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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의 비밀’ 저자 피르요 수호넨
작고, 구체적 칭찬 쌓이면 자존감 커져
명문대 가면 성공? “독립성 키워주세요”

“방한하고 나서 한국의 많은 분들이 소셜미디어(SNS) 때문에 저출산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군요. 아이 없는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SNS가 만든 두려움 때문에 피하는 것이라면 정말 슬픈 일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핀란드 패션디자인 브랜드 ‘이바나 헬싱키’를 창업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인 워킹맘 피르요 수호넨(Pirjo Suhonen·51)은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소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행복한 아이의 비밀(Onnellisten lasten salaisuudet)’ 한국어판(토일렛프레스) 출간을 기념해 최근 방한했다.

이바나헬싱키 한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한국을 오가던 중 2018년 한국 사업가에게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만 중시하고, 성공엔 관심이 없는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아정신과 전문의, 특수교육학과 교수 등 핀란드 교육·심리 전문가 12명을 인터뷰해 책을 썼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14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행복한 아이의 비밀' 저자 피르요 수호넨(Pirjo Suhonen)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SNS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2022년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SNS 사용은 이용자를 결혼·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태도와 경쟁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노출시켜 출산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상해교통대 연구진도 같은 해 펴낸 논문에서 “SNS를 활용한 의사소통이 부정적인 사회 뉴스를 증폭시켜 출산 의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 “아이는 내 삶의 걸림돌 같다”는 취지의 극단적 주장이나 아이와의 해외여행, 학업적 성취를 자랑하는 듯한 ‘보여주기식’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오넨은 “행복한 육아를 위해서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장점을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또 “일찌감치 독립성을 부여해 작은 성취를 이뤄나가도록 지켜보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해 줄 것”을 권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최대 화두다. SNS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인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두려움 때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SNS로 인해 육아가 두려워져서 그런 결정을 한다면 정말 슬픈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의사결정(출산·육아)을 하지 않는다면 뒤늦게 후회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요즘 육아에 헌신하기보단 편안한 삶을 살겠다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핀란드도 비슷하다(출산율 1.32명, 2022년). 하지만 이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현재가 행복하고 자유로우니 복잡해지기 싫다는 거다.”

─한국에선 명문대를 가는 등 아이가 성공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성공에 대한 접근을 달리 해야 한다. 아이가 강한 자존감과 ‘할 수 있다’는 태도, 안정적인 정신 건강을 갖고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멋진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행복의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부모가 지지해 줄 때, 아이는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한국 부모가 꼭 적용해 볼 만한 핀란드만의 육아법을 꼽아본다면.

“핀란드 사람들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독립성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만 2~3세 아이에게도 침대 정리를 맡기는 식이다. 아이에게 작은 책임을 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거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가 스스로 이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작은 성공을 맛보고 자존감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켜본다.

숙제도 마찬가지다. 핀란드에서는 사교육이 거의 없다. 학업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으면 학교가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학교 시스템을 신뢰하기 때문에 숙제를 강요하거나 해주기보다는 독립적으로 해나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해나갈 때 칭찬해 주면 된다.”

─칭찬을 많이 하다가 버릇 나빠지면 어떡하나.

“핀란드에도 ‘우쭐해지니 과하게 칭찬하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무엇을 할 때마다 과잉 칭친해준다면, 그 의미가 희석될 것이다. 작고 구체적인 칭찬을 많이 해줘라. ‘그림 정말 잘 그렸다, 벽에 붙여두고 보자’ 정도면 된다. 아이는 차곡차곡 쌓이는 칭찬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와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장점을 바라봐주면 된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와 절대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를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 아이는 영원히 2~3살로 남아있지 않다. 곧 10대가 되고 알아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피곤하더라도 1시간 더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2022년 핀란드 국방부 장관이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54일간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사례가 있다.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매우 바쁘고 중대한 시기였는데도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다’며 휴직했다.”

─디지털 기기, 언제부터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핀란드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부모연합은 2세 미만의 아이에겐 어떤 디지털 기기에도 노출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또 어린 아이의 뇌를 혼란시키지 않도록 아이를 TV 앞에 두지 말라고 한다. 핵심은 부모가 아이의 디지털 기기 이용 시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선 한 시간 밖에서 놀면 30분 동안 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많이 이용한다. 1시간을 보려면 밖에서 2시간 놀고 들어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바깥 신체 활동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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