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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 전문가 인터뷰]
퀸시연구소 중동팀 부국장 애덤 와인스타인
“이란 핵 야망 포기 유도, 미완 공습이 망쳐
핵 협상은 부동산 거래 아냐, 트럼프가 오해
트럼프 충동성 확인 김정은, 협상 나설 수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의 애덤 와인스타인 중동프로그램 부국장. 퀸시연구소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의 애덤 와인스타인 중동프로그램 부국장이 1일(현지시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문제 해결 없이 ‘아브라함 협정’ 확장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때인 2020년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과 친미 성향 아랍 왕정 국가들이 체결한 국교 정상화 합의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가 들어와 있는 이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끌어들이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중동 구상의 핵심이다.

와인스타인 부국장의 걱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과 성급함에 쏠려 있다. 대(對)이란 공습이 대성공이라 믿는 그가 공명심에 불타 불안 요소를 간과한 채 중동 역내 현상 변경을 밀어붙일 가능성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이 선결되지 않는 한 안정된 중동 평화는 요원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미국의 이번 이란 공습도 성공이라 보기 어렵다고 그는 지적했다. “치적 욕심이 추동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야심 포기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협상을 망쳤다”는 것이다.

퀸시연구소는 군사력이나 전쟁보다 외교를 통한 평화적 분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2019년 설립됐다. 좌우 정치 이념의 대척점에 있는 세계적 부호 조지 소로스와 찰스 코크가 반(反)개입주의로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인터뷰는 화상으로 50분간 진행됐다.

“이란서 마녀사냥 벌어질 듯”



-미군의 대이란 공습은 전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만 놓고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집권 1기부터 그의 결정은 충동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공습 성공이 동기를 부여한 것 같다. 업적 욕심이 났던 모양이다. 공습 뒤 그는 말할 수 있었다. 보라고. 나는 다른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그는 폭격에 대해 어떤 부정적인 말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의 국가정보국(DNI) 국장인 털시 개버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개버드가 공석에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박당한 말이 핵무기 개발 의도가 이란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그들이 폭탄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더 위험해진 것은 오히려 공습 이후다. 미국의 의향을 확인했으니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더 깊은 지하로 옮기려 할 것이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미국 중재로 일단 봉합되기는 했다.


“기능 부전 휴전 상태다. 이란의 핵 개발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도 핵 합의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없다. 분쟁 재발은 불가피하다. 양측의 휴전은 재정비를 위한 시간 벌기일 수 있다. 고위 군 지휘관이 무더기로 살해당한 이란은 자국에 침투한 이스라엘 스파이 색출에 나설 게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 대상에서 제외된 고위 군 간부들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마녀사냥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달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잇달아 공습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사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나라의 자국 공격이 별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을 바꾸기는 어렵다”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예고됐다.


“미국의 제안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맺었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수준이라면 합의가 가능하다(해당 합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3.67%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 포기를 요구한다면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궁지에 몰렸으니 시늉은 해야 하지 않나. 팔레스타인(하마스), 레바논(헤즈볼라), 예멘(후티 반군) 등에 구축했던 대리 세력이 와해되다시피 했고, 핵 프로그램도 크게 망가졌다.


“폭격당하고 고위 지도자가 대거 죽자마자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못한다. 국민 앞에서 약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다. 중동 리더로서의 입장도 있다. 이란은 미국 대통령을 4년이나 8년 뒤에는 떠날 사람으로 본다. 반면 독재적인 이란 체제는 지속된다.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미래는 와신상담 재건뿐인가.


“협상하는 척하며 핵 프로그램 지하화·재가동에 전념할 것이다. 군사 옵션은 일종의 ‘항생제’다. 감염 바이러스를 100% 죽이려면 처방된 양을 다 복용해야 한다. 절반만 먹어 완치에 실패하면 내성이 생기고 더 강해져 돌아온다. 미국의 이번 공습이 그랬다. 전력을 다했어야 했다. 앞으로 핵시설과 농축 우라늄 추적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란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만들 방법은 없을까.


“트럼프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이란과 협상 중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이스라엘의 유혹에 넘어가 스스로 협상을 방해했다.”

“미국과 이란 간 거래가 성사될 것을 두려워한 이스라엘이 고의로 외교를 방해했다”는 게 와인스타인 부국장 추측이다. 그러나 숙원인 이란 정권 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공습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상군을 보내지도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국은 약 1,000㎞ 떨어져 있고 사이에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이 있다.

“힘을 통한 평화? 무전략”

애덤 와인스타인 퀸시연구소 중동프로그램 부국장이 1일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적과의 외교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족한 인내심이 문제"라고 말했다. 줌 화면 캡처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입장이다.


“‘힘을 통한 평화’는 단순 구호다. 전략이 아니다. 중국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고서는 중동에 다시 휘말리고 있다. 트럼프의 문제는 일을 추진할 때 끝까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성취한 게 뭐가 있나.”

-힘만 보여 주고 끝이라는 뜻인가.


“힘의 과시는 외교와 병행돼야 한다.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세계는 미국을 변덕스러운 행위자로 여긴다. 동맹국인 한국, 일본, 유럽에마저 미국은 골칫거리(liability)다. 두렵기보다 함께 일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거짓말, 허세, 연기(演技)는 시장에서 과일값을 흥정하거나 뉴욕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나 통한다. 북한이나 이란과의 핵 협상에는 통하지 않는다. 그의 방식으로 예측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협상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실질적 보복을 포기하자 곧장 중재 모드로 전환했다. 외교 의지는 있는 것 아닌가.


“외교가 있기는 했다. 4월부터 60일간 이어진 협상이다. 하지만 그게 뭔가 만들기 시작할 때 그는 이란을 폭격했다. ‘전략’이 없는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를 원한다면 힘을 활용해 협상을 끌어내야 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이미 협상에 착수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폭격하면 순서가 엉킨다. 외교 도중 군사 옵션을 사용하면 다시 외교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아무도 공존을 믿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자국을 기습한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근 2년간 가자지구를 초토화했다. 아브라함 협정 확대 구상도 벽에 부딪혔다.

-아브라함 협정은 확장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의외로 다수 아랍 국가의 리더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아브라함 협정에 협조적인 것은 큰 부분 미국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다. 친(親)이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진 시리아도 이제 참여 후보다. 변수는 하마스다. 알 것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부추긴 것은 아브라함 협정 확대 움직임이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개선 논의가 풀리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은 망각될 것을 두려워했다. 가자 문제 해결 없이 아브라함 협정을 넓히는 것은 위험하다. 되레 역내 불안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국가 해법’은 유효한가.


“위기다. 이스라엘에도, 팔레스타인에도, 미국에도 공존을 믿는 사람이 적어졌다. 특히 이스라엘에는 마지막 하마스 구성원을 죽일 수 있고 그러면 가자가 마법처럼 바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이란 다음 표적이 북한일지 모른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나는 북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미 억지력(핵무기)을 갖고 있는 김정은을 이란처럼 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내가 김정은이라면 지금이 협상할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트럼프가 얼마나 충동적인지, 협상하지 않는 것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봤기 때문이다. 나는 적과의 외교를 찬성한다. 가치 있는 일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인내심이다. 외교를 제대로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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