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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인 20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참가자들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호소하며 다이 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승강장에 20일 장애인들이 ‘죽은 듯’ 누웠다. 누운 이들을 덮은 검은 현수막에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은 마치 죽은 듯이 땅에 드러눕는 시위 행동, ‘다이인’에 나섰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장애인에 가하는 억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19~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다이인’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 권리 보장을 호소하려 한 장애인 활동가 4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139개 장애인 단체, 시민단체, 정당 등이 모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19일∼20일 서울에서 ‘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전국집중결의대회’(결의대회)를 열었다. 420공투단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4월20일)은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대상화한 역사에서 비롯됐다며, 2002년부터 이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스물 두 해를 맞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에도 ‘장애인이 차별 없이 시민으로 살기 위한’ 여건은 녹록지 않다. 특히 그간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해 온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제도들은 외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서울시의회는 19일 임시회를 열고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의 폐지 조례안 심의를 시작했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권리 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예산을 올해 전액 삭감해, 해당 사업에 참여하던 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420공투단은 성명을 내어 “국회에서 장애인 권리 4대 입법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중증장애인노동권보장특별법의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22대 국회 1년 내에 장애인 권리 입법을 촉구하며 각 정당 당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지원 서비스 중단, 권리 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폐지, 장애인 거주시설 연계 사업 폐지’를 중단하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국제 규범과 반대로 향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제도 축소 움직임을 멈추라는 의미다.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전국결의대회에서, ‘권리 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일하다 해고된 이수미씨(왼쪽)와 구용호씨가 머리를 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결의대회 과정에선 활동가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19일 밤 결의대회를 마치고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대합실에서 노숙하려던 장애인들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이 막아서며 충돌이 빚어져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공동대표와 문애린 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각각 특수재물손괴와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 뒤에도 경찰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역사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일부 장애인은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계단을 내려가거나, 결국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집에 돌아갔다. 20일 한성대역에서 열린 ‘다이인 행동’ 과정에서도 서기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와 신경수 인천장차연 활동가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장애인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일 오후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장애인 불법 연행의 날’로 만들지 말라”며 “(경찰의 행태는) 불법적으로 연행을 강행하는 것으로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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