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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뢰성 등 무기로 유럽·중동 공략…지난해 140억달러 수주
‘완제품 수출’ 빗장 푼 일본, 미국과의 동맹 앞세워 세계 시장 노크
업계 관계자들 “K방산 성장세, 정부 지원·R&D 투자 등에 달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에 각국이 군비 지출을 확대하면서 국내 방위산업 업체들의 수혜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에 불안을 느낀 주변국들이 ‘가성비’ 좋은 무기 체계를 신속하게 조달받을 수 있는 ‘K방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올해도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초대형 수주를 따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본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활로 개척에 나서면서 K방산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연구·개발(R&D)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무기 수출 시동 거는 일본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K방산의 경쟁자로 일본이 지목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앞세워 방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사일 등 첨단무기 공동 개발·생산을 추진할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 포럼(DICAS)을 창설하기로 했다. 또 제트훈련기 공동 개발·생산, 조종사 훈련 등을 위한 실무그룹도 만들기로 했다.

미국·영국·호주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는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일본의 오커스 부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로써 일본 방산업계는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 개발에 참여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무기 수출이 본격화하면 국내 항공과 함정 분야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참고하면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들이고 있는 미 해군의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도 일본 업체와의 경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 제7함대 본부가 일본 요코스카에 있다는 점을 앞세워 일본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올해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프로젝트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무기 관련 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 수출 3원칙’을 전면 개정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했다. 바뀐 3원칙은 무기 부품에 한해 수출을 허용했지만, 지난해 12월 무기 완제품 수출이 가능하도록 방위 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자국의 무기를 해외시장에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진 못했다. 완제품보다는 부품 위주로 수출 시장을 두드려온 일본 방산업계는 비싼 가격대와 수출경험 부족 등으로 시장 경쟁성이 떨어졌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무기 재고가 부족해진 미국이 일본산 미사일 수입에 나서면서 일본 정부는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완제품의 수출 기회를 얻게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방산 전시회에 참여하며 세일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에서는 일본 방위성이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하고,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방산업체 10여곳이 대규모 홍보관을 열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방산시장에서 급성장한 K방산에 자극받은 일본이 K방산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글로벌 방산 공급망 확대 강화를 위해 정책을 최대한 연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커스가 일본에 이어 뉴질랜드, 캐나다까지 참여 가능성을 열고 있는 만큼, 한국도 협력 대상국을 넓히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크호스로 부상한 K방산…과제도 산적

K방산은 지난해 140억달러(약 18조6000억원)어치를 수주해 2년 연속 글로벌 톱 10 방산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수출 대상국도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성비에 신속한 납기, 보증된 품질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장점이 제대로 통했다”며 “올해도 K방산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루마니아 정부와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폴란드와는 현지 생산 물량이 포함된 K9 자주포 308문과 고성능유도미사일 체계인 천무 70대에 대한 2차 실행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와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기본계약을 맺고 1차 계약분 180대를 납품했다. 820대에 대한 2차 계약은 기술 이전, 현지 생산 등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투기를 제조하는 KAI는 이집트와 경공격기 FA50 수출 물량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폴란드와 체결한 FA50 48대 수출 물량 중 12대를 지난해 납품했으며, 잔여 물량은 2028년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위기에 놓였던 2차 폴란드 무기 수출도 지난 2월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수은의 금융지원 한도 소진에 폴란드 정부가 보유 현금 부족을 이유로 계약을 미뤄 약 30조원어치의 계약이 무산될 뻔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방산에 ‘파이’를 얼마나 주는지에 따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계약의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주가 잘되고 있어도 금융 계약까지 가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무기 체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R&D와 마케팅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넓히려면 R&D 역량 보완이 필수”라며 “방산 분야에서도 최신 기술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항공 분야는 민간 업체만의 힘으로는 기술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국가적인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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