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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남편 소유 농지. 평창=이에스더 기자

6일 오전, 강원 평창군 원길리. 마을에 들어가니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 서모(65)씨가 소유한 농지(밭) 5000여㎡가 펼쳐졌다. 잡초의 흔적 없이 가지런히 정돈된 밭고랑을 따라 애호박이 보였다. 그 뒤로는 하얀 감자 꽃을 틔운 감자가 무성하게 자랐다. 농지 바로 옆으로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길이 놓였다.

3시간여 지켜봤지만 밭을 가꾸는 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밭 근처를 지나던 마을 주민은 "정 후보자 부부가 가끔 이곳에 온다"라고 전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 마을이지만 KTX 평창역에서 차로 15분, 봉평면사무소에서 4분 거리로 생활 인프라는 좋은 편이다. 서씨 보유 2필지 중 한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는 2002년 ㎡당 4600원에서 올해 3만4700원으로 올랐다.

인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서씨가 자신이 소유한 평창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본인경작'(자경)이 명시된 농지대장과 달리 농업 직불금은 다른 사람이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서씨가 농업에 꾸준히 종사하지 않고 농지를 소유했다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평창군은 서씨가 소유한 원길리 소재 농지에 4차례에 걸쳐 농업 직불금을 지급했다. 직불금은 실제 농지를 경작하는 농업인에 주는 보조금이다. 직접 신청한 뒤 받는 방식이며, 1년에 90일 이상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평창군 관계자는 "(소유주) 서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직불금을 지급했다. 그 당시 농사짓던 분이 받은 거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지급 시점은 2010년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농지를 실제 경작하는 소유주나 임차인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서씨가 직접 농지 관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거나 경남 요양병원, 인천 병원에서 근무하는 등 평창과 거리가 먼 곳에서 주로 일해왔다.

서씨는 해당 농지를 다른 이에 임차하지도 않았다. 이날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평창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씨 보유 2필지 농지대장엔 서씨 스스로 경작하는 것으로 나왔다. 정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도 농지 임대차 관련 서류는 포함되지 않았다. 직불금을 받은 대상 자체가 불분명한 만큼, 부정수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직불금 부정수급이 있었다면 현행법상 환수·행정처분이 가능하다.
6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남편 소유 농지 옆에 난 길. 평창=이에스더 기자
서명옥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서씨 경작 여부를 증빙할 서류 중 하나인 농업경영계획서는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경영계획서는 농업인이 농지 취득을 신청할 때 농업 활동 목표 등을 담아 필수적으로 제출하는 문서다. 서씨가 땅을 매입한 시점이 1998년이라 보관 기간이 지나 폐기했다는 게 평창군 측 설명이다.

평창군은 이달 들어 전산자료·현장실사를 통해 서씨 농지 2필지가 실제 경작 중인 걸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곳 관계자는 "농작물이 자라는 걸 보고, 주변 주민에 물어 (서씨 등이) 경작하러 온다고 듣는 수준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밭농사를 하는지 지자체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서명옥 의원은 "정은경 후보자 남편이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배우자의 농지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이를 묵인한 정 후보자도 장관직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인사청문준비단은 해당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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