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중국에서 일정 금액을 내면 밥 메뉴도, 여행지도 무작위로 결정되는 '랜덤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선택에 지친 소비자들을 공략한 마케팅 전략인데, "걸리는 대로 따르겠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니 요즘 인기라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가 1일 보도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사는 쑨 모(36)는 최근 식당에서 '랜덤 조식' 메뉴를 주문했다. 고기·해산물·야채 등 10가지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는데, 무슨 재료로 요리할지는 요리사 마음이다. 가격은 죽과 음료를 포함해 2인분에 40위안(약 7500원)이었다.

중국에서 일정 금액을 내면 밥 메뉴도, 여행지도 무작위로 결정되는 '랜덤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늘 뭘 먹을지 운에 맡기자는 내용의 전단물. 뎬핑 캡처.

쑨의 랜덤 조식으로 나온 건 돼지고기 간장조림과 가지 요리였다. 쑨은 닛케이에 "고른다는 행위가 귀찮았기 때문에 랜덤 메뉴로 주문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형태를 중국에선 '망허(盲盒·블라인드 박스)'라고도 한다. 정보를 알 수 없어서 값을 치러야만 내용물을 알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중국 청년보가 대학생 등 청년 1474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망허 소비'에 돈을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중국 당국은 청소년들이 '망허 소비'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CCTV 캡처


"밀크티 두 잔 값에 비행기 표"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의 한 중소여행사는 출발지만 지정하고 목적지는 랜덤인 여행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신화통신은 "밀크티 두세 잔 값이면 목적지와 날짜가 랜덤하게 지정되는 기차표나 항공권을 살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리 여행 계획을 짜기 싫고,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 사는 경우도 있다. 류야제는 신화통신에 "28.8위안(약 5450원)을 냈는데 실제 가치는 500위안(약 9만4600원)이 넘는 티켓을 손에 넣었다"고 자랑했다. 중국 국내 여행은 198위안(3만 7400원), 해외여행은 208위안(약 3만 9300원) 등으로 가성비 높은 상품들이 많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여행에도 랜덤 소비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웨이보

이와 관련, 중국 관영 매체에선 "랜덤 소비는 미성년자에게 해롭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10대들이 좋아하는 문구류·장난감·피규어·카드 등이 담긴 블라인드 박스의 경우,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계속 사는 경우가 많아 과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란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중순 "여름 방학을 앞두고 10대들의 랜덤 소비가 중독 수준이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중국 베이징의 한 라부부 매장.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라부부 인형 역시 랜덤박스 구매가 많다. EPA=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구매 중독을 우려해 지난 2023년부터 8세 미만은 이런 상품 구매를 금지하고, 8세 이상도 보호자가 동의해야 살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인민일보는 지적했다. 블라인드 박스를 사는데 수천 위안을 쓴 10대도 있다고 한다. 최근 블랙핑크 리사와 가수 리한나 등이 유행시킨 중국 장난감 브랜드 '라부부'도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선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되는 장난감 브랜드를 비판하는 지적도 나왔다. 웨이보

양푸웨이 시난대 법학과 교수는 인민일보에 "자기통제력이 약한 미성년자들이 이런 소비에 중독되기 쉽다"면서 "실명 인증·안면 인식·보호자 확인 등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오프라인 매장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626 '최고 36도' 폭염의 토요일… 일요일에도 열대야 지속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25 '혁신의 키' 쥔 비주류 안철수, 이번엔 보수 중심에 서나 [정치 도·산·공·원]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24 日 도카라 열도에서 규모 5.3 지진… 보름간 1220회 소규모 지진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23 美 텍사스 휩쓴 폭우…최소 13명 사망, 어린이 20여 명 연락두절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22 14세 소녀 임신시켜 출산까지…필리핀 뒤집은 韓 유튜버 결국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21 내란 특검 2차 조사 출석한 尹…1차 때와 같이 말없이 무표정으로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20 내란 특검, 윤석열 전 대통령 두 번째 소환 조사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9 중국인, 한국 부동산 '싹쓸이'...정부 칼 뺀다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8 윤석열, 2차 조사도 공개 출석…내란 특검 밤부터 지하주차장 봉쇄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7 [속보] 윤 전 대통령, 차 타고 서울고검 현관 도착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6 [속보] 尹, 내란특검 2차조사 출석…사후 계엄선포문 질문에 침묵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5 "정부가 대신 빚 갚아준다"...성실 채무자는 바보?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4 사라졌지만 죽지 않는 대우, 이름값만 年 100억원 이상 new 랭크뉴스 2025.07.05
51613 '실종신고 알면서도' SNS서 청소년 꾀어 투숙한 30대 집유 랭크뉴스 2025.07.05
51612 특검 두 번째 공개 출석한 尹…무표정·무응답 속 조사실 직행 랭크뉴스 2025.07.05
51611 [속보] 윤석열, 오전 9시 1분 내란특검 출석‥2차 조사 시작 랭크뉴스 2025.07.05
51610 내란특검 출석한 尹, 말없이 조사실로…곧 2차 조사 시작 랭크뉴스 2025.07.05
51609 상법 개정안, 득일까 독일까? 랭크뉴스 2025.07.05
51608 [단독] 이재명 대통령, '안가 회동' 이완규 법제처장 면직 랭크뉴스 2025.07.05
51607 尹, 내란특검 2차 출석‥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 없이 들어가 랭크뉴스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