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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혈액줄기세포 조절 통해 면역력 강화 확인
과학자들이 동물 실험을 통해 혈액줄기세포의 구성을 조절하면 면역력 회춘도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픽사베이

인류의 삶을 바꿀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미국의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지난해 말 노화 현상을 되돌릴 수 있는, 즉 회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총 상금 1억100만달러(1300억원) 규모의 ‘20년 회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노화로 인한 운동 능력, 인지력, 면역력 약화를 최대 20년 이전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회춘 방법에 관한 연구 가운데 2010년대 이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젊은 피의 회춘 효과다. 그동안 동물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연구들이 여럿 발표됐다. 예컨대 미국 피츠버그대와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각각 젊은 쥐의 혈액에 있는 세포 밖 소포체의 회춘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이번엔 동물 실험을 통해 면역 회춘도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늙은 조혈모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이용해 노화로 기능이 약해진 면역계를 되돌리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루는 면역세포들은 혈액줄기세포(조혈모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면역세포엔 골수계와 림프계 두 종류가 있는데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골수계 세포는 선천면역 반응을, 항체를 만들고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는 비세포와 티세포 등의 림프구는 적응면역 반응을 구성한다. 인체의 면역력은 이 두가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제대로 유지된다.

나이 들면 골수계·림프계 면역세포 균형 깨져

그런데 생쥐나 사람이나 노화가 진행되면 혈액줄기세포가 염증을 유발하는 골수계를 더 많이 생성해 둘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 이는 특정 병원체에 맞는 새 항체와 티세포를 만드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노인들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 감염에 더 취약하고 백신 효과도 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액줄기세포엔 골수계 면역세포를 집중적으로 만드는 ‘골수 편향 줄기세포’(my-HSC)와 림프계와 골수계 면역세포를 똑같이 만드는 ‘균형 줄기세포’(bal-HSC)가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골수 편향 줄기세포가 더 많아진 탓이다.


그렇다면 혈액줄기세포의 균형을 회복시켜주면 면역체계도 다시 젊어질 수 있을까?

연구진은 선천면역세포를 주로 생성하는 줄기세포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어,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항체를 이용해 골수 편향 줄기세포를 제거해서 줄기세포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전략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56~70살과 비슷한 18~24개월 된 생쥐 6마리에게 이 항체를 주입했다. 그 결과 비정상 줄기세포가 약 4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늙은 생쥐의 면역체계가 젊은 생쥐와 비슷해진 것이다. 단 한 차례의 주사로 최소 2개월간 균형이 유지됐다. 2개월은 쥐 수명의 약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또 염증 관련 단백질 수치도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어 면역체계가 실제로 젊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항체 치료를 받은 9마리를 포함한 17마리에게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한 뒤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실험을 했다.

2주 후 생쥐들의 바이러스 감염 세포 수를 측정한 결과, 항체 치료를 받은 생쥐그룹에선 거의 절반(9마리 중 4마리)이 완치된 반면, 항체 치료를 받지 않은 생쥐는 8마리 중 단 1마리만 완치됐다.

면역체계가 노화하면 치매나 뇌졸중, 심장마비 등 노화와 관련 있는 질병의 위험도 높아진다. 픽사베이

3~5년 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 가능할 듯

면역 체계의 회춘은 단지 병원체를 방어하는 데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면역체계가 노화하면 치매나 뇌졸중, 심장마비 등 노화와 관련 있는 질병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야사르 아파트 카수 박사와 로버트 사이너 박사는 네이처에 실린 논평에서 “노화의 기저에 있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여러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핵심”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보여준 항체 요법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만성 염증성 질환의 발생률과 중증도를 낮추며 혈액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줄기세포의 인위적 제거는 암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런 부작용까지 고려해 사람의 혈액줄기세포 균형을 회복하는 데도 비슷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3~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그 사이에 생쥐를 대상으로 항체 요법이 암이나 염증성 질환 발병률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등 항체 요법의 다른 효과를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언젠가는 면역체계 구성을 조절하는 일회성 치료로 노인의 면역 체계를 돌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7238-x
Depleting myeloid-biased haematopoietic stem cells rejuvenates aged immunity.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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