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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공공일자리 예산 전액 삭감 실직
“오세훈 시장이 400명 넘는 장애인 해고”
‘자립의 꿈’ 되찾으려 3개월째 복직 투쟁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이 해고된 것에 대한 반발로 해고당사자들인 이영애씨가 삭발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와상형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이영애씨(58)는 지난해 12월31일자로 해고자가 됐다. 이씨의 첫 일자리였던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통해 돈을 벌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립을 꿈꿨던 이씨의 꿈도 사라졌다.

지난 3개월간 복직투쟁에 나섰던 이씨는 장애인의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삭발을 했다. 이씨와 함께 해고된 다른 중증장애인들도 함께 했다. 한 줌씩 깎인 이들의 머리카락은 ‘장애인도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상자에 담겼다. 머리가 깎이는 동안 하늘 위를 올려다보던 이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400명 넘게 장애인을 해고했다”며 “해고된 내가 자립을 잘 할 수 있을지, 잘 살아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 권익 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으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을 대중에 알려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인식 제고 캠페인을 벌일 것을 권고한 데 따라 만든 일자리였다. 당시 서울시는 “일자리 참여 기회조차 얻기 힘든 최중증 장애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년만인 올해 서울시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씨를 비롯한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은 해고됐다. 서울시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가 집회·시위 등 캠페인 활동에 편중돼 장애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신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 일자리’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이 해고된 것에 대한 반발로 해고당사자 김탄진씨가 삭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날 삭발식에 나온 장애인들은 권리중심 일자리가 사라진 이후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던 2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날 ‘이것도 노동이다’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나와 함께 삭발을 한 중증장애인 구용호씨는 월급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만 받게 돼 생활이 빠듯해져 해고 전 가입해둔 적금 금액을 줄였다. 구씨는 “몸이 이래서 권리중심 일자리 말고는 구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머리를 빡빡 깎게 된 이유는 오 시장이 장애인 정책에 좀 더 진솔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을 하지 못해 자립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16년 전 시설을 나온 김탄진씨는 탈시설 직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2020년 권리 중심 일자리를 시작으로 비로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일을 하는 이유는 결코 시설에 다시 돌아가지 않고 지역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며 “권리중심 일자리가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삭발한 이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폐지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삭발식을 마친 이들은 삭발식 이후 잘린 머리카락을 들고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투쟁 전국결의대회 행진 대열 선두에 서서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이 해고된 것에 대한 반발로 해고당사자들이 삭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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