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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식모살이 등으로 모은 5000만원 기부
가족 등 시신 인계 거부로 무연고 사망 처리
故 권옥선 할머니의 빈소를 찾은 오태원 북구청장이 조문을 하고 있다. 부산 북구청 제공


“세상 떠날 때 가진 것 없이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평생 간직했다. 이렇게 다 주고 떠날 수 있어 참 홀가분하다.”

지난 2월 식모살이를 하며 평생 모은 전재산 5000만 원을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써주라며 기부한 권옥선(86)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했다.

5일 부산 북구청에 따르면 권 할머니가 1일 세상을 떠난 후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가족 등이 시신 인계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무연고 사망처리했다. 부산 북구는 공영 장례방식으로 권 할머니 장례식을 치렀다.

권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꾸렸고 가족과 연락이 끊겨 홀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본인의 처지를 되풀이하는 이가 없도록 평생 모은 돈을 어려운 가정 학생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전재산이 들어 있는 통장 2개를 해지해 5000만원을 기부했다.

권 할머니는 “가난한 형편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며 “(이 돈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못 배운 설움을 느끼는 이가 없도록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써달라”고 말했다.

기부 이후 할머니는 급격히 쇠약해 지난 2월 21일 부산 북구 관내 한 요양병원에 자진 입소 의사를 밝혔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호흡곤란 등으로 힘들어하다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 부산 북구는 할머니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던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시신 인계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됐다.

빈소를 찾은 오태원 북구청장은 “깊은 애도와 함께 생전에 보여주신 조건 없는 이웃 사랑과 실천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물질적 소유보다 더 큰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크나큰 사랑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과 따뜻한 불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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