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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선거일인 10일 밤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이만희 상황실장이 홀로 앉아있다. 연합뉴스
‘35→16→19’

2016년 20대 총선부터 이번 22대 총선까지 세 차례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의석수 변화다.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122석 중 35석(28.9%)을 얻어 원내 2당이 된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은 야당이 돼 치른 21대 총선에선 16석(13.2%)만 확보해 당세(전체 103석)가 확연히 쪼그라들었다.

집권여당으로 치른 이번 총선에서도 수도권 의석수는 고작 3석 늘어난 19석(15.6%)이었다. 최대 승부처에서 4년전 참패와 비슷한 상황이 또 연출된 것이다. 반면에 영남 편중현상은 더 심해졌다.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영남권 당선자는 59명(65.6%)으로 3분의2 수준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당선자 161명 중 수도권에 102명(63.4%)이 몰린 것과 정반대다.

국민의힘에선 “영남 자민련이 됐다”라거나 “탄핵 국면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낙선자는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란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왜 이런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을까.

김주원 기자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국민의힘에는 ‘수도권 위기론’이 크게 불거졌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치른 선거여서 민심 풍향계로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분위기에도 당시 김기현 지도부는 일부 당직자만 교체하는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서울 49개 선거구 중 6개에서만 우세하다는 당 내부 여론조사에 “지도부에 사즉생의 절박함이 없다”(최재형 의원)는 동요가 있었지만 지도부는 안이하게 여겼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 대다수가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직 ‘당3역’인 김기현 전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경남 진주갑)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김석기(경북 경주), 강대식(대구 동-군위을) 전 최고위원과 이만희 전 사무총장(경북 영천-청도)도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의원도 영남이다.

서울의 한 낙선자는 “공천되면 당선은 떼놓은 당상인 영남권과, 박빙승부인 수도권은 차원이 다른 선거”라며 “수도권 선거를 모르는 사람이 전략을 짰는데 어떻게 선거에서 이기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낙선자는 “영남권 지도부는 TK 정서에 파묻혀 수도권·중도·2030 표심에 예민하지 않다”라고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윤재옥 원내대표(왼쪽) 등 지도부가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12월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뒤에도 지도부의 쇄신 움직임은 강하지 않았다. 전·현직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을 공천하는 등 ‘현역 불패’ 흐름을 이어갔고,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공약도 미흡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참여한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파 논란을 부추겼을 때 선대위에서 제대로 대응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그 사이 수도권 민심이 크게 뒤집히지 않았느냐. 경험이 일천한 한동훈 지도부가 민주당이 눈을 뜬 채 코를 베어 가도 가만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 상당수가 양지에 속하는 ‘양남’(영남과 서울 강남)이나 비례대표를 노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주원 기자
이는 민주당 지도부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터를 닦아온 점과 대비된다.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 홍익표 원내대표(서울 중-성동갑, 출마는 서초을),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서울 영등포을) 등 전·현직 당 3역이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당선된 정청래(서울 마포을), 고민정(서울 광진을), 박찬대(인천 연수갑), 서영교(서울 중랑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최고위원도 전원 수도권 현역이었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수도권 승리가 자신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보니 중도 표심에 촉각을 세웠고, 그에 맞춘 네거티브 전략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고 했다.

이같은 보수진영의 수도권 완패 흐름이 향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내준 만큼 조직·인물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밭 자체가 진보 우위가 되는 등 ‘수도권은 험지’이라는 패배의식이 국민의힘에 만연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가장 무서운 건 영남권에 고립되는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이라며 “경천동지할만한 쇄신이 없다면 이런 상황을 뒤집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당세가 크게 위축된 자유한국당 시절로 되돌아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현재처럼 시야가 협소한 영남 일변도로 당이 꾸려지면 앞으로 재건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남 빠지자 국민의힘 지지층, 부자 노인 영남으로 쪼그라들어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출구조사에서 60대 이상에서만 승리했다.

10일 발표된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체 연령 중 60대(민주당 34.1%·국민의힘 62.9%), 70대 이상(민주당 25.3%·국민의힘 72.7%)에서만 더불어민주당에 앞섰다. 민주당은 20대 이하(민주당 59.3%·국민의힘 35.4%), 30대(민주당 52.8%·국민의힘 41.9%), 40대(민주당 62.5%·국민의힘 32.3%), 50대(민주당 55.8%·국민의힘 33.9%)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2년전 대선·지방선거 출구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에선 2030세대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선 출구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30대에 48.1% 지지율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46.3%)를 1.8%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윤 대통령은 30대 여성에선 42.6%로 이 후보(49.7%)에 뒤졌지만 30대 남성에서 52.8% 지지율로 이 후보(42.6%)를 10.2%포인트 크게 앞섰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서도 30대 남성, 20대 남성에서 민주당에 앞섰지만, 격차는 각각 2.3%포인트, 1.3%포인트였다.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동작구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급 투표 성향도 두드러졌다. 국민의힘은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당선인을 제외하면 한강을 따라 부동산 가격이 높은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마포·동작구에서만 10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인천·경기도 4년 전과 비교하면 성남분당을에서만 새 당선자를 배출했다.

동 단위로 득표율을 분석하면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80.6%)이었다. 도곡2동(74.7%), 반포2동(74.2%)이 그 뒤를 이었는데, 서울 내 국민의힘 득표율 상위 16개 동이 모두 강남 3구였다. 서울 동작을을 탈환한 나경원 전 의원도 재건축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흑석동에서만 60.5%를 얻은 게 주효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은 성북구 동선동으로 33.7%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선·지방선거 후 보수는 계속 갈라졌고, 민주당은 분열하지 않았다”며 “그나마 있던 2030의 지지가 빠지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부자와 노인, 영남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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