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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학회에 비만신약 세션 등장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비만, 지방간, 심부전, 수면무호흡증까지
만성질환 매커니즘 치료 효과 확인

지난 20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손장원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교수가 '비만 관리를 위한 새로운 인크레틴 치료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인크레틴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김명지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에 손장원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교수가 비대면 강연으로 연결됐다. 뇌졸중(腦卒中)은 갑자기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응급질환으로 뇌졸중학회는 뇌혈관을 보는 신경과 교수들이 주축이다. 이런 학술대회에 내분비내과 교수가 초청된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손 교수는 이날 ‘뇌졸중 위험요인’ 세션에서 비만관리를 위한 인크레틴 치료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인크레틴이란 장에서 분비되는 혈당과 식욕 조절 호르몬이다.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을 휩쓸고 있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의 주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인슐린분비촉진 폴리펩타이드(GIP)가 인크레틴이다.

뇌졸중 환자 10명 중 3명은 당뇨병
손 교수는 위고비로 체중을 크게 감량한 일론 머스크를 예로 들며 “비만치료제라고 하면, 췌장과 갑상선만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소화계(gut)에 관심이 크다”라고 설명했고, “체중의 15%이상을 감량할 수 있게 된 GLP-1은 비만신약 혁신 약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향후 출시될 신약 개발 동향을 신경과 교수들에게 공유했다.

손 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좌장인 이경열 연세대의대 신경과 교수는 “지금 나오고 있는 비만 신약은 주사제로 보이는데, ‘먹는 약’ 제품은 없느냐”라고 질문했다. 손 교수는 “먹는 약은 아직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리벨서스’가 인크레틴 기반의 먹는 약이지만, 아직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은 상태다.

뇌졸중학회 학술대회에 비만치료제 신약 기술이 등장한 것은 비만⋅당뇨병이 뇌혈관 질환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학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의 10명 중 3명은 당뇨병(34.3%), 4명은 이상지질혈증(42.5%)을 앓고 있었다.

뇌경색은 비만과 연관이 있어서, 체중만 조절해도 뇌혈관 질환 발병률을 낮출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는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세포는 원래대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 팩트시트

증상 개선 대규모 임상으로 확인
비만 치료의 돌풍을 일으킨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개발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GLP-1 비만 신약이 지방간염(MASH)과 심부전,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 중이거나 시판 중인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103개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23개가 지방간염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021년 위고비를 간 질환에 적용하는 임상 3상을 수행 중이고, 일라이 릴리는 젭바운드를 지방간염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임상 2상을 마쳤다.

심부전 치료와 관련해서는 노보노디스크는 애틀란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연례 학술대회에서 위고비가 심부전증(HFpEF)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릴리는 젭바운드가 비만 성인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심각도를 최대 2/3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임상 3상 연구를 최근 발표했다.

제약사들이 비만 신약을 지방 간염 심부전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에 나선 것은 이들 질병의 메커니즘이 비만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비만은 지방간을 일으키고, 지방간이 악화되면 지방간염으로 이어진다. 지방간염은 간 섬유증을 일으키고, 섬유증이 간경변으로 악화되면 간 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비만을 잡으면 간경변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라이릴리 젭바운드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 가능성도 커
심부전도 비만과 관련이 있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떨어진 증상을 뜻한다. 그런데 미국 심부전 환자의 80% 이상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질병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도 있다.

수면무호흡증도 마찬가지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기도가 막히면서 10초 이상 호흡이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이거나 목젖이 늘어져 있을 때, 편도선과 혀가 커져 공기가 목구멍을 통해 기도로 넘어가기 힘들 때 생긴다. 체중을 줄이면 수면 무호흡증은 해결될 수 있다.

비만 등 만성질환에서 비롯되는 이들 질병에 대한 치료제 시장 가능성도 크다. 미국 성인의 약 1.5~6.5%가 지방간염을 앓고 있지만 지방간염은 공식 승인된 치료법이 없다. 수면 무호흡증 역시 생기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을 받으면 입속에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가 폐쇄되는 것을 막는 양압(CPAP)기를 처방 받는다. 하지만 양압기를 착용하고 잠을 자는 것이 불편해서, 대부분 환자가 치료를 포기한다.

다만 비만 치료제가 지방간염, 심부전,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중증질환 환자에 대한 치료 성공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리사 베이코는 지방간염 치료제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비만치료제가 지방간염 치료제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간 섬유증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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