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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26
준연동형에 위성정당 출현
비례정당 창당 환경 조성돼
윤 정권에 분노한 유권자 결집
총선 뒤 정계개편 역할 가능성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은 1963년이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국회의원선거법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2공화국 내각책임제 권력구조에 따른 양원제를 폐지하고 “정국의 안정을 얻고 지연·혈연의 폐를 방지하기 위하여 소선거구에 다수대표제와 전국선거구에 비례대표제를 병용”했습니다. 지역구는 인구 20만명을 기준으로 했고, 전국구 의원 정수는 지역구 의원 정수의 3분의 1로 했습니다.


1963년 11월26일 6대 총선에서 지역구 131명, 전국구 44명의 의원을 선출했습니다. 지역구 1당이 전국구 절반을 가져갔습니다. 1967년 7대, 1971년 8대 총선에서도 전국구 의원들이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전국구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뽑았습니다. 유정회였습니다.

1981년 전두환 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지역구 2인 선출 중선거구제와 전국구 제도를 결합했습니다. 1당에 전국구 3분의 2를 몰아주는, 말도 안 되는 불공정 선거법이었습니다. 1981년 3·25 11대 총선에서 지역구 184명, 전국구 92명을 선출했습니다. 1988년에는 ‘소선거구제+전국구’로 바뀌었습니다. 1988년 4·26 13대 총선에서 지역구 224명, 전국구 75명을 선출했습니다. 이때도 1당이 전국구 절반을 차지하는 불공정 조항이 있었습니다.

1991년에는 ‘지역구 의석 비율’로 전국구를 배분하도록 개선됐습니다. 1994년 통합 제정된 공직선거법은 전국구 배분 기준을 ‘지역구 선거 득표 비율’로 바꿨습니다. 2004년 4·15 17대 총선에서 마침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따로 투표하는 지금의 정당투표제가 도입됐습니다. 기존 선거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001년 위헌 결정 덕분이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으로 묶여 있는 사이에 지역구 의석은 계속 늘어났고 비례대표 의석은 계속 줄었습니다. 그래도 비례대표제와 정당투표제는 지역구 선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제3세력의 의회 진출을 꾸준히 도왔습니다.

2004년 4·15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에서 8석을 얻은 덕분에 10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정당 득표율은 13.03%였습니다. 지역구는 다른 정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찍은 유권자가 많았습니다.

2016년 4·13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으로 38석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국민의당 정당 득표율은 26.74%로 더불어민주당 25.54%보다 높았습니다. 이때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을 찍고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우리 유권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이른바 ‘분리투표’를 이미 오래전부터 학습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4년 전인 2020년 4·15 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다가 30석 ‘캡’까지 씌운 기형적 제도로 치렀습니다. 비례대표 47석을 미래한국당 33.84% 19석, 더불어시민당 33.35% 17석, 정의당 9.67% 5석, 국민의당 6.79% 3석, 열린민주당 5.42% 3석으로 분배했습니다.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 주저앉자…

비례대표의 역사를 다소 길게 설명해 드린 이유는 조국혁신당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월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민주공원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지지세를 확보할 것이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민주당의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맡고 있던 박홍근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다.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파란불꽃펀드 참여자 감사의 만남’ 행사에서 참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그러나 3월3일 조국혁신당 창당 즈음에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내려앉으며 조국혁신당 지지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덕도 톡톡히 봤습니다. 조국혁신당에는 지역구 후보를 내보낼 만한 인적·물적 자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바람에 비례대표만 후보를 내는 정당을 창당하는 데 부담이 없어졌습니다. 4년 전 국민의당·열린민주당처럼 말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조국혁신당이 내세운 “3년은 너무 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등의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면서 상승세를 탈 수 있었습니다. 3월29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미래 34%, 더불어민주연합 22%, 조국혁신당 22%, 개혁신당 4%였습니다. 1주일 전에는 국민의미래 30%, 더불어민주연합 23%, 조국혁신당 22%, 개혁신당 5%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국혁신당의 도약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되살리며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조국혁신당을 ‘우군’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이 담지 못하는 것들을 담는 새로운 그릇으로 필요하고 충분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조국혁신당을 평가했습니다.

정당 투표 의향 22%, 비례 12석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유가 뭘까요?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조국 대표 자신도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조국 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돌풍의 원인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정도로 빠르고 뜨겁게 지지가 형성될지는 몰랐다. 감사하고 두렵다. 당대표가 흠결이 있고 부족함이 있는데도 왜 이럴까 생각해보게 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되려 노력하다 보니 우리 당에 비해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국민이 가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조국혁신당이 가장 직설적으로 포착하고 표현하고 공감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시민들을 만나면 ‘속이 시원하다, 울분이 풀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습니다. 조국 대표는 지난 2월8일 항소심에서 사문서 위조,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만약 혐의와 형량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감옥에 가야 합니다. 누구나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지지하는 걸까요? 누가 지지하는 걸까요? 한겨레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자 13명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지난 25일치 신문에 실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분노”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라는 두 가지 열쇳말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조국혁신당 돌풍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4·10 총선 결과와 투표자들을 정밀하게 분석해본 뒤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윤석열 정권이 유권자들의 가슴속에 있는 ‘뭔가’를 건드렸다는 막연한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례대표 46석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몇석이나 차지할까요? 조국혁신당은 1번 박은정, 2번 조국을 비롯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25번까지 제출했습니다. 비례대표 배분 방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3월29일 발표된 한국갤럽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지지도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국민의미래 19석, 더불어민주연합 12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는 실제 선거에서 득표율 3%를 넘어서야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습니다.

총선 이후 조국과 이재명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한다면 이번 총선의 주인공은 조국 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의석을 합쳐도 과반이 안 된다면 조국혁신당이 원 구성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앞으로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운영에서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양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조국혁신당발 정계 개편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진보당·새진보연합 출신들이 조국혁신당과 손잡고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관측입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좀 더 크게는 총선 이후 야권 전체가 재편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까지 있습니다. 야권 재편이 시작된다면 이재명·조국 대표의 경쟁 구도가 그 중심축에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조국 대표가 대선 주자급 정치인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 대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의원직을 잃는 치명적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최근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메시지가 상당히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4·10 총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건곤일척 승부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관계도 4·10 총선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총선 이후 두 사람은 협력할까요, 경쟁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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