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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 말과 함께 7일 혁신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내정 3일 만의 급작스러운 사퇴다. 혁신위는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낸 회심의 카드였다. 닻을 올리기도 전에 혁신위가 좌초하자 당엔 만만찮은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며 “국민의힘 혁신 대표가 되기 위해 전당대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 수술 동의서에 서명 않는 안일한 사람들”, “메스가 아닌 칼을 들고 도려내고 잘라내겠다” 같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안 의원 회견 직후 송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걸 귀띔이라도 했다면 혁신위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안 의원 회견 전, 비대위는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재선 최형두 의원,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을 혁신위원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이 초강수를 둔 것은 전임 지도부였던 ‘쌍권’(권성동·권영세 의원)에 대한 인적 청산과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지도부와 갈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쌍권에 대한 조치를 두고 안 의원과 송 위원장이 거칠게 충돌했다. 안 의원은 송 위원장 등 지도부에게 “두 의원은 대선 패배와 ‘한덕수 대선 후보 교체 파문’에 정치적 책임이 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인적 청산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혁신위의 쇄신 의지를 알리기 위해 쌍권이 당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송 위원장 측은 “특정인을 단죄의 대상으로 규정해 처벌하듯 하면, 겨우 봉합한 내홍이 다시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반대했다고 한다. 전날에도 송 위원장과 안 의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비공개 오찬을 하며 ‘쌍권 탈당’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어 밤늦게까지 수차례 통화로 조율했지만 평행상태였고 지도부는 ‘쌍권 인적 청산’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혁신위원 인선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도 갈등을 키웠다. 이날 오전 발표된 5명의 혁신위원에 대해 안 의원 측은 “공감대가 있던 인사는 최 의원과 송 시의원, 김 전 정책보좌관 정도”라고 했다. 비대위 회의 중에 안 의원은 송 위원장에게 “합의되지 않은 혁신위원 명단을 발표하지 마시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송 위원장은 “예정된 위원 명단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다소 이견은 있었지만 5인에 대해선 안 의원도 최종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지도부는 이해했다”며 “그런데 안 의원이 돌연 발표하지 말라고 해 당혹스러웠다”고 반박했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안 의원이 전대 출마를 위해 혁신위 논란으로 자기 장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원내지도부가 7일 국회에서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비대위는 차기 혁신위원장 후보를 물색한다는 방침이지만, 출범 전부터 치명상을 입은 혁신위에 동력이 실리기 어려울 거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이 대표 출마로 급선회하면서 8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그간 정치권에선 주로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의 양강 구도가 거론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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