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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쯤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사령부 제1호 포고령'이 발령됐습니다.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일반 국민만이 아니었습니다.

아홉 번째 공판에는 계엄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해온 실무자, 권영환 전 함동참모본부에서 계엄과장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훈련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포고령을 써봤다던 권 전 과장은 그날 밤 발령된 포고령을 보고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포고령에 웬 의사?'…"굉장히 이상하다 생각"

당시 계엄상황실 설치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권 전 과장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에서야 포고령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권 전 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시간이 언제인지 너무 궁금해 복도를 돌아다니다 상황실에 갔다"며 "그때 서야 처음으로 '포고령 1호'라 돼 있는, 서명이 들어있지 않은 복사본과 그걸 누가 타이핑 한 걸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권 전 과장 설명에 따르면 계엄사에서 포고문을 작성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공고문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이 서명이 들어간 문서 일체를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권 전 과장은 "(포고령) 문항 하나하나에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계엄사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디테일(세밀)하게 하위 항목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며 "6개 항목만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⑤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중>

이어 " 포고문 자체가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한 건데 의사들 관련 내용이 있어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전 과장은 "연습 상황에서도 토씨 하나 가지고도 따지는 게 계엄사 법무실"이라며 "'법무실 장교들이 검토했다면 이렇게 됐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포고령이 굉장히 허접했다는 거냐"고 묻자 그는 "정상적으로 법을 알고 공부하신 분들의 검토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것"이라며 "허접하다는 단어는 거북하게 들린다"고 답했습니다.

■방첩사도, 육군본부도…"계엄 관심 많아" 연락

박 전 과장은 돌이켜 보면 이상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서 박 전 과장은 방첩사 관계자로부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계엄에 관심이 많아 계엄사령관이 주관하는 계엄 상황 보고에 참석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박 전 과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지난해 11월 중순에서 말쯤 방첩사 인원들이 뜬금없이 용산 근처에서 만나서 밥을 먹자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해서 식사를 거절한 적이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육군본부 법무실에서 전화가 와 '계엄실무편람'을 요청하는가 하면, 육본 작전과로부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에 관심이 많다, 육본 차원에서 계엄사에 지원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알려달라'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과장은 "일련의 과정을 지나고 보니, 과거에 없던 일이 계속 있어서 의문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휴대폰 뺏고 유선전화 선 뽑아…"떳떳하지 못한 일이라 생각"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서버실을 살펴보는 고동희 전 처장(CCTV 화면)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하고 현장을 지휘한 고동희 전 국군정보사령부 계획처장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고 전 처장은 비상계엄 당일 오전 10시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야간에 긴급 출동할 일이 있으니, 인원 8명을 선발하고 이동 차량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 문 전 사령관은 "오늘 야간에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서 임무가 있으니, 출동을 준비하라"며 "선관위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실을 지키고 있으면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선관위는 정부 기관인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나'하는 의문이 들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묻자, 문 전 사령관이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다는 게 고 전 처장 증언입니다.

밤 9시쯤 팀원들과 함께 중앙선관위에 도착한 고 전 처장은 출입을 통제하고,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뺏은 뒤 당직실 유선전화 선도 뽑아버렸습니다.

문 전 사령관은 전산실 직원 5명의 명단을 주면서 이들을 출입시키도록 했는데, 고 전 처장은 "서버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편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서버실의 위치를 파악한 고 전 처장은 '통합선거인명부' 서버 사진을 두세 장 찍은 뒤 문 전 사령관에게 전송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고 현장에서 철수한 고 전 처장은 팀원들에게 단체 대화방에서 모두 나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는 '부대원들에게 우리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냔 검찰 질문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고 전 처장은 "떳떳하지 못한 일에 우리가 연루된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중에 '누가 너 그때 무슨 일 했어?'라고 물었을 때 내가 '그때 무슨 일을 했습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그런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 이첩 두고 공방…내란특검 증인 72명 추가 신청

내란특별검사팀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것을 두고 양측의 공방도 이어졌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은 특수본에 사건 '인계'를 요청했는데, 특수본은 특검에 사건을 '이첩'했다"며 "인계와 이첩은 명백한 별개의 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령 측은 "특검법의 취지상 '인계'는 특검 수사 대상인 사건을 넘겨받는 규정이고, '이첩'은 특검 수사 대상 중 공소 유지 중인 각 사건 자체를 넘겨받는 규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첩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첩한 것이니 이첩 자체가 법률상 근거 없는 무효"라며 "요구받지 않은 이첩을 했는데 효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특검 측은 "'인계'와 '이첩' 두 용어는 상식선에 비추어볼 때 모두 진행 중인 사건을 특검에 이관하거나 넘긴다는 뜻으로 동일하다"며 "특수본이 인계 요청을 받고, 인계한 이상 인계와 이첩이 모두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이날 공판에서 72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하겠단 계획을 밝혔습니다. 앞서 검찰이 1차로 신청한 38명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신청한 증인의 수만 110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약 3달이 지난 지금, 신문이 진행된 증인은 9명에 그칩니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리는 10차 공판에서 고 전 처장을 마저 신문하고,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과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을 불러 신문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조은수 이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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