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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기습적인 고강도 ‘돈줄 조임’이 단기적으론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77건으로, 직전 일주일(1629건) 대비 64.5% 감소했다. 실거래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을 고려하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거래 위축’ 현상은 확연했다.

특히 송파구와 서초구는 직전 일주일보다 90% 이상 거래가 줄었다. 이 기간 송파구 실거래 신고는 1건에 불과했다. 강남구(-68%)와 마포구(-66%), 성동구(-54%) 등도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금천구와 노원·관악구 등 서울 외곽 지역도 거래량이 절반 넘게 줄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규제가 서울 전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계약취소 속출, 송파·서초구 90% 거래 줄어
부동산 계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가 지난달 27일 이후 취소된 건수는 12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9건은 대출 규제 발표 당일(지난달 27일)에 취소됐다. 대출이 막히거나 집값 하락을 우려한 매수자가 계약금 손실을 감수하고 계약을 취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호가가 폭락하는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급매물이 늘고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눈치보기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준홍 기자
전세 시장도 냉랭하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전세를 끼고 후순위 대출까지 받는 매수자들이 많았는데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고, 담보대출을 받으면 실입주를 해야 하니 매매도 전세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6·27 규제는 대출 시장에도 먹혔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출 규제 발표 후 첫 주(지난달 30일~이달 3일) 은행에 서울 지역 주담대를 신청한 금액은 하루 평균 3500억원대로 집계됐다. 이는 규제를 발표하기 직전(지난달 23~27일) 주담대 일평균 신청액(74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대출 신청액이 감소하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대출 신청 2~3개월 후 대출이 나간 시점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고액 주담대가 많은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지역의 대출이 급감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한다.

관건은 이번 규제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지다. 과거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수요 억제책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속 효과는 길지 않았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향 조정된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세제·분양·대출 규제를 총망라한 2018년 9·13 대책 역시 효과 지속은 5~9개월에 그쳤다. 2020년 6·17 대책 이후에도 거래량이 감소한 기간은 3개월뿐이었다.

금융당국도 이 부분을 경계한다. 최근 주담대 신청액이 급감한 것은 규제의 효과도 있지만, 은행들이 전산에 규제 내용을 반영하고자,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일시 제한한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서울 부동산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의 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대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면,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대통령 “이번은 맛보기” 추가대책 나올 수도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발언한 것 역시 규제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에선 추가 억제책으로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상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다. 이밖에 ▶서울·경기 일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지역 확대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정책대출 DSR 추가 적용 ▶내년 5월까지 유예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일몰 등이 거론된다.

당장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부터 막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이뤄진 개인사업자대출을 용도 외에 썼는지 전수 점검한다. 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온투업)’나 대부업체를 통해 주택 매수 자금을 빌리는 사례도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온투업·대부업을 통해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늘면 이들에 대한 규제책도 곧바로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전반적 거래 감소와 가격 축소가 단기적으로는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이번 대책이 직접적 부동산 대책이 아닌 만큼 앞으로 수요와 공급을 총망라한 대책이 나왔을 때 시장은 또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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