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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에 핵미사일 쏘면, 미국은 도와줄 수 없다"
"한국, 생존위해 중장기적으로 핵무장 추진해야"…란코프 국민대 교수


편집자 주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다섯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네 번째로, 북한과 남한의 핵무장 문제를 주로 다뤘습니다. 다음 주에 송고되는 다섯번째 기사는 남북통일 문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이전에 송고된 3건의 기사 목록은 이번 기사 아랫부분에 게재했습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란코프 교수
[윤근영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한국에서의 핵전쟁 가능성은 높지 않아도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일부 한국인들은 미국이 핵 보복을 통해 북한을 궤멸시킬 것이기에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소폭탄의 발전 때문에 미국이 그런 핵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국민을 위해 뉴욕 시민 수만 명, 수십만 명이 죽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63) 국민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란코프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3월 20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그는 "한국이 핵 공격을 당한다면 다른 나라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ICBM을 갖고 있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을 도와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란코프 교수는 "한국은 생존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이 핵무장에 성공하면 북한은 무력 통일의 꿈을 포기하게 되면서 양국의 평화 공존은 더욱 수월해진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로서는 굳이 북한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협력사업도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만 2017년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워낙 강해져서 사실상 북한과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2013년 미국 백악관 방문한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가 다른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맞은편 5명의 전문가들 가운데 왼쪽에서 두 번째가 란코프 교수. [사진 본인 제공]


란코프 교수는 1963년 소련의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1980년 당시 레닌그라드 대학교 중국역사학과에 입학했고, 1984년 9월부터 10개월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인 1992년부터 4년간 한국의 오산대학교,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1996년부터 8년간 호주 국립대학교에서 중국·한국 역사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2004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북한학 등에 대해 강의 중이다.

란코프 교수는 2013년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해 대북 정책에 대해 조언했던 학자다. 국제 사회에서는 뛰어난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모교인 레닌그라드 대학교에서 한국의 4색 당파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북한, 최신형 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
조선중앙통신은 2024년 12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 지도 아래 11월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사진 제공]


다음은 란코프 교수 인터뷰 4차 기사의 질문-답변

-- 이란이 핵시설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는데, 북한이 불안해하고 있나.

▲ 북한은 미국의 직접적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북한 지도자들이 겁을 많이 먹은 것으로 본다. 이번에 공격받은 이란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북한보다 4배나 높고, 첨단 기술도 북한보다 많이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軍) 고위 간부 20명가량이 살해됐다. 일부는 자기 집에서 죽었다. 북한 지도부가 본능적으로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두려움에 대한 반응은 비핵화보다는 핵무기를 더 열심히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번에 북한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이란처럼 공격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 미국이 이란에 사용했던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은 없나.

▲ 벙커버스터는 러시아나 유럽 등 평지의 지하에 있는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설계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표면을 뚫고 지하 100m까지도 내려간 뒤 폭발한다고 한다. 그런데 산 아래에 굴을 파고 핵시설을 만들었다면 그 폭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산의 높이가 적어도 500∼600m 정도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벙커버스터가 북한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 미국이 이란을 폭격했을 때 높은 산 밑에 있는 핵시설을 파괴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언론에 흘러나온 정보기관의 비공개 보고서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의 파괴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고 했다.

2023년 공개된 벙커버스터 'GBU-57'
미군이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 3곳 중 지하 요새화한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시설을 타격하는 데 동원한 '벙커버스터'는 땅 밑 깊숙한 곳에 있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됐다. 사진은 미국 공군이 AP통신사를 통해 지난 2023년 5월 2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 사진으로, 미국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촬영됐다. [미 공군 제공]


--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 한국은 대만과 함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물론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것이라고 확신할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북한은 ICBM과 전술핵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격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생길 경우, 제2의 남침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 유리한 환경은 첫째, 미국에서 강한 고립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경우다. 다른 나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정권이다. 두 번째는 한국에 북한의 압박에 굴복할 것 같은 정권이 들어서는 상황이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남한의 정권은 좌파든, 우파든 북한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중국 등이 북한의 남한 공격을 지지하거나 묵인하는 경우다. 이런 조건이 형성되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본다.

-- 북한의 한국 공격을 중국은 지지할까.

▲ 현재 상황에서 중국은 현상 유지를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동북아에서 무장 충돌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친미적이라는 것 외에도 경제적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확보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현재도 중국은 한국이 있다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갈수록 경쟁국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생각이 향후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그 궁극적인 이유는.

▲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북한의 70배에 달한다. 이웃한 동족 국가가 이렇게 잘사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큰 위협이다. 이웃 국가 간에 이 정도의 경제력 차이가 나는 사례는 없다. 한국이 이렇게 잘 산다는 것을 북한 주민이 알게 되면 북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한반도 남쪽에 있는 위협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2
미국은 지난 6월22일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B-2 전략폭격기 7대를 동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자기들도 궤멸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는데.

▲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그렇지만 현실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핵무기로 반격당해 궤멸할 것이다. 이는 자살 행위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면서 미국에게 "한반도 전쟁에 참전하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협박하고는 한국만을 공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만 갖고 있기에 북한의 전술핵무기 사용에 의미 있는 반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한국은 반격할 수 없지만 미국이 핵 보복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국인이 꽤 있는 듯한데.

▲ 북한이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의 용산에 핵무기 하나를 떨어트려서 서울 시민 3만∼4만명이 죽고, 아수라장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미국은 남한을 위한 보복으로 북한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까? 미국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용산에 대한 핵 공격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로 여겨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민 수만 명, 수십만 명의 사망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궤멸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까? 그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에 핵 보복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의 이런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때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얼마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원을 거의 중단했다. 미국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것은 러시아의 핵무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 북한이 미국에 ICBM을 쏠 수 있다고 위협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북한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까.

▲ 북한은 예측 불가능한 나라처럼 보인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등장한 지대지미사일 현무
2024년 10월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 세종대왕상 앞 관람 무대 앞으로 지대지미사일 '현무'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한국은 '현무'를 비롯한 막강한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어서 북한이 도발하면 강하게 보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아무리 좋은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어도 신무기를 당하지 못한다. 그건 과거 역사가 이미 입증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활과 화살을 갖고 있어도 대포를 가진 나라를 이길 수 없다. 사람들은 핵무기의 위력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재래식 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러-우크라이나 전쟁,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도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들어 북한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다 우크라이나 동쪽 지역을 병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사용해서 우크라이나 동쪽 지역 주민들 사이에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이 생긴다면 이는 병합계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인도와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 이들 나라는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넓이로는 인도 땅의 1∼2%에 불과하다. 핵무기를 동원해서 싸울 일이 아니라는 것은 양측이 잘 알고 있다. 다만, 1970년대 초 동파키스탄이 반란을 일으켜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할 때, 당시 양국이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면 사용 가능성도 있었다고 본다. 당시 인도는 동파키스탄(현재 방글라데시) 독립운동에 수많은 지원을 해줬다.

-- 이스라엘은 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나.

▲ 이스라엘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국제적 비난과 고립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세계에서 반(反)유대인, 반 이스라엘 정서가 형성돼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재래식 무기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 핵물질 생산기지·연구소 현지 지도
조선중앙통신은 2025년 1월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사진 제공]


-- 미국은 북핵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 할까.

▲ 내가 20년 전부터 수도 없이 언급한 것이 있다.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리비아의 경험, 2025년 이란의 경험은 북한 엘리트 계층에게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물론, 미국은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공격할 수도 없고, 대북 제재로 북핵 개발을 정지시키지도 못한다. 그래서 북핵 문제에 대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이미 알려진 '스몰딜' 방식일 가능성이 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북한은 핵 군축을 하고, 미국은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다. 핵 군축은 핵 제조 시설을 철거하는 것인데, 적어도 북한의 핵무기 진전을 5∼10년 정도 늦출 수 있다.

-- 스몰딜을 한다면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도 나올까.

▲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견제에 미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중국을 믿지 않는다.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다.

-- 북한 입장에서는 3년여 시간이 지나면 미국 대통령은 또다시 바뀌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것이 이행될 것으로 믿을 수 있을까.

▲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방식으로 대북 유엔 안보리 제재를 완화했다고 가정해보자. 3년 후 미국의 새 대통령은 방향을 바꿔서 또다시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U턴은 실행되기 어렵다.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믿을 수 있나.

▲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만드는 원자로는 숨기기 어렵다.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에 있는 원자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 철거된 원자로를 다시 건설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원자로는 하루아침에 건설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 스몰딜을 통해 트럼프와 김정은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 북한이 스몰딜 합의를 거의 즉각적으로 위반하기 시작해도, 스몰딜에 따라 철거되기 시작한 핵시설은 10~15년 동안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은 10∼15년 동안 미국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스몰딜 체결을 거창하게 홍보한다면, 평화 수호자로 인정받을 것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외국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남북 경협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지원받아 경제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일본으로부터 식민 통치 배상금을 수령하는 것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지만, 이 나라를 마음속으로 믿지는 않는다.

--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인데, 결국 글로벌 핵 도미노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을 텐데.

▲ 미국은 여전히 북한 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스몰딜은 비핵화로 가는 첫 단계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한꺼번에 비핵화할 수 없으니 단계적으로 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포장일 뿐이며, 현실과 거리가 멀다. 아무튼 북한이 비핵화로 갈 가능성은 없다. 북한으로서는 핵무기가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란코프 교수
[윤근영 기자 촬영]


--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도 적지 않은데.

▲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의 핵무장은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용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의 핵무장과 달리 국제적 파급력이 크다. 일본, 대만, 베트남, 미얀마,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폴란드 등 각국으로 핵 도미노가 일어나는 것을 미국은 원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핵 도미노가 일어나면 자국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으로서는 생존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핵무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 미국을 비롯한 민주국가 진영의 전략가들이 직면한 현실은 갈수록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절대적 국력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 각국의 국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 현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GDP는 전 세계의 40% 정도에 달했지만, 지금은 20%대로 낮아졌다. 이러니 미국은 국방비 부담을 줄일 필요가 생겼다. 동북아시아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미국은 국방비 부담도 줄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겠지만 묵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이 이런 방식으로 핵무장에 성공했다.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단기적 또는 중기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재래식 무기를 유지하면서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재래식 무기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과의 동맹도 과거만큼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는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굳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 제재 때문에 현 정부가 북한과 협력사업을 벌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의 햇볕 정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는 매우 강해졌다. (4차 인터뷰 기사 끝)

소련 당시의 젊은 노동자들
[란코프 교수 제공]


<란코프 교수 인터뷰의 1차 기사 요약>

[삶] "나는 소련 386 학생운동권 출신…한국 386은 완전 거꾸로 갔다"(2025년 4월22일 송고)

나는 1980년대에 소련(러시아)의 국립 레닌그라드 대학교(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 다녔고 동아리 활동도 했다. 한마디로 소련의 386 운동권 학생이었다. 당시 소련의 운동권 학생들은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를 진보로 판단했고 이를 위해 싸웠다. 소련 학생들에게 사회주의는 수구이며 반동적인 사상이었다.

똑같은 시기인 1980년대에 한국의 학생 운동권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들은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투쟁했다. 학생운동권은 소련의 국가사회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지향하는 PD(민중민주) 계열과 북한의 사회주의를 모델로 삼은 NL(민족해방) 계열로 양분돼 운동을 전개했다. 두 계열 모두 남한에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했다.

오늘날의 진보는 기술 발전을 포함한 경제발전이 진행되고, 좀 더 평등한 분배가 이뤄지고, 인권과 자유가 개선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발전이다. 과거의 소련,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진 것은 경제발전이 안 됐기 때문이다.

<란코프 교수 인터뷰의 2차 기사 요약>

[삶] "한국기여 1위 단연 박정희, 2위 김대중…이승만 기여 크지않아"(2025년 5월2일 송고)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 1순위는 단연 박정희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객관적 역사학자라면 그의 성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는 독재자였고 노동운동을 탄압했으며 정치적 자유도 막았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이다.

그다음으로 기여한 사람은 김대중이다. 그는 젊은 시절인 1960년대부터 오랫동안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민주화에 김대중의 공은 크다고 생각한다.

이승만은 한국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남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출범한 것은 미국 영향의 결과이지, 이승만이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란코프 교수 인터뷰의 3차 기사 요약>

[삶] "한국은 물총 갖고 나라 지키겠다고 한다"(2025년 5월16일 송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 위험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은 전략핵무기인 ICBM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해서 미국의 한국지원을 차단한 뒤 남한에 전술핵무기 몇 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 핵무기에 비하면 물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핵우산을 지나치게 믿고 있다. 그러나 핵우산에 관한 미국의 약속은 이전보다 가치가 낮아졌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도울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고 있기에 이런 일이 생긴다. 미국 백악관은 서울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LA나 뉴욕이 폐허가 될 수도 있는 정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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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09 상법 개정안, 득일까 독일까?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08 [단독] 이재명 대통령, '안가 회동' 이완규 법제처장 면직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07 尹, 내란특검 2차 출석‥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 없이 들어가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06 국내외 기관들 韓 성장률 전망치 높여… “관세까지 유예되면 1%대도 가능” new 랭크뉴스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