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바닐라 공급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 상승으로 식물과 꽃가루받이 곤충의 서식지가 분리되면서 자연 수분이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바닐라 향은 식품뿐 아니라 제약,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돼 글로벌 공급 차질 시 경제적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학교 샬럿 와테인 박사 연구팀은 4일 국제 학술지 식물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lant Science)를 통해 바닐라 식물 11종과 수분 매개 곤충 7종의 서식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오를 경우 바닐라 식물 중 7종은 서식지가 확대될 수 있는 반면, 나머지 4종은 서식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모든 꽃가루받이 곤충의 서식지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기온 상승 폭이 클수록 서식지 감소 폭도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부분의 바닐라 종이 특정 곤충에 의존적인 수분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식물과 곤충의 서식지 중첩 범위가 줄어들면 자연 수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단 한 종의 곤충에만 의존하는 바닐라 품종의 경우, 식물과 곤충의 서식지 겹침 면적이 60~9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공동 저자인 바트 머이스 교수는 "야생 바닐라 종 개체군과 그들이 지닌 방대한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글로벌 식품산업의 핵심 열대작물인 바닐라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바닐라는 전 세계적으로 커피, 초콜릿과 함께 고부가가치 열대작물로 분류된다. 천연 바닐라는 대부분 플니폴리아 종에서 공급된다. 해당 품종은 고온, 가뭄, 병해 등에 취약해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바닐라 종과 특정 꽃가루받이 곤충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새로운 곤충이 이를 대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열대지역 바닐라 농업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