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고 홍세화 선생 발인 및 영결식
18일 별세한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영결식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4월을 수놓은 보랏빛 라일락 아래 엷은 미소를 띠고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고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한겨레 전 기획위원)의 영정이 자리 잡았다. 비 그친 하늘이 쾌청했다. 홍세화 선생의 영정은 몸 담았던 한겨레 사옥 옥상 정원을 시작으로, 8층 논설위원실, 재직 당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7층의 편집국을 차례로 돌아봤다. 고인은 날카롭게 한겨레를 비판했지만, 가슴 속엔 늘 ‘구독 신청서’를 품고 다닐 정도로 한겨레를 아꼈다. 영정을 든 가족은 한겨레 시민 주주 7만여명의 이름이 적힌 동판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한국사회에 ‘똘레랑스’를 전했던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운동가인 고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의 영결식 및 발인이 21일 아침 치러졌다. 유족과 추모객들은 홍 선생의 영정을 들고 한겨레 사옥을 한차례 둘러본 뒤, 서울시립승화원을 거쳐 고인이 영면할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엔 한겨레신문 구성원과 이백윤 노동당 대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옛 동료, 활동가, 정치인 등 100여명이 배웅에 나섰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영결식에서 “홍세화, (이름) 그대로 세상을 널리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전진했던 위대한 사람이었다. 홍세화 선생이 보여준 뜨거운 휴머니즘은 세상 사람 모두에게 밝은 거울이자 청명한 목탁 소리가 되어 우리 삶의 지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세화야 잘 가라”라는 말로 오랜 벗의 마지막을 기렸다.

학창시절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고인은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1979년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장기간 망명 생활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출간한 에세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2년 완전히 귀국해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회사를 떠난 뒤 정당인으로 2011년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을 지냈고, 2015년부터는 사회단체 ‘장발장 은행’의 은행장을 맡았다. 이 밖에도 학벌 없는 사회 공동대표, 학습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 소박한 자유인 대표 등 그가 가진 다양한 직함은 대부분 한때 난민이었던, 그 자신과 같은 한국 사회의 어느 소수자 곁에 있기 위한 것이었다.

18일 별세한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유가족이 21일 오전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이 재직했던 한겨레신문사 사옥을 들러 일했던 곳들을 영정사진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추모사에서 “홍세화는 늘 낮은 곳으로 임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세상을 논평하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선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녹색 깃발을 든 전태일이 되어, 그리고 배제당하는 이유를 하나씩 품고 사는, 소수자라고 불리는 모든 다수자가 선생님의 길을 따라 함께 오르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한겨레신문 ‘1호 영업사원’으로도 불렸다. 최우성 한겨레신문 대표이사는 “자택으로 찾아뵈었을 때 ‘나만큼 한겨레를 따끔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있느냐, 건강하게 나아서 다시 한겨레를 비판하는 칼럼을 쓰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영영 지키지 못하게 돼서 한편으로는 야속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고인은 지난 14일 녹색병원에서 한겨레와의 마지막 인터뷰를 끝낸 뒤 ‘아, 이제 숙제가 하나 끝났다’는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그 뒤로 병세가 악화해 나흘 뒤 동료들 곁을 떠났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970 안철수 "野 '25만원 지원금' 공약 따라가는 건 무책임" 랭크뉴스 2024.04.21
15969 이란 팔레비 왕조 마지막 왕세자 “서방 대이란 유화정책 실패...레이건 리더십 필요” 랭크뉴스 2024.04.21
15968 미국서 올여름 1000조 마리 매미떼 예상...“제트기 같은 굉음에 고통” 랭크뉴스 2024.04.21
15967 지난주 개강한다던 의대 16곳 중 8곳, 여전히 수업 못해…집단유급 데드라인 다가온다 랭크뉴스 2024.04.21
15966 의대 학장들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동결 요청…집단휴학 승인할 수도” 랭크뉴스 2024.04.21
15965 고려아연, 호주 풍력발전소에 6700억원 투자… 지분 30% 확보 랭크뉴스 2024.04.21
15964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선언… “이재명과 강력한 투톱체제” 랭크뉴스 2024.04.21
15963 대전 ‘빵잼 도시’ 만든 성심당…대기업 프랜차이즈도 눌렀다 랭크뉴스 2024.04.21
15962 안철수 "야당 '25만 원 지급' 따르는 건 여당으로서 무책임" 랭크뉴스 2024.04.21
15961 G7 정상회의 초청 못 받은 윤 대통령…미·일 다걸기 외교의 민낯 랭크뉴스 2024.04.21
15960 GTX·광역버스 탄 돈도 최대 53% 돌려준다…'K패스' 발급은 언제 랭크뉴스 2024.04.21
15959 중동 위기에 코스피 ‘출렁’… 반대매매 275억원 나왔다 랭크뉴스 2024.04.21
15958 이스라엘, '팔 유엔 가입' 찬성국 대사들 초치…한국 포함 랭크뉴스 2024.04.21
15957 尹 '절친' 정재호 주중대사는 '갑질' 논란에도 왜 당당한가[문지방] 랭크뉴스 2024.04.21
» »»»»» “홍세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려 전진한 사람” 랭크뉴스 2024.04.21
15955 "용산과 당 낀 신세 될라"…與, 차기 지도부 나서는 사람이 없다 랭크뉴스 2024.04.21
15954 TSMC·ASML발 ‘파운드리 충격’, K-반도체로 번질까 랭크뉴스 2024.04.21
15953 1승까지 27년 걸린 서울대 야구부 2승까지 20년 걸렸다 랭크뉴스 2024.04.21
15952 “모친상인데도 왔다”… 푸바오와 눈물겨운 ‘마지막 인사’ 랭크뉴스 2024.04.21
15951 홍준표 '배신자' 비난에 침묵 깬 한동훈…與 '韓 책임론' 논쟁 랭크뉴스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