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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건희 기증관 첫 삽…이승만 기념재단 건립 추진
서울시, 비판 목소리 높아지자 “시민 의견 수렴해 결정”
이승만 기념관 건립 논란이 불거진 서울 종로구 송현광장에서 지난 5일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 ‘도심 공터’로 휴식 명소가 된 송현광장이 개방 이후 두 번째 봄을 맞아 관광객과 주민, 주변 직장인들로 다시 붐비고 있다. 2022년 10월 100년 만에 문을 열고 온전히 시민 공간이 된 이곳은 내년부터 광장 오른쪽에 이건희 기증관 건립이 시작된다.

녹지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승만 기념관’ 건립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광장 사용처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5일 겨우내 비어 있던 공간 곳곳에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는 작업이 한창인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광화문 근처 직장인 김동현씨(37)는 “점심 약속이 없거나, 간단히 먹어야 할 때 커피 한잔 들고 와 쉬고 가기 좋은 장소다. 날이 따뜻해지면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광장에는 벤치에 누워 봄볕을 맞으며 망중한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신발을 손에 들고 잔디 위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이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이들 사이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도 스쳤다. 시민들은 도심 속 ‘녹지’ 자체에 만족했다.

광장은 경복궁 우측에 위치해 서울 도심에서 건축물의 방해를 받지 않고 북쪽 북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부지도 총 3만6900㎡로 서울광장의 6배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가 송현동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올 초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으로 건립 논의가 불붙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장 오른편에 이건희 기증관, 왼편에 이승만 기념관이 들어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위치까지 내놨다.

성북구 한 중학교에서 문화체험 동아리 학생들과 공원을 찾은 30대 교사 이찬혁씨는 “이건희 기증관과 이승만 기념관이 들어선다고 알고 있어, 의미 있는 장소가 될 것 같아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며 “이렇게 넓은 개방 녹지가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학교에 다니는 10대 학생들은 광장에 기념관이 생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여기 말고 전국 어디에도 (기념관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모씨는 “지금은 조용히 쉬기 좋은 도심 공터인데, 기념관이 생기면 우파의 집회 장소가 돼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환영하는 시민도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북악산 전망을 바라보던 변장현씨(71)는 “이승만 박사를 우리가 그간 홀대해왔다”며 “광장이 좋고 잘 관리해야 하겠으나, 공간의 손해가 있어도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측은 서울시와 논의해 추후 기념관 부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5일 0시 기준 이승만 기념관 모금에 7만2200여명이 참여해 약 116억5000만원이 모였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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