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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수술실·입원 병상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
수액·마취제·의료기기 소모품 매출 타격

지난 3월 25일 오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병원들이 경영난에 빠진 데 이어 병원에 약과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과 전임의의 재계약 거부로 대학병원들이 진료와 입원·수술이 줄면서 납품 물량이 줄어든 여파다.

5일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제약 기업과 의료기기 기업들이 지난 1분기 의약품 처방량·의료기기 소모품 매출 등은 감소하고, 기업들의 영업활동 부진, 임상시험 진행 지연을 겪고 있다.

1분기 실적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액과 마취제 등 수술용 의약품 제조사와 내수 실적이 중요한 중소형 제약사, 의료기기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전년보다 눈에 띄게 악화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와 전임의 등 의료진이 집단으로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이 커진 영향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상위 5대 병원(빅5병원)’을 비롯한 대형 종합병원들이 환자 진료를 대폭 줄이고 검진·수술 일정 등도 밀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외래환자가 평시 대비 17%, 입원환자는 43% 감소했다.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은 511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수가 인상을 통해 이 기간에 지원한 규모는 17억원으로,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손실은 약 46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밝힌 지난 3일 기준 ‘빅5병원’ 입원환자 수는 4959명으로 전공의 집단이탈 전인 2월 15일(7893명)보다 3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병원을 제외한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수는 평시 대비 26.8% 줄었다.

진료 축소와 환자 감소는 병원에 공급되는 약품과 의료기기 납품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기기 납품 대금 결제가 지연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매출 감소와 납품 대금 지급 시기 연장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계열 간접납부업체는 최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기기 업체 대상 대금 지급 시기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했다. 가톨릭의료원 계열 간접납부업체도 결제가 지연될 수 있음을 의료기기 업체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납부업체란 의료기관이 의료기기를 구매할 때 병원과 납품 업체의 중간에서 구매 업무를 대행하면서 정보이용료, 물류비, 통행세 등을 받는 업체로, 시장에서는 ‘간납업체’로 줄여 부른다.

기업들의 영업·마케팅 활동에도 제약이 생기고 있다. 앞서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와 심포지엄, 학술대회는 제약·의료기기 기업들의 주요 영업·마케팅 무대인데,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실제 행사 개최를 앞두고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잇따랐다. 최근 대학병원들은 비용 절감을 하려는 취지로 교수들에게 학술 활동비 축소와 해외 학술대회 참가 제한 등을 당부하고 있다.

제약업계와 의료기기 업계는 4월 총선 이후에도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회사 관계자는 “3월부터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매출이 약 30% 줄었다”면서 “4월부터는 매출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등에 의약품 유통은 반기·연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당장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지만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 고가의 항암제 등의 처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가능한 품목은 큰 영향이 없다”며 “만약 의원급이 동참하는 의료계 총파업 등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 타격이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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