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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표지. 문학동네 제공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해서 먹고 삽니다.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의 재산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말이죠. 그런데 살다보면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갑자기 크게 다친다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게 됐다거나, 예상치 못한 해고를 당한다거나 하는 상황이요. 가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도 일어나곤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이번주 ‘오늘도 툰툰한 하루’에서 소개할 작품은 가시와기 하루코 작가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문학동네)입니다.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을 돕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입니다.



요시쓰네 에미루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입 공무원입니다. 첫 근무지는 복지사무소 생활과. 생활과의 주요 업무는 ‘생활 보호’ 관리입니다. 일본국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모든 생활에 대하여 사회 복지, 사회 보장 및 공중 위생의 향상 및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생활 보호는 이 헌법에 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만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은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왓챠 제공


생활과 직원들의 임무는 생활 보호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에미루에게는 110세대가 배당됩니다. “이 파일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제각기 다른 인생이 있습니다”라는 선배의 말은 에미루에게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지원’이라는게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게 아닙니다. 생활 보호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립’입니다. 대상자들에게 구직을 독려하고, 무엇보다 이 사람에게 ‘정말 이 보호비가 필요한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상사는 “구의 재정이 긴박한 상황에서 생활 보호비만 증가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대상자들 중 일 할 수 있는 상태인 사람들은 꼭 일을 하도록 만들라고 에미루와 동료들을 압박하죠. 에미루는 자기가 맡은 대상자들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스틸 컷. 왓챠 제공


어른이 된 뒤에 타인의 집에 들어가 본 경험이 많으신가요? 어릴 때 친구 집에 밥먹듯 드나들던 어린이도 어른이 되면 남의 집에 갈 일이 적어집니다.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때론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부분까지도요.

에미루는 어느날 갑자기 자살한 생활 보호 대상자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에미루에게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 없으니 죽겠다’는 예고 전화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냥 입버릇’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음날 그가 근처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당황한 에미루에게 동료는 ‘솔직히 관리해야 할 건수 하나 줄어서 좋은 거 아니야’ 라는 말을 건넵니다.

드라마화 된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스틸 컷. 왓챠 제공


복잡한 마음으로 대상자의 집을 찾은 에미루. 집 문을 여는 순간, 살아있을 때는 ‘처리해야 할 케이스 1건’에 불과했던 그가 비로소 한 명의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작은 집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살았던 사람. 낡은 상자에 업무 관련 서류를 가지런히 꽂아놓던 사람. 벽에 큼지막한 산 포스터를 붙여놓고 지낼만큼 산을 좋아했던 사람.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과거 사진에서는 누구보다 활짝 웃었던 사람으로요.

제64회 쇼가쿠칸 만화상 일반 부문 수상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초 문학동네에서 단행본으로 2권까지 출간됐고, 3권도 나올 예정입니다. 2018년에 일본에서 10부작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는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스틸 컷. 왓챠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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