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테이블코인, 달러 지배력 강화하는 잠재력”
스테이블코인 수요, 미국채 수요로 이어져
테더, 미국채 1200억달러 보유해 한국과 비슷
“단기 미국채 금리 인하로 ‘미니 양적완화’ 효과”

일러스트=손민균

“스테이블코인은 국제적으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세계 기축통화로서 디지털 달러화의 활용을 확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 백악관 인공지능·가상자산 최고책임자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처럼 언급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29일 열린 차입자문위원회(TBAC) 회의 관련 보도자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수요에 미치는 영향, 달러 패권(USD Hegemony), 스테이블코인 확대 과제를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사용량 늘리는 신흥국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경을 넘는 비트코인·이더리움·스테이블코인 흐름에 대한 실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스테이블코인 USDT 거래의 약 90%가 미국 외 국가에서 발생했다. 시장점유율 1위 USDT 시가총액은 지난 4일 기준 1584억달러(약 216조원)다. 단순 계산해 1425억달러(194조원)가 디지털 형태로 세계 각국에 유통돼 사용됐다는 뜻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이 늘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화폐 가치가 급락한 국가가 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저축과 결제를 하는 것이다. 실물 달러로 환전해 거래하려면 실제 결제에는 1~2일이 소요되고 비싼 환전·중개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비교적 저렴한 송금 수수료만 부담하면 24시간 언제든 곧바로 이체되는 스테이블코인을 ㅅ달러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아르헨티나로 유입된 스테이블코인은 562억달러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브라질 기업·기관이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기업·기관과 거래한 규모는 340억달러다. 두 국가 모두 화폐 가치가 급락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자국 내 결제·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해외로 이체·송금하게 되면 국부 유출이 된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각국의 화폐 통화량·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의 환전이 촉진되면 자본 유출입 규제를 훼손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2500억달러 중 98%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고 있다.JP모건은 2030년 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5000억~2조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미국채 수요 뒷받침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량에 비례하는 달러를 직접 보유해야 한다. 100억달러를 받아야 스테이블코인 100억개를 발행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고 유통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제레미 앨리어와 공동 창립자 션 네빌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회사 기업공개(IPO)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보유한 달러를 계좌에 보관만 하지 않는다. 70~80%를 만기 1년 미만 미국채(T-Bill)를 매입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로 수익을 올린다. 스테이블코인→달러→미국채 흐름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이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순매수한 T-Bill은 400억달러에 근접하는데, 이는 국가 기준 중국(약 450억달러)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규모다. 일례로 USDT 발행사 테더는 올 1분기 기준 1200억달러의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미국채 보유액(1246억달러)과 유사한 수준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한 곳의 미국채 수요가 한국을 대체한 셈이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보유된 단기 미국채 규모는 중국·스위스·싱가포르·홍콩을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채 수요를 받쳐주면 미국은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 BIS는 5영업일 내 35억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준비금)이 단기 미국채에 유입되면 10영업일 내 미국채 금리가 평균 0.02~0.025%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미국은 비용 부담을 줄여 국채를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다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BIS는 이를 ‘미니 양적완화’(Small-Scale Quantitative Easing)라고 표현했다.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이 미국채를 지속 매입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세계 곳곳에 유통되고, 이 달러로 다시 미국채를 매입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전체 미국채 발행량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수요가 확대되면 달러 패권을 공고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356 한국은 '부자'...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9배 높여야" 랭크뉴스 2025.07.09
53355 삼성 갤럭시 ‘폴드7·플립7’, 오늘밤 전세계 첫 공개 랭크뉴스 2025.07.09
53354 밤낮없는 무더위 지속…서울·대전·광주 낮 36도 랭크뉴스 2025.07.09
53353 '재벌가 며느리' 노현정 아나운서...남편 근황에 '충격' 랭크뉴스 2025.07.09
53352 금융 당국, 방시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검찰 고발 방침 랭크뉴스 2025.07.09
53351 40도 넘긴 7월 초 '역대급 폭염'에 최대전력 수요 최고치 경신 랭크뉴스 2025.07.09
53350 스테이블코인의 역습...투자판·정책 다 바꿨다 랭크뉴스 2025.07.09
53349 트럼프 ‘구리 50% 관세’ 발표에 구리 가격 1989년 이후 최대폭 급등 랭크뉴스 2025.07.09
53348 [팩트체크] 자녀 이름 몇 자까지 가능할까…이름의 변천사 랭크뉴스 2025.07.09
53347 윤석열 전 대통령 보좌한 '빅 4' 국무위원 운명은 랭크뉴스 2025.07.09
53346 "계엄 항명 안 한 것 후회"‥여인형의 '참회록' 랭크뉴스 2025.07.09
53345 윤석열 전 대통령 오늘 구속심사…“무관용 대응” 경찰 2천 명 투입 랭크뉴스 2025.07.09
53344 이제 美 공항에서 신발 안 벗어도 된다… “검사 의무 19년 만에 철폐” 랭크뉴스 2025.07.09
53343 서울대 문화관 새 단장… 이주용·최기주 부부 100억 원 기부 랭크뉴스 2025.07.09
53342 시간당 47.5㎜ 퍼부은 평택 청북…주상복합 건물서 '물난리' 랭크뉴스 2025.07.09
53341 “SK하이닉스 덕분에” 국민연금 주식평가액 2분기 35조원 폭등 랭크뉴스 2025.07.09
53340 [중견기업 해부] “IP 키운다더니”…3년 지나도 블핑 뿐인 양현석의 YG 랭크뉴스 2025.07.09
53339 ‘슬리퍼 활보’의 최후는?···윤석열, 오늘 구속영장 심사 랭크뉴스 2025.07.09
53338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부진에도… 증권가 “일회성 비용 해소,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 기대” 랭크뉴스 2025.07.09
53337 폐지 주워 모은 2억 원 기탁한 할머니‥또 기부 랭크뉴스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