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병원, 서울대병원] 타 국립대병원장은 교육 장관 임명 공공의료 책임감보다 ‘윗선’ 눈치
사진=권현구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은 원장 임명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다른 국립대병원들과 달리 대통령이 원장을 임명하는 구조여서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 김영태 원장 취임 당시인 2023년이 특히 논란이 컸다. 당시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박모 교수와 정모 보라매병원장을 최종 후보로 지명해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임명이 미뤄지다가 대통령실이 이들을 모두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내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가 재공모를 거쳐 김 원장이 선임됐다. 공석이었던 원장 자리가 채워지기까지는 무려 9개월이 걸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6일 “부원장을 했던 교수라거나 기조실장을 지내는 등 병원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직원들도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현재 원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 임명 직전인 2022년 말에는 검찰 수사관 출신이 병원 감사직에 임명되면서 병원 회계와 업무 전반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말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서창석 원장이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서 원장 임명을 위해 당시 청와대가 모든 경쟁 후보의 인사 검증에 과도하게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공의료 상징성이 큰 서울대병원이 대통령 입김에 휘둘리는 이유로는 현행 서울대병원설치법이 꼽힌다. 설치법 10조는 ‘원장은 이사회 추천을 받아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국립대병원장을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것과 달리 서울대병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차관급 예우를 받는 자리다. 유독 서울대병원에 한해서만 별도 법을 만들어 관리해오고 있는 셈이다.
임명 과정의 불투명함 외에 원장 후보자의 경영 철학이나 공공의료 비전이 내부 구성원들과 공유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설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원장으로 추천된 사람은 병원 경영계획서와 공공성 강화계획서, 연도별 실천계획서 등을 이사회에만 보고하면 된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감보다 대통령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원장이 공공병원 수장으로서 책임지고 정책을 주도하기보다 정부 방침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한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는 “다른 대학병원과 달리 서울대병원만의 공공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사회 개편이 필요하다”며 “정부부처 차관을 당연직 이사로 포함시킨 규정을 개정하고 내부 인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