무실에서 만난 배현진 대표와 정성현 대표는 “올해 프로메디우스는 그동안 연구·개발한 흉부 X선 영상기반 AI 골다공증 검진 기술을 제품화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메디우스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배현진 대표가 같은 병원의 김남국 울산대 의대 융합의학과 교수, 서준범 영상의학과 교수, 예종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뇌공학과 교수와 함께 창업했다. 김남국 교수는 프로메디우스의 최고전략책임자, 서준범 교수는 최고의료책임자, 예종철 교수는 과학 고문을 맡고 있다. 정성현 대표는 지난해 국내 대표적인 의료AI 기업인 루닛에서 영입했다.

회사는 창업 초기에 기흉과 감염병 등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는 의료AI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다 지난해 근골격계 전문 의료AI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배현진 대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골다공증을 선별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연구를 시작해 흉부 X선 이미지로 골다공증 위험을 분석하는 AI 진단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은 일반적으로 ‘덱사(DXA·이중에너지 X선 흡수 계측법)’ 검사로 진단한다. 에너지가 높은 X선과 에너지가 낮은 X선을 두 번 촬영해 얻은 자료로 골밀도를 계산한다. 하지만 장비와 검사료가 일반 흉부 X선보다 비싸 진단을 받는 사람이 국내외에서 줄고 있다.

프로메디우스는 쉽게 촬영할 수 있는 흉부 X선에 AI 기술을 접목했다. 회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골밀도 진단검사 데이터 7만여 건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와 X선 영상을 동시에 AI에게 학습시켜 X선 사진에서 골다공증 징후의 특정한 패턴을 파악하도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AI는 골다공증 진단 정확도(AUC) 수치 0.92를 기록했다. 이는 임상 현장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정확도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배 대표는 “기존 의료AI는 의사가 찾을 수 있는 병변 부위를 더 빨리 찾는 식으로 보조했다면, 프로메디우스의 AI는 의사가 찾아내기 어려운 영역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골절이나 폐·심장 계통 질환을 검사하는 흉부 X선 영상을 보고 바로 골다공증을 판독하기는 어렵다.

배 대표는 “흉부 X선은 기본 검진 항목이라 대부분 성인이 국가 검진을 통해 2년에 한번 촬영하기 때문에 접근도가 높고 비용도 저렴하다”며 “이 기술이 도입되면 2년에 한 번 흉부 X선을 찍고 골다공증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해외 학계나 시장에서 유사한 개발 사례가 없어 계획대로 국내외 인·허가 관문을 통과하면 세계 최초 제품이 된다”고 말했다.

프로메디우스는 올해 국내외 규제 관문을 넘고 사업화 속도를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성현 공동 대표는 “올해 목표는 제품 완성도를 높여 국내 허가를 받는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사업 성과를 내고,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을 위한 인·허가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루닛에서 글로벌 사업을 진행했다. 회사를 옮긴 이유를 묻자 그는 “루닛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회사에서 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었다”며 “프로메디우스가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후보 기술)을 보고 또 다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해외에서도 골다공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보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련 정책과 제도,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메디우스로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 정 대표는 “지금 프로메디우스는 속도전을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며 “연구개발의 결실이 사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을 동반한 노인 환자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고 유효한 방안을 찾고 있다. 또 하나의 의료 기술로 노인의 골절 예방을 위한 개입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프로메디우스는 글로벌 산학협력체인 ‘골다공증 및 뼈 건강에 관한 사전 경쟁 컨소시엄(PRECCO·프레코)’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골다공증·골관절염학회(ESCE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다년간 파트너십을 통해 학계와 업계의 힘을 모아 설립한 기구다. 프레코는 골다공증과 골절의 역학, 스크리닝, 진단, 예방·치료 현황을 개선하고 질환 인지도를 제고하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메디우스가 프레코에 참여한 것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회사는 밝혔다.

회사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4 세계골다공증학회에 참가해 국제골다공증재단(IOF)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프로메디우스는 IOF의 공식 후원사로서 기업자문위원회(CCA) 참여 자격을 받아 워킹 그룹(working group, 전문가 그룹)을 포함해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프로메디우스가 최근 내건 비전과 주제는 ‘노화 지연’이다. 배현진 대표는 “우선 골다공증에 집중하고 추후에는 근감소증, 비만 대사질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초로 근육과 뼈 관련 대사질환까지 예측·분석하는 AI 기업으로서 전 세계에서 질병 예방과 관리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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