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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양극화·재산권 침해 원인 된 낡은 규제, 완화 필요해
토지 공급 늘면 주택시장 안정에도 한 몫 할 것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과 농지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지난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광역시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고도가 높거나 경사가 급하기만 해도 무조건 개발할 수 없게 막았던 획일적 규제를 없애겠다”며 “철도역이나 기존 시가지 주변 인프라가 우수한 땅은 보전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아주 합리적이고 획기적인 생각이다. 그렇다. 이용가치가 높은 토지는 국민 편의와 도시기반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경우 해제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울산에서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를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개념상 도시 주변을 둘러싸는 게 보통인데 울산광역시에선 도시를 가로질러 공간을 쪼개는 기형적인 형태를 띤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1995년 통합되면서 두 지자체 경계의 개발제한구역이 도시 중심부가 돼버렸다. 낡은 규제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그동안 국토교통부의 광역도시계획수립 지침에 따라 국가 주도 사업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됐다. 뿐만 아니라 환경평가 상위 1, 2등급인 개발제한구역은 아예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이렇다 보니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기업투자 유치 등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특화산업 육성 등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 전략사업도 국가 주도 사업처럼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에서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환경평가 1, 2등급인 개발제한구역 지역도 대체지만 지정되면 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준다.

개발제한구역 규제혁신은 국토부의 광역도시계획수립 지침만 고치면 가능하기 때문에 비수도권 지역발전의 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울산광역시의 경우 준비 중인 산업단지 유치가 성사되면 최대 10조원의 직접투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부·울·경 전체 지역의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그동안 지방에 첨단산업단지를 세우려고 해도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규제의 완화는 슬럼화되고 소멸위기까지 내몰리는 지방의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개발제한구역 내 농지 등 토지를 과도하게 규제하면 이용 가능한 토지가 부족하게 되므로 공장과 주택 등 조성을 위한 부지 공급이 줄고 결국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적절한 규모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토지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 향후 주택시장의 안정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일률적 규제로 개인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해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할 때의 목적과 달리 지상에 녹지가 없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도시 주변의 전답 등 농지와 훼손된 임야의 경우는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명 개발제한구역 내 부동산은 개인의 재산권을 일부 제한하는 특별한 희생임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독일법상 유사 수용권적 침해에 해당되기에 보상을 하지 못할 바에야 해제하라는 말이다.

더불어 이참에 농촌지역의 토지취득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 빈집이 늘어나고 묵전, 묵답 등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조치이며 이는 소멸위기로 내몰리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와 농촌 활성화에 어느 정도는 기여할 것으로 본다.

사실 개발제한구역은 우리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마지막 자산이다. 그래서 이번에 해제하는 지역은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통해 해제 지역을 선정해야 할 것이며, 적어도 환경 파괴와 난개발은 막아야 할 것이다. 특히 권한이 커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 남용에 대한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이렇게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사전에 투기를 예방할 수 있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 예방적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번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농지이용 규제 합리화는 정부가 추구하는 지방시대 구현을 뒷받침할 균형발전 방안이 될 것이며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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