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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훈 국민의힘 해운대구 구의원이 지난달 19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운대구의회 유튜브 갈무리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촉구? 좋습니다. 그러나 먼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촉구, 그리고 대통령은 재판을 받으라는 결의안이 선행돼야 합니다.”

박기훈 국민의힘 해운대구 구의원은 지난달 19일 구의회 본회의에 상정된 ‘해양수산부 부산 조속 이전 촉구 건의안’에 반대 의견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결국 건의안은 표결 참여 19명 중 반대 10명으로 부결됐습니다. 지병으로 의정활동이 어려운 구의원 1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구의원 전원(10명)이 반대표를 던진 건데요. 김미희 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이 발의한 건의안에는 해수부 이전뿐 아니라 해운기업인 HMM 본사 이전, 해사법원 신설 등을 함께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구의회에서 부산 이전 촉구 결의안을 부결한 사실이 알려지자 구의회 게시판에는 비판 글이 쏟아졌습니다. 한 시민은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산업은행 한 마디도 안 나오고 부산 엑스포도 말아먹더니 당신들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느냐”라고 일갈했어요. 부산시민들에겐 20년이 넘는 숙원과제인 만큼 국민의힘에 느끼는 배신감의 정도도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해수부 이전을 둘러싼 쟁점들은 단순히 부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늘 점선면은 해수부 부산 이전이 왜 중요한 사안인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와 고려해야 하는 지점들은 없는지 짚어볼게요.

점(사실들) : 대통령 공약 추진에 엇갈린 국민의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을 맞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부산은 해양수산부가 있기에 적정한 지역”이라고 밝혔어요. 자신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건데요.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어요.

국민의힘은 당내에서도 중앙과 지역, 부산과 충청권의 의견이 갈려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 지도부 관계자는 점선면과 통화에서 “해수부를 졸속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어요. 반면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의 해수부 이전 계획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선(맥락들) :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공약

해수부 부산 이전 논의는 24년 전인 200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안상영 부산시장이 신년 언론사 인터뷰에서 ‘해양 수도 부산’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하면서부터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수부 장관 재직시절(2000년 8월~2001년 3월)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반대하기도 했어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정부 축소 정책에 따라 아예 해수부가 해체됐습니다. 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해수부 부활과 부산 이전을 공약했지만 당선 후 세종시에 자리 잡으면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부산 이전을 공약했습니다.

공약을 내세우는 공통적인 이유들은 지방 분권과 발전에 있어요. 2002년에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을 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지방은 지방대로 발전해야 하는데,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며 공약한 이유를 밝혔어요. 이 대통령은 조선·물류·북극항로 개척 등 첨단 해양산업 정책의 집행력을 확보하겠다며 부산 이전의 필요성을 언급했어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운·물류 관련 공공기관과 해운기업 HMM 이전을 추진하고 해사 전문법원도 신설하겠다고도 공약했습니다.

주요 선거에서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연내 부산 이전을 지시하고, 해수부 장관으로 부산지역 유일 현역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의원을 내정했어요. 국민의힘 등 야권은 전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통령 후보가 지난 5월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면(관점들) :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져야 의미

부산 내에서는 해수부 이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고령화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에 실린 ‘청년패널조사로 본 수도권과 비수도권지역의 청년인구 유출과 유입’ 연구를 보면 전국적으로 15~29세 청년 인구가 줄고 있는 가운데 부산·대구·울산 등 영남권 광역시의 인구 감소가 두드러졌어요. 부산은 지난해 전국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일자리와 각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가 큽니다.

문제는 부산만 위기를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충청권이 해수부 이전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행정수도라는 국토균형발전 기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왜 하필 부산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유창훈 목포시의원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간다면 그것은 또 다른 중앙집중일 뿐”이라며 목포로의 이전을 주장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해수부가 부활할 때도 세종·전남·부산 등의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이처럼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비수도권의 절박한 외침이 반복되는 원인에는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구조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해수부 공무원들은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해수부가 수도권, 서울에서 멀어지는 데 대한 우려를 들었습니다. 자녀 교육, 주거 등의 여건이 급격히 변하고, 서울과 세종에 집중된 정부부처와의 협업이 어려워진다는 건데요. 수도권이 아니라면 어느 곳이라도 충족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해수부 같은 공공기관 이전이 마냥 전가의 보도인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역대 정부에서 수도권 집중의 해법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을 추진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인프라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것이었죠. 때문에 야권에서는 공기업인 산업은행 이전을 동시에 추진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부산시민은 25만원 필요없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산업은행 같은 공기업이 오는 게 더 낫다고까지 주장했어요. 그러나 공기업 이전도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점은 공공기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수도권 집중화라는 매듭을 풀지 않고는 해수부 이전도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지역소멸을 막을 핵심 방안은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지역에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 추진을 공약했는데요. 해수부 이전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균형발전을 위한 첫 실마리가 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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