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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혼자 있으면 안 되는 최소 연령 정해
정부 '돌봄서비스' 실효성 높이고 미비점 개선
"화재 발생 대피법 보호자 숙지 후 지속 교육"
2일 밤 부산 기장군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8세, 6세 자매가 숨졌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숨지는 참사가 8일 사이 부산에서만 두 차례 반복되면서 가정 내 화재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돌봄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4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이틀 전인 2일 밤 11시쯤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8세, 6세 자매가 화재로 숨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사고였다. 지난달 24일에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새벽 청소일을 나간 동안 집에 불이 나 10세, 7세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인천 서구에서 혼자 집에 있던 12세 여아가 화재로 사망했다.

아이들만 있으면 위험하다



집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실제 소방청의 2021~2024년
13세 미만 어린이 화재 피해 장소별 현황을 살펴보니, 총 피해 인원 148명 중 77%(114명)가 주거지에서 다치거나 숨졌다. 특히 화재로 사망한 어린이 19명은 모두 주거지에서 변을 당했다.


2021~2024년 화재 장소별 13세 미만 어린이 피해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아이들을 집에 혼자 두지 않는 것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까진 늘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상황 판단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스스로 대피와 진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에 몇몇 국가는 법이나 지침을 통해 아이 방임 금지 연령을 규정해놓고 있다. 미국 14개 주에서는 '집에 혼자 둬선 안 되는 연령'이 정해져 있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아동방치죄의 최소 연령이 만 12세다. 캐나다는 형법에 '만 10세 미만 아동을 방치해 위험에 처하게 할 경우 처벌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내 아동복지법(제17조 6항)에도 아이를 방치할 시 처벌 규정은 있으나, 연령 기준은 따로 없다. 우리나라도 최소 연령을 두는 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달 이상 기다려야 돌봄 서비스 가능



보다 근본적으로는 생계활동 등으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돌봄 공백 보완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여성가족부는 만 3세까지는 종일, 만 12세 이하까지는 시간제 돌봄을 제공한다. 유형은 △달마다 신청하는 '정기 돌봄' △휴가 등 일정 기간 필요한 경우 '단기 돌봄' △급박한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긴급 돌봄'으로 나뉜다. 소득별로 맞벌이 부부 기준 시간당 최소 1,826원부터 최대 10,352원(전액)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다. 긴급 돌봄엔 건당 3,0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무료가 아닌 유료라 부모의 소득 형편에 따라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기 시간이다. 2024년 정기 돌봄의 평균 대기 시간은 32.8일. 한 달 이상 기다려야 겨우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급히 신청하는 단기(4시간 전 신청 가능) 및 긴급(2시간 전 신청 가능) 지원은 아이돌보미가 부족해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대기가 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말과 심야 등 표면적으로는 24시간 이용이 가능하지만, 주야간 돌봄 인력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실제 심야 돌봄이 성사되는 일은 드물다. 아이돌보미들이 야간 업무를 선호하지 않아서다. 부산에서 난 두 사고 모두 돌봄 취약 시간대인 밤이나 새벽에 발생했고 아이들도 시간제 돌봄 대상이었지만 부모들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산 아파트 화재 아동 사망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아이들이 연이어 참변을 당하자 정부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에게 사고가 되풀이된 원인을 분석하고, 아파트들의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 야간 아동 방임 실태 등을 점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부산 아파트 화재 아동 사망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윤 국조실장은 "심야 돌봄에 대한 수요조사를 거쳐서 심야까지 시간을 연장하고 실시 기관도 빠른 시간 내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거주지 특성에 따라 대피법 달라



평소 주택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화재 대응 교육도 필요하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소방 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그러나 이는 공공시설 중심이라 주거지 환경과 차이가 크다. 정태헌 국립경국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거주지 유형에 따라 구체적인 대피 지시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양육자가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자녀에게 반복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오래된 아파트에선 계단 대피가 원칙이지만, 신축 고층 아파트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등 차이가 있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소화기구를 구비하고 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체구가 작고 동작이 서툰 아이들이 사용하기 쉬운 소형·투척형 소화기는 화재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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