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루이스 고셋 주니어. 에이피(AP) 연합뉴스
흑인 최초로 오스카(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루이스 고셋 주니어가 29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고 에이피(AP)통신과 시엔엔(CNN)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향년 87살.
이날 고셋 주니어의 아들들은 성명을 내어 “오늘 아침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슬프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고셋은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으로 쉬던 중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을 계기로 배우가 됐다. 1953년 16살의 어린 나이에 브로드웨이에 데뷔했고, 1959년 연극 ‘태양 속의 건포도’에 출연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1961년 이를 영화화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그는 1977년 미국 노예제도의 잔혹성을 다룬 티브이(TV) 시리즈 ‘루츠’(Roots)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어 1982년 개봉한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 사관학교 생도들을 혹독하게 훈련하는 교관 ‘폴리’ 역을 맡으면서 이듬해 흑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1992년에는 에이치비오(HBO) ‘조세핀 베이커 스토리’에서 민권운동가 시드니 윌리엄스를 연기해 골든글로브 미니시리즈·티브이(TV)영화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고셋은 2010년 낸 회고록 ‘배우와 신사’를 통해 흑인 배우로로서 받은 차별에 대해 털어놓았다. 책에는 1960년대 초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당시 흑인에게 허용된 장소가 드물어 바퀴벌레가 들끓는 모텔에 묵어야 했던 일이나, 배우로서 성공한 뒤에도 고급 렌터카를 몰고 호텔로 가던 길에 이유 없이 경찰에게 의심받고 제지당했던 일 등이 담겼다.
그는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에라시즘 재단’(EracismFoundation)을 설립해 흑인 민권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