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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까치 등 '유해야생동물' 모두 금지…타깃은 비둘기 개체 수 조절
서울 한강공원·광화문광장 등 38곳 대상…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제도 시행 예정
싱가포르·영국·스위스 등도 먹이주기 금지


물 마시는 비둘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한때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이제 도심에서 '닭둘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비둘기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해 주요 공원과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참새나 까치 같은 다른 새나 동물에는 먹이를 줘도 괜찮은 걸까. 또 서울에서만 금지가 되는 걸까. 적용 대상과 장소, 그리고 이런 제도가 마련된 배경을 살펴봤다.

참새·까치 등 '유해야생동물' 모두 금지…한강공원, 광화문광장 등 38곳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는 '서울특별시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다.

시는 조례 제정 목적에 대해 "유해야생동물에 먹이를 주는 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설물, 공중보건 및 생활상 등의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례에서 말하는 '유해야생동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지정된 종을 뜻한다. 도심에서 자주 보이는 집비둘기도 여기에 포함된다. 분변과 털 날림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 건물 부식, 위생 문제 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비둘기 외에도 참새, 까치,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큰부리까마귀 등이 농작물과 시설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있다.

유해야생동물에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 맹수 등도 포함된다.

즉, 도심에서 흔히 마주치는 비둘기뿐 아니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 모두에 먹이를 주다 적발될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먹이 주기'는 유해야생동물에 정기적 또는 일시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먹이를 두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

과태료는 1회 위반 시 20만원, 2회 위반 시 50만원, 3회 위반 시 100만원까지 부과된다.

다만 서울 전역이 금지 대상은 아니다.

비둘기 먹이 금지
[촬영 안 철 수] 2025.2.18


서울시는 별도 고시를 통해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가 금지되는 지역으로 공원 33곳, 광장 4곳, 문화재보호구역 1곳 등 총 38곳을 지정했다.

한강공원, 서울숲, 북서울꿈의숲, 광화문광장, 여의도광장 등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들이 포함됐으며 금지구역은 시장이 3년마다 변경 또는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제도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성남, 파주, 의정부, 동두천, 강원 삼척, 속초, 대구 달서구 등이 올해 서울시와 같은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경기 부천시는 먹이 금지 대상을 유해야생동물 전체가 아닌 집비둘기에 한정한 조례를 제정했고, 경기 평택과 광주 남구는 비둘기, 참새, 까치, 까마귀 등 유해조류만 대상으로 먹이 주기를 금지한다.

대구 달서구 관계자는 "향후 몇 달간 간 비둘기 밀집지와 주민 민원을 분석해 금지장소를 정하고,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라며 "과태료 부과보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예방이 목적인 만큼 주민과 갈등을 피할 수 있게 소통도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유해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구역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비둘기 개체 수 조절이 핵심…해외도 골머리
조례에는 먹이 주기 금지 대상에 여러 동물이 포함돼 있지만, 제도의 실질적 초점은 비둘기 개체 수 조절에 맞춰져 있다.

비둘기의 도심 정착은 20세기 중반 이후 본격화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멸종위기 양비둘기 보전 및 증식·복원 연구'(2016) 보고서에 따르면 집비둘기는 1960년대 이후 국내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수입됐고 사육 농가도 급증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각각 3천마리가 방사됐고, 1985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배 고교야구 개막식, 한민족 체전 등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가 90차례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서울시청과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한때 옥상에서 수천마리의 비둘기를 사육하기도 했다.

천적이 없는 도시에서 비둘기는 고층 빌딩을 집으로 삼고 넘쳐나는 쓰레기들을 먹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개체 수 급증은 다양한 문제를 동반했다.

강한 산성을 띤 분변은 오래된 건축물과 문화재, 차량 등에 복구가 어려운 손상을 일으켰다. 털 날림과 분변은 위생 문제와 함께 도시 미관 훼손의 주범이기도 하다.

'들어오지 마라!'
2024년 1월 30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출입구에 맹금류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 안으로 비둘기가 들어온다는 민원으로 인해 흰머리수리 등 맹금류 사진을 부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비둘기 집단 서식지 50곳에서 분변 60건을 채취한 결과, 사람에게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살모넬라균과 캄필로박터균이 각각 1.7%, 6.7% 확인되기도 했다.

비둘기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도 이미 비둘기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유지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전역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최대 1만 싱가포르달러(약 1천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공원에서 먹이를 뿌리는 행위뿐만 아니라 창문턱에 모이를 두거나, 고층에서 조류를 사육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 누리집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2년간 270명 이상이 경고와 벌금을 부과받았다.

영국은 먹이 제공·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한다. 스위스는 먹이 주기를 금지하고 번식 방지를 위해 비둘기집의 알을 모조 알로 교체한다. 캐나다는 천적인 매를 사육·방사하고 공포탄을 사용해 비둘기를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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