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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저자

연구기능 이탈·하청노동자 양산 등
말단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

“‘중산층 모델’ 지속 위해 혁신해야”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제조업 강국을 이끈 산업도시 울산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사진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l 부키 l 1만9000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산업도시인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보고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제언까지 담은 책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가 나왔다. 전작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조선산업의 중심인 거제도의 위기를 분석하고 현장 중심의 이야기를 담아 학계와 출판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번엔 울산이라는 도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양 교수가 진행한 학술연구 용역과제의 결과물을 보완해 썼는데 데이터가 풍부하고 근거가 탄탄하다. 학술연구 내용인데도 울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 이 책 한권만 읽으면 대한민국에서 울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위상이 어떠한지,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도록 집필했다.

울산은 중화학공업의 대표 격인 ‘3대 산업’, 이른바 조선·자동차·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2023년 말 기준 인구는 115만명이고, 수출액 기준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 가는 광역시도다. 포항은 철강, 거제는 조선 식으로 보통 산업도시가 한두 개 품목에 집중한다면, 울산은 다양한 제품을 구축하고 있어 1인당 지역총생산과 1인당 총소득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울산의 월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343만원으로, 서울(374만5761원)에 이어 전국 2위다. 울산은 특히 ‘노동 계급 중산층’이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 도시이기도 하다. 1960년대 산업화 정책 이후 변변한 학력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이 직업훈련소에서 한글과 기술을 배워 생산직 노동자가 됐고,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기업 대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많았다.

이처럼 일자리가 풍부했고, 평범한 사람이 생산직 노동자로 살아도 높은 월급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며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던 울산이 현재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저자는 책 초반부터 지금 이대로라면 2030년 울산이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그려보는데, △저물어가는 장년 퇴직자의 도시 △젊은이가 외면하는 청년 비정규직 도시 △연구소가 떠난 도시 △대학이 떠난 도시로 집약해 그린다. 이런 암울한 미래는 제조업의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획 및 연구개발 기능이 수도권으로 떠나간 점, 고숙련 노동자가 아니라 하청 노동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기업들의 고용 방식, 또 여성들의 일자리는 없고 남성 중심의 일자리만 있는 ‘산업 가부장제’의 짙은 그림자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책에서 지금까지 하던 대로 열심히 노력만 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낙관론을 경계한다. 울산이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공장에서 엔지니어와 협업하는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고, 기존 공장과 제조 생태계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또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과 조선,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 생기는 기회를 살피면서, 노사관계와 원하청 관계, 중소기업의 기술적 영세성 극복 등의 문제를 해결해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고 덧붙인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위기 타개 방법론을 제시하는데다 대한민국 제조업에 대한 큰 틀의 논의까지 포함돼 나무와 숲 모두를 보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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