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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북미동부가터뱀도 냄새로 동료와 자기 자신을 구분하는 ‘자기 인식’이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Q.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간혹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짖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강아지는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은 어떤가요?

A.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사실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아기도 생후 18개월이 지나야 자신의 신체를 인지하고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자기 자신인 것을 깨닫습니다. 동물은 과연 거울 속 자기 자신을 알아볼까요.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은 이미 19세기에 이런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1838년 영국 런던동물원에서 오랑우탄 ‘제니’를 처음 만난 그는 거울을 가져다줍니다. 제니는 사육사의 말을 알아듣고, 지푸라기로 장난을 칠 정도로 영리했거든요. 거울을 받아든 제니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놀랍게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신기해했고, 거울에 입을 맞췄습니다.

1837년 그려진 오랑우탄 제니의 초상화. 다윈은 제니에게 거울을 주고 반응을 살폈다. 런던동물원 제공

다윈과 제니의 인상적인 만남은 1970년 미국 툴레인대의 심리학자 고든 갤럽 교수에 의해 본격적인 실험으로 재현됩니다. 그는 동물은 자의식도 감정도 없는 ‘기계’로 취급받던 시절, ‘동물도 마음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이를 입증하려고 노력했다고 해요.

이를 위해 고안해낸 것이 바로 ‘거울 자기인식검사’(MSR, Mirror Self-Recognition, 이하 거울 테스트)입니다. 갤럽 교수는 동물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인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침팬지 암컷 두 마리와 수컷 두 마리 등 네 마리를 각각 독립된 방에 넣고, 거울에 대한 반응을 살핀 거예요. 처음 거울을 본 침팬지들은 깜짝 놀라서 난리를 피웠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의 침팬지가 자기 자신이란 것을 깨닫고는 입을 벌려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빼내거나 코를 후비는 등 몸단장을 했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자신의 엉덩이를 비춰봤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갤럽 교수는 침팬지를 마취시켜 한쪽 눈썹 위에 빨간 반점을 그려 넣고 이후 반응을 살피는 ‘거울 마크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방에서 거울을 치우고 행동을 관찰했고, 30분 뒤엔 거울을 다시 넣어줬습니다. 그랬더니 거울이 없을 때는 1회만 눈썹을 만졌던 침팬지가 이번에는 거울 앞에 서서 빨간 반점이 생긴 눈썹을 자주 쳐다보고 그 부위를 손가락으로 4~10회까지 문질러 댔습니다. 침팬지는 명백히, 거울 속 모습이 자신인 것을 알았던 것이죠.

1970년 고든 갤럽 교수가 진행한 ‘거울 자기인식검사’ 실험에서 침팬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알아봤다. 고든 갤럽 제공

침팬지도 할 수 있으니 다른 동물도 거울 테스트에 쉽게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외로 같은 영장류임에도 원숭이들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여러 동물이 ‘거울 테스트’ 합격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주로 높은 인지 능력을 갖추고 무리 내에서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들이었는데요, 오랑우탄, 보노보 등 유인원과 아시아코끼리, 범고래, 큰돌고래, 까치 등입니다.

그런데 개나 고양이는 어째서 ‘합격자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걸까요. 인간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한데다 뛰어난 공감 능력과 인지를 갖춘 동물인데 말입니다. 사실 거울 테스트는 시각을 기반으로 한 실험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각이 아닌 청각과 후각이 뛰어난 동물 혹은 몸에 진흙 등을 묻히는 것이 익숙한 동물인 경우에는 거울 속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거나 낯선 표식이 생기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큽니다. 개는 근시이자 적록색약이고 고양이 또한 근시입니다.

지난 3월 별세한 미국 에머리대의 저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 교수 또한 자신의 책 ‘동물을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등에서 거울 테스트가 훌륭한 검사이긴 하지만 자기 인식의 유일한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죠. 실제로 2017년 미국의 동물인지과학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박사가 개의 소변을 이용해 자기 인식능력 시험을 진행했더니 개들은 자신의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아델리펭귄. 팔이나 머리를 휘두르면서 거울에 눈을 떼지 못했지만 쪼거나 거울 뒤로 돌아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프라비르 고쉬 다스티다르/바이오아카이브 제공.

이후 동물행동 인지에 대한 연구가 넓어지며 이렇게 자신을 알아보는 ‘똑똑한 동물’ 리스트에 아델리펭귄, 수탉, 말 등이 추가됐는데요, 최근에는 그 가능성이 파충류까지 확장됐습니다. 캐나다 윌프리드로리에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북미동부가터뱀과 아프리카공비단뱀에게 온전한 자신의 냄새와 자신의 냄새에 올리브오일이 추가된 냄새를 맡게 한 뒤 반응을 살폈더니 아프리카공비단뱀에 견줘 사회성이 좀 더 높은 가터뱀의 경우, 낯선 냄새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가터뱀은 무언가에 관심이 있거나 주변 환경을 조사할 때 혀를 길게 내미는 동작을 합니다. 그런데 온전한 자신의 냄새나 다른 뱀의 냄새, 올리브오일의 향을 맡았을 때와 달리 올리브오일이 추가된 자신의 냄새를 맡았을 때 이 동작을 더 많이 수행했습니다. 연구진은 가터뱀이 자신의 냄새가 변질된 것을 알아차리고 탐색 시간을 늘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에 공개됐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노암 밀러 교수는 “뱀을 비롯한 거의 모든 파충류는 느리고 본능적이며 인지 능력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 연구는 뱀의 잠재적 자기 인식 능력에 대한 첫 번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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