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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봉사활동 경험, 몸이 기억”
“당연한 일이 화제가 돼 씁쓸하기도”
시각장애인 고객에게 '안내 보행법'을 정확히 이행해 화제가 된 런던베이글뮤지엄 도산점의 박진아(29) 주임이 지난달 2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지막한 목소리, 따스한 미소. 시각장애인 고객에게 보인 행동으로 화제가 된 런던베이글뮤지엄 도산점의 직원 박진아(29) 주임은 온화한 성격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2월 6일 매장을 찾은 시각장애인 안승준(42)씨에게 ‘시각장애인 안내 보행법’을 정확히 이행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가 안씨를 응대하는 모습은 안씨가 활동하는 유튜브 채널 ‘알TV’에 포착됐고, 곧 각종 SNS로 퍼졌다. 알TV는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한다.

안씨는 지난달 22일 보도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박 주임의 ‘담백한 대응’이 좋았다고 했다. ‘메뉴 선택’이나 ‘보행 안내’ 등 눈이 안 보이는 안씨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줬을 뿐 ‘과도한 친절’은 없었다는 것이다. 안씨는 “매뉴얼이 아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더 좋았다”며 “장애인을 위해 꼭 거창한 합의 절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네티즌 역시 박 주임의 군더더기 없는 대응에 주목했다. 알TV의 영상과 이를 소개한 언론 기사에는 “누구나 평등하게 받는 서비스, 이게 기본 아닐까” “덕분에 시각장애인 안내 보행법을 배웠다” “직원분 천사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 본사에서 만난 박 주임은 “천사라니, 너무 과한 표현이다”라며 절레절레 손부터 저었다.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인 그는 “많은 분의 관심에 감사하다”면서도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일처럼 화제가 되니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했다.

안씨에게 팔을 내미는 박 주임. 시각장애인 안내 보행법을 이행하고 있다. 유튜브 '알TV' 캡처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안씨가 왔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저희 매장은 늘 손님들로 붐비는 편이다. 그날도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불러서 고객 응대를 부탁했다. 나가보니 시각장애인 고객이 있었다. 평소 손님들이 불편하거나 필요한 건 없는지 먼저 파악해 진심 어린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분(안씨)에게도 다른 손님에게 하듯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드리려 했다.”

시각장애인 안내 보행법을 정확히 이행해서 화제가 됐는데
“중학생 때 학교 봉사활동으로 장애인복지관에서 여러 활동을 했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잊고 살았는데 막상 상황을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행동이 나온 것 같다.”

당시 어떤 활동을 했나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체장애인분들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씻겨 드리는 등 그곳에 계신 분들의 편의를 도와드렸다. 중학생 때라 기억은 흐릿하다. 시각장애인 안내 보행법도 말로 설명할 수 있다기보다는, 몸이 기억해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도 ‘시각장애인의 몸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팔꿈치를 잡을 수 있도록 내밀어야 한다’는 안내 보행법의 중요 포인트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

매니저는 이 사실을 알고 안씨의 응대를 부탁한 건가
“아니다. 우연히 이뤄진 일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도산점의 박진아 주임.


안씨는 ‘담백한 대응’이 좋았다고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보통 실천하기 어렵지 않나.
“장애인 고객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일까지 도와드리는 것보다 다른 손님과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어려워하는 부분만 도움을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를 추천해드리고 보행에 도움을 드리는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언론에 소개되고, 영상에도 많은 댓글이 달렸다
“매일 고객들에게 하는 당연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너무 큰 관심을 받아서 실감이 안 난다.”

또 기지를 발휘해 고객을 응대한 경험이 있나
“정말 다양한 고객이 온다. 연령층도 다양하고, 외국인 손님도 있어서 여러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아이와 함께 왔던 단체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 여섯 분이 왔는데 모두 아이를 안고 계셔서 주문하실 메뉴와 수량을 빠르게 확인한 뒤 담아드리고, 결제까지 해드렸다.”

본인을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그냥 이게 내 업일 뿐이다. 고객들과 마주하고, 대화하고,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웃으면서 가게 밖을 나갈 때 큰 기쁨을 느낀다. 그 기쁨 때문에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 그때도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천사’라는 표현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냥 서비스업을 좋아한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인데 당연한 일이 아닌 것처럼 화제가 돼서 씁쓸하기도 하다. 이 매장을 방문해주는 손님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하고 평등하듯, 장애인분들이나 사회적 약자분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찬가지로 소중하고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관심과 배려를 통해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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