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부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하기로 결정한 1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오는 6월까지 2개월 더 연장한다. 중동발 위기로 촉발된 유가 오름세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유류세 인하 종료 시한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다. 비상 시기에 쓸 한시적 조치가 3년 가까이 이어지게 된 건데, 유가 안정기를 건너뛰고 적절한 종료 시점을 잡지 못한 정책 당국의 판단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비상 조치가 만성화되면서 실효성은 떨어지고 세수 감소와 경상수지 악화 등 부작용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9번째 연장…오는 6월 말까지 적용

기획재정부는 15일 유류세 인하 조치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오는 6월까지 휘발유에 25%, 경유와 LPG 부탄에 37% 인하된 세율이 적용된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820원에서 615원으로, 경유 유류세는 리터당 581원에서 369원으로 떨어진다. LPG부탄 유류세는 리터당 203원에서 130원으로 73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유지된다.

정부가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연장한 배경은 불안한 중동 정세에 있다. 기재부는 유류세 연장 조치를 두고 “중동위기 고조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에 마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5일 오후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65.73원까지 올랐다.

치솟는 유가…“하반기 물가 상승률 2%대 진입 어려워”

유가 오름세는 밥상 물가에 더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물가 상방 압박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반기 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까지 감안하면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대로라면 하반기 2%대 소비자 물가상승률 진입도 요원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초 하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 유가와 환율 상승세를 보면 2%대 진입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의 물가 상승세를 잡으려면 일단 유류세 인하 카드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번 연장 조치로 유류세 인하는 2021년 11월 한시 도입 이후 총 9차례 연장, 시행 개월 수로만 32개월째 이어지게 됐다. ‘비상조치’에 해당하는 유류세 인하를 3년 가까이 끌고 가는 셈이다.

유류세 인하는 단기간 물가상승 충격을 완화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세수감소 등 각종 부작용이 따른다. 장기적으로 쓰면 정책 효과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대응 정책 동향 및 향후 과제’ 보고서(2022)에서 “유류세 인하는 세수감소뿐만 아니라 부정적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어 상시화하거나 장기적으로 채택할 수 없다”며 “유류세 인하와 같은 가격 통제는 최대한의 인하 폭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유류세 인하 장기화…세수부족 등 부작용 우려

세수부족 국면에서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도 부담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녹색정의당)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인하효과를 분석한 결과,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수는 16조원이었다. 체감 효과도 미미해서 휘발유 가격의 경우 리터당 평균 225원 낮췄는데, 이 중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된 금액은 138원(61%)에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상화해야 다음 충격에 대비해 쓸 수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적절한 종료 시점을 놓치고 무리해서 연장하다보니 재정부담이 커지고 무역수지까지 악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048 임금협상 결렬에 2천명 집결…삼성전자 노조 첫 집단행동 랭크뉴스 2024.04.18
10047 '고급 탈색' 시술 후 맨발로 도망간 20대男…쪽지엔 "성공하면 갚겠다" 랭크뉴스 2024.04.18
10046 스웨덴, 법적 성별 변경 가능 연령 18→16세 랭크뉴스 2024.04.18
10045 "가해자 누나는 현직 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의 폭로 랭크뉴스 2024.04.18
10044 천하람 “AV행사 뭐가 문제냐”… 압구정 학부모들 ‘발칵’ 랭크뉴스 2024.04.18
10043 일본 규슈-시코쿠 해협서 규모 6.4 지진…“쓰나미 우려 없어” 랭크뉴스 2024.04.18
10042 황정민 소유 '강남 건물' 두 채 190억대…7년 만에 80억 뛰었다 랭크뉴스 2024.04.18
10041 그리스 '고물가 대책·임금인상' 총파업…대중교통 마비 랭크뉴스 2024.04.18
10040 러 "美 중거리 미사일 배치하면 우리도 배치 유예 종료" 랭크뉴스 2024.04.18
10039 대통령실 "박영선·양정철 인선 검토된 바 없어"…공식 입장에도 혼선 랭크뉴스 2024.04.18
10038 중국 갑옷 입고 일본도 찬 이순신 장군?…황당한 英 '도박 게임' 논란 랭크뉴스 2024.04.18
10037 여 원로들, 총선 참패에 대통령 ‘불통’ 지적…“이재명 만나야” 랭크뉴스 2024.04.18
10036 백악관 “며칠 내 이란 제재”…이스라엘 ‘달래기’ 랭크뉴스 2024.04.18
10035 부산·울산까지 흔들렸다…日오이타현 6.4 지진, 쓰나미 위험은 랭크뉴스 2024.04.18
10034 "마구잡이 신병 투입... 우크라전서 러시아군 5만 명 사망" 랭크뉴스 2024.04.18
10033 유엔 “이스라엘, 인권침해 조사 방해 말고 협조해야” 랭크뉴스 2024.04.18
10032 이스라엘, 대이란 ‘즉각 대응’ 선 못 넘는 이유 랭크뉴스 2024.04.18
10031 [사설] ‘사회적 협의체’마저 거부하는 의협, 대화하지 말자는 건가 랭크뉴스 2024.04.18
10030 일본 오이타시 동쪽 74km 해역 규모 6.4 지진…국내 남해안 일부 지역 감지 랭크뉴스 2024.04.18
10029 "1년치 비가 하루에"…역대급 폭우에 물에 잠긴 '이 나라' 어디? 랭크뉴스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