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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미 육군, 전력 구조 변화에 문제의식
육·해·공에 사이버·우주까지 확장
우리도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지난달 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군들이 성조기를 교량가설단정에 게양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5공병여단과 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 등이 참가했다. 뉴시스


미국 육군은 지난 2월 27일 '전력 구조 변혁' 백서를 발표했다. 이 구조 변혁은 지난 10여 년간 발생한 국제 안보, 동북아 안보 지형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고, 반면에 구조 변혁 자체가 금후의 한미 안보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백서를 읽으며 갖게 된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한다.

첫째, 백서는 변혁의 주요 목적이 ‘기술적 역량을 갖춘 국가와의 대규모 전투’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임을 누차 강조한다. 이것은 미국의 안보 전략이 냉전 이후, 특히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면서 ‘대규모 전투’보다는 대반란전(counter-insurgency), 대테러전에 적합한 구조로 변화돼 왔는데, 이제 러시아, 중국 등 기술적 역량을 갖춘 국가와의 대규모 전투가 보다 현실적인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미 육군의 전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둘째,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5개의 여단급 다영역 작전 특수임무부대(MDTF)를 창설하겠다는 것이다. 다영역 작전이란 현대전의 영역이 육·해·공을 넘어 사이버, 심지어는 우주까지 확장되는 만큼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작전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 군부에서 오랫동안 논의되고 준비되던 개념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2010년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하고, 2019년 그간 폐지됐던 우주 사령부를 재창설했다.

MDTF 창설의 의미는 여단급의 특수임무부대를 만들어 정보·사이버·우주전 대대, 전략 화력 대대, 방공 대대 등으로 구성해 유사시 신속히 배치, 현대전의 요구를 충족하며 효과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보·사이버·우주전 대대의 운용은 정보·사이버·우주 사령부와의 효과적인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전략 화력 대대는 500㎞ 내외의 정밀 타격을 담당하는 ‘하이마스’부터, 2,500㎞ 이상 구간에 대한 신속 타격 임무를 수행할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까지 운용해 MDTF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이 방공 대대다. 백서는 방공 대대가 드론, 크루즈 미사일, 로켓탄 등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면서 방공 대대에 배치될 포대를 상세히 기술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을 지켜보며 확인하게 된 방공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관찰된다.

이렇게 구성될 5개의 MDTF 중 3개는 인도·태평양 사령부 예하에, 1개는 유럽에, 그리고 나머지 1개는 중동 사령부 예하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MDTF가 강조하는 방공의 중요성은 군단, 사단에도 적용된다.

셋째, 한미 연합 방위 체제에 주는 시사점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은 2002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대폭 수정됐고, 추후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통해 이것을 주한 미군에 적용, 주한 미군 재배치, 용산 기지 이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 방위의 한국화 등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의 전략은 201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번 크게 수정됐고, 미국이 이번에 단행한 전력 구조 변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것이 금후의 한미 안보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다. 2000년대 초반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북한과 러시아의 전에 없이 긴밀한 협력 등 우리 전략 환경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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