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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88.2% 올랐습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입니다. 87.8% 오른 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독 사과, 배가 이렇게 오른 이유가 뭘까. 통계의 이면을 조금 더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비교적 저렴했던 사과...'기저효과' 영향

우선 비교 대상인 지난해 3월 사과 가격이 유독 저렴했습니다.

2023년 3월 사과값은 1년 전보다도 7.8% 하락하며 연중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 사과 농사에서 냉해 피해가 없어서 비교적 작황이 좋았고 사과 값은 떨어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올해 3월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커졌습니다.

유독 쌌던 지난해 사과 값이 아니라 내가 보통 사곤 했던 사과 가격, 그러니까 '평년 가격'과 비교한다면 사과값 상승률이 좀 축소됐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통계에는 이런 기저 효과가 그림자처럼 붙어다닙니다.


■사과 물가 어떻게 조사하나

물가를 산정하는 방식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통계청이 사과 물가를 계산할 때 '기준'이 있습니다. 지역별 규격 기준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많이 소비되는 사과 규격들을 기준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A 지역은 300g~350g, B 지역은 340g~380g의 사과를 기준으로 가격 변동을 조사하는 식입니다. 이 지역들의 사과 가격 변동률을 다 취합해서 물가지수를 매기게 됩니다.

문제는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 크기가 작아졌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큰 사과 가격이 더 폭등했습니다.
취재진이 전통 시장을 둘러보니, 크기가 작은 사과는 1개에 3~4000원 수준이었지만, 크기가 큰 제수용 사과는 1개당 1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상황입니다.

늘 먹던 큰 사과를 기준 규격으로 삼는 지역이 많다면 사과 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지겠죠.

■내가 할인받아 구입한 사과값...통계의 사과값과 다를 수도?

내가 대형마트에서 산 사과 값이 집계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달 과일값 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습니다. 생산자에 납품 단가를 지원해주고, 구매 금액에 따라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전통시장)해주거나, 대형마트 할인을 유도하고 거기에 정부가 예산으로 할인율을 더 하는 방식이 총 동원됐습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런 할인 혜택을 최대한 누려서 사과 값을 사더라도, 통계에는 이 할인가가 반영 안 될 수 있습니다. 할인 지원책 중 '조건'이 붙은 경우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에 반영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국제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을 받기 위해선 구매 금액이 3만 4,000원이 넘어야합니다. 또 대형마트 할인을 받으려면 대형마트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계의 특성을 고려할 부분은 또 있습니다.

통상 소비자물가지수 조사에서 농산물 가격은 달의 초순, 중순, 하순 이렇게 세번 조사합니다. 정부가 할인 정책을 시행한 건 지난달 하순이다보니, 할인된 소매가는 3분의 1만큼만 반영됐습니다.


"오늘 엄마 제사라서 샀어요. 제사가 아니면 사과하고 배는 비싸서 안사죠. 한 알에 6천 원인데, 별로 크지도 않아요. 이 정도 6천 원 주고 산 거는 저는 살아생전 처음이에요. 원래 이 정도 크기는 한 세 개 만 원 이 정도에 샀었어요. 그래서 세 개씩 밖에 못 샀어요." -서울 동대문구 전통시장 소비자

다만 얄궂은 통계 집계의 특성 탓만 할 문제는 아닙니다. 부모님 제삿상에 올리는 사과의 크기와 가격을 누구보다 꿰고 있는 이 시민처럼, 소비자들이 몸으로 기억하는 체감 물가 역시 오른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펼친 할인 지원이 보편적이고 효과적이었다면, 다음 달 나오는 4월 물가 통계에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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