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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DB.

서울에 사는 여성 A씨(31)는 지난해 3월 성동구에 음식점을 열었다. 그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두는 대신 ‘테이블오더’ 기계를 렌트했다. 테이블오더는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주문과 결제를 한번에 마칠 수 있는 무인주문기다.

음식점 운영은 쉽지 않았다. 매달 나가는 임대료와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던 A씨는 이달 초 폐업을 결정했다. 그는 렌트업체에 연락해 계약기간 3년 중 남은 2년치에 대한 위약금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업체는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은 데 따른 위약금 외에 등록비와 회수비 명목으로 약 170만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을 처음 들은 A씨는 계약서를 다시 확인했다. 계약서 안내사항 말미에 ‘등록비 90만원, 반품비 대당 5만5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견적서 원본에도 없던 내용이고, 계약 당시 업체에서 전혀 설명하지 않았던 금액이었다. A씨는 23일 “폐업하는 입장에선 170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다”며 “전자 계약에 익숙한데도 이렇게 당하는데 고령의 자영업자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무인주문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렌트 계약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는데, 계약서에 ‘꼼수 약관’이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무인주문기 시장 규모는 2015년 2130억원에서 2023년 3960억원으로 86%가량 급성장했다. 업장 내 무인주문기를 비치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연구원이 최근 외식 업장에서 ‘서비스용 로봇’을 사용해본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무인주문기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고액의 무인주문기 기계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는 렌트 계약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계약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다. 렌트 회사 영업직원들도 계약 해지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구두 설명을 누락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의 경우 다음 임차인에게 빨리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이에 업체 측에 이의를 제기할 시간도 없이 기계를 서둘러 정리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업체가 위약금 외 추가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혜택 반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계약기간을 다 채울 경우에만 등록비와 반품비가 면제 처리되고, 그전에 계약 해지하면 다시 부과되는 금액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룡 변호사는 “계약 파기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계약서에 단어 나열식으로 등록비만 명시해둔 것은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반환할 위약금의 총액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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